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이런 자리가 우리들 늙은이에게는 썩 내키지 않는 자리다. 세월호 사건이 터진 지 60여일이 지났고 유족들과 상처받은 국민들이 아직도 고통을 받고 있은데 또 문창극 후보 사건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이곳에 모인 한국사학계에 몸담은 이들은 역사문제에 국한하여 그가 총리로서 적격자가 아니라는 것과 그가 자발적으로 용퇴하도록 지적하기 위해 이런 자리를 마련했다. 이것이 실의에 빠진 국민에게 최소한의 예의가 될 것이다. ▲ 문창극 후보가 총리후보로 지명된 후, 과거의 발언에서 문제되는 부분은 다음과 같다. △ 외국인과 윤치호를 인용하여 조선 민족에게 게으른 DNA가 남아 있다고 한 점 △ 일제강점기는 조선시대가 허송세월한 것에 대한 보응이며 곧 하나님의 뜻이라는 점 △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책임을 물을 필요가 없다는 것 △ 남북분단과 한국전쟁, 미국과의 안보조약이 공산주의를 막기 위한 하나님의 뜻이라는 점 △ 우리나라 경제 발전이 일본을 따라갔기 때문이라고 한 점 등이다. ▲ 이 점들에 대해서 변호하는 측은 1. 그의 발언이 교회라는 특정 공간안에서 행한 것이라는 점 2. 하나님의 뜻 운운하는 것은 기독교역사관 그대로라는 것이라는 점을 들어 그를 옹호하고 이 문제를 정면 돌파하려고 하고 있다. 목회자와 신학 교수들 중에서도 동조하는 이들이 있다. ▲ 옹호하는 이들의 주장이 종교적 특수한 성역의 것이라 해도 그런 주장을 정당화되기 위해서는 다음 몇 가지 문제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1. 종교단체 안에서 가르치는 모든 것은 사회적인 상식의 선을 넘어도 가능한 것인가. 2. 교회 안에서 한 말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바깥으로 나왔고 또 그 말을 한 사람이 세속적인 영역에서 공인으로서의 자격을 검증받아야 할 경우에도 그 발언이 성역화되고 보호받아야 하는가. 3. 모든 것을 하나님의 뜻이라고 할 때 그것은 운명론과 다른 것이 무엇일까. 더구나 기독교의 하나님은 정의와 심판을 강조하는 존재로 알려져 있는데 인간이 저지른 모든 악한 역사마저 하나님의 뜻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성경의 하나님은 약자와 고난 받는 자와 함께하시는 분이요, 사랑과 정의로 다스리시는 분으로 알고 있는데, 일제강점을 그의 뜻이라고 한다면, 그 하나님은 침략자와 함께 하면서 제국주의자들을 위한 하나님이요, 약자와 고통받는 자를 외면하는 하나님이 아니라고 할 수 있겠는가. ▲ 문후보자와 그를 옹호하거나 정당화하는 이들은 다음 몇 가지에 답해야 한다. 1. 조선조 사람들을 게으르고 야만적이라고 했는데, 일제 강점하에서 외국인들까지 상찬했고 오늘 성명에서도 지적할 조선조의 찬란한 문화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 것인가. 2. 한국인 중에 게으른 DNA가 들어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지금의 한국인의 부지런함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이런 DNA를 가진 백성들과 같이 호흡할 수 있겠는가. 3. 일제 강점기를 하나님의 뜻이라고 본다면, 독립운동은 하나님의 뜻의 관점에서 어떻게 봐야 하는가. 1919년 3.1만세운동에 적극 참가한 기독교인들은 어떻게 봐야 하는가. 그들은 그 하나님의 뜻을 배반한 것인가, 그리고 그 해 투옥된 목사들 때문에 장로교 총회가 몇 달간 연기되었는데 이런 것을 어떻게 보는가. 4. 일본군 위안부와 관련된 그의 발언이 한 두 번이 아닌데, 그가 위안부문제가 반인도적인 전쟁범죄라는 것을 알기조차 하는지 의문이다. 박근혜 정부가 이 문제만큼은 일본으로부터 사과를 받아내려고 하는데, 그가 그런 정부에 들어간다면, 방향성 없는 정부가 되지 않겠는가. 5. 남북 분단과 한국전쟁, 미국과의 안보 조약이 공산주의를 막기 위한 하나님의 뜻이라고 한다면, 그 하나님은 한국에서는 적어도 사랑과 평화의 하나님이라고 할 수 없고, 공산주의와 대결하는 데 앞장 세운 전위적이고 전투적인 존재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데 여기에 동의하는가. 또 분단을 막기 위한 김구 김규식 등의 노력은 하나님의 뜻을 어긴 것이며, 또 현재 통일운동을 하는 역군들은 하나님의 뜻을 어기면서 행동하는 반하나님적인 존재인가. 6. 우리나라 경제 발전이 일본을 따라갔기 때문이라고 한 점과 관련, 식민주의사관의 식민지근대화론과 무엇이 다른가. 헌법에는 3.1운동을 통한 독립운동이 한국을 이끌었고 대한민국 성립후의 민주화운동이 독재를 타도하면서 자유와 창의적인 사회를 만들어갔기 때문에 경제발전을 가져왔다고 하는데 이런 반론에 대해서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7. 세월호 사건 이후 우리에게 특히 절실하게 요청되는 지도력은 사회통섭형 리더십이다. 지금까지 여러 가지 역사문제와 관련해 보더라도 문 후보는 반통섭적이다. 그는 일본에 대해서는 관용하고 심지어는 아부하는 듯한데, 동족인 북한에 대해서는 반평화적이고 대결적이다. 대결과 복수의 태도를 가진 자가 총리가 되었을 때 민족의 숙원이라 할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은 어떻게 될 것인가. 우리는 한국의 그리스도인들도, 오랜 동안 분열과 대립으로 치닫고 있는 한반도가 평화 통일로 가는 것이 하나님이 원하시는 바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한 그리스도인으로서 그는 평소의 극우적인 행태와, 앞에서 지적한 편파성으로 보아 총리가 된 후에 우리사회와 한반도를 갈등과 분열로 이끌 가능성이 다분하다고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도 우리는 그의 총리지명을 반대한다. 그는 조용히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다. 끝으로 그를 지명할 위치에 있는 사람이야 이미 불통으로 꼽혀 치지도외되었기 때문에 그렇다 하더라도, 정치를 한다는 새누리당에게 묻겠다. 그를 두고 애국자라느니 총리에 적합하다고 나팔을 불어대는데 새누리당이 진정으로 하는 소리인가. 아니면 새누리당은 귀를 틀어막고 여론 수렴도 하지 않는 귀먹어리 정당으로 전락하려고 하는가. 2014년 6월 18일 [관련기사] JTBC : 문창극 역사관 논란..한국사 원로학자 “사퇴하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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