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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와 여권의 근시안적인 ‘문 일병 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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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걱정된다. 세월호 참사와 선거 민심을 의식해 잠시 자중하는 시늉을 하던 집권세력이 대놓고 국민들과 대결하는 길을 선택하였다. 수준 미달의 총리 지명자 인준 강행과 절차를 무시한 코드 개각이 그것이다.


먼저 문창극 씨에 대한 총리 지명은 실패한 인사의 결정판이라 할 만하다. 언론사에 종사한  외에 이렇다 할 경력이나 사회적 중망도 없는 이가 하루아침에 총리후보가 된 일도 놀라운 일이지만, 이렇게 인격적으로 결함이 많고 구설이 잦았던 사람을 천거하는 인사시스템도 가히 경악스러운 수준이 아닐 수 없다.


총리 지명자의 자격에 대한 비판의 초점은 그의 역사관, 정치편향, 종교편향, 도덕성에 모아지고 있다. 이 중에서도 역사인식이 크게 논란이 되고 있는데 지도자가 아니라 일반인이라 할지라도 비난받아 마땅할 정도로 천박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강연이나 강의, 칼럼에서 일관되게 나타나고 있는 기조는 극단적인 식민사관과 사대주의, 친일파 비호, 그리고 시대착오적 냉전논리이다. 일제의 식민지배나 민족성에 관한 일련의 발언들은 식민사학이 집요하게 주입하려 했던 정체성론, 타율성론, 민족성열등론과 한 치도 어긋남이 없다. 독립전쟁을 폄하하여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훼손하고, 일본군위안부에 대한 사죄와 배상이 필요 없다는 망녕된 주장으로 일제만행을 정당화한 것도 국민들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하다. 모든 논리 전개의 출발점이 되는이조 500년을 허송세월했다자학사관에 이르러서는 혹시 황국신민화 교육의 세례를 받지 않았나 하는 의심이 들 지경이다.


말기를 제외하고 조선시대 특히 전기는 문화적으로나 생산력의 측면에서나 세계사적으로도 꽤 괜찮은 문명국이었다는 견해가 통설이 된 지 오래다. 권력 견제나 언론, 기록문화는 오히려 지금 정권이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정도로 차원이 높았다.


현대사에 대한 이해도 충격적이다. 분단으로 인해 공산화를 막았고 경제발전을 이루었다거나 6.25로 미국을 붙잡을 수 있었다는 기상천외한 발상은 분단과 전쟁이 초래한 끔찍한 피해와 후유증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몰지각한 발언이라 할 만하다.


4.3항쟁을 공산주의자의 폭동으로 확신하고 있는 점도 총리가 제주4.3위원회 당연직 위원장이며 4.3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수습하기 힘든 상황이다. 경제성장이 미국의 상품구매와 일본의 기술제공이라는 시혜로 이루어졌다는 인식도 유치하기 짝이 없다.


그런데 이 모든 사실들이하느님의 역사하심에서 비롯되었다는 종교적 신념으로 귀결될 때에창조경제가 아닌창조역사의 진면목을 발견하게 된다. 기독교 근본주의를 넘어서 맹목적 광신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있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새누리당은 청와대의 인준 강행 방침에 발맞추어 황당한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 “동영상 전체를 보니 문 지명자가 국민이 본받을만한 훌륭한 애국자라는 것이다. ‘지록위마(指鹿爲馬)’도 분수가 있지 국민들의 지적 수준을 얼마나 얕봤기에일베수준의 망언에 대해 서슴지 않고 애국을 들먹일 수 있는가.


이 같은 움직임에 용기를 얻은 듯 문 지명자도 6 15일 약식 기자회견을 열고 민족성 비하 발언은 비숍이나 윤치호를 인용했을 뿐이며 위안부 문제는 진실한 사과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뜻이었다고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표현의 미숙함을 전제로 한 사과는 언론인으로서도 함량미달임을 자인한 셈이다. 더군다나 누가 보아도 확신에 찬 지론임이 분명하건만 신념을 꺾고 핑계를 대고 있으니 비굴한 처세 또한 부적격 사유에 추가할 만하다.

여권은 청문회는 민주적 절차이며 국민들의 알 권리를 위해서도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나아가 국민들이 직접 판단하게 하자고 강변한다. 그런데 국민 절대 다수가 이미 총리 지명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하고 있고, 청문회 자체를 국민에 대한 모독이자 국가적 수치로 여기고 있다. 그간 청문회의 단골메뉴였던 부동산투기 병역기피 등은 일신상의 도덕성 문제이지만, 역사관 민족관 통일관은 민족자존심과 국가정체성 나아가 나라의 미래와 직결되는 사안이기 때문에 더욱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 우를 범해서는 아니 된다. 근시안적문 일병 구하기는 정권에는 해독을 끼치는 데 그치겠지만 국가에는 재앙을 가져올 수 있다. 이미 일본의 언론들이 대서특필하고 우익들은 기세를 올리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 쪽도 공산주의 멸망이나 기독교화 민주화 주장이 알려지면 반발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견된다. 어떻게 외교정책을 펼 것이며 국익을 보장할 것인가.


엊그제까지만 해도 사회통합과 국가개혁을 내세우던 집권세력은 민심이 들끓고 있는데도 그간의 인사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기는커녕 오히려 역행하는 태도를 고집하고 있다.


그런데 주목할만한 한 가지 흐름이 발견된다. 육사와 법조계의 과도한 등용 외에 뉴라이트를 비롯한 극우인사들의 대대적인 권력 핵심부 진입이다. 지난 이명박 정부조차 인사편중이 이렇게 심하지는 않았으며 극우인사들의 전면적인 기용 또한 자제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현 정권 들어 이데올로기적 측면이 눈에 띄게 강화되고 있다. 많은 이들이 우려했던 대로 유신체제의 부활 또는 적어도 유신적 사고로 회귀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다.


유영익 국사편찬위원장, 이배용 한국학중앙연구원장, 권희영 한국학대학원장, 박효종 방송통신심의위원장 등 기존의 인물에 더하여 총리 지명자를 비롯한 송광용 교육문화수석, 김명수 교육부장관 내정자 등등 뉴라이트 성향 인사들의 전진 배치는 친일·독재세력을 온전히 복권시키려는 거대한 포석의 일환으로 이해된다. 교학사 한국사교과서 파동으로 상징되는 역사와 교육의 위기가 더욱 심화될 것임을 예고해주는 전조로 봐도 틀림없을 것이다.


여론의 반대를 무릅쓰고 국민 상식에 반하는 인사를 되풀이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국정운영은 한풀이나 실험실습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국가기관의 선거개입으로 가뜩이나 정통성이 부족한 마당에 친일·극우 정권이라는 오명마저 덧쓰지 않기를 간곡히 바랄 뿐이다. <민족문제연구소 조세열 사무총장>

 

 

 

<미디어오늘 > 2014-06-17

기사원문: 청와대와 여권의 근시안적인 ‘문 일병 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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