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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노 담화’ 사실상 사문화… 뒤통수 맞은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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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5월 15일 오후 도쿄의 총리관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집단 자위권 행사 용인의 당위성을 주장하고 있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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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보강: 21 오전 9시 45분]

“위안소는 당시의 군 당국의 요청에 의해 설치, 운영된 것이며, 위안소의 설치, 관리 및 위안부의 이송에 관해서는 구 일본군이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이에 관여하였다. 위안부의 모집에 대해서는, 군의 요청을 받은 업자가 주로 이를 맡았으나, 그 경우에도 감언, 강압에 의하는 등, 본인들의 의사에 반하여 모집된 사례가 많이 있으며, 더욱이 관헌 등이 직접 이에 가담하였다는 것이 명확하게 되었다.”

일본 정부가 제국주의 시절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하고 사과한, 1993년 ‘위안부 관계 조사결과 발표에 관한 고노 내각관방장관 담화'(고노 담화) 핵심 내용이다.

고노 담화는 2년 뒤인 1995년 8월 15일 당시 무라야마 총리가 일제의 아시아 침략과 식민 지배 전반에 대해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와 함께 지난 20년간 한일 관계를 지탱해온 양대 축이라고 평가 받아왔다.

일본 아베 정부가 20일, ‘고노 담화 작성 과정에서 한일 정부 간의 문안 조정이 있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검증 결과’를 내놨다.

“위안부 모집주체, 한국 배려해 수정”

아베 정부는 이날 중의원 예산위원회 이사회에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일한 간 협의 경위-고노담화 작성으로부터 아시아여성기금까지’라는 제목의 ‘고노 담화 검증 보고서’를 제출했다.

A4용지로 21쪽 분량의 이 보고서는 “소위 (군위안부) 강제연행은 확인할 수 없다는 인식에 입각, 그때까지 진행한 조사를 토대로 사실관계를 왜곡하지 않는 범위하에 한국 정부의 의향과 요망에 대해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받아들이고,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은 거부하는 자세로 고노담화의 문안을 둘러싼 한국 측과의 조정에 임했다”고 밝혔다.

또 군위안부 모집의 주체와 관련해서 ‘군 또는 군의 지시를 받은 업자’로 표기하자는 한국 의견과 ‘군이 아닌 군의 의향을 수용한 업자’로 하자는 일본 의견이 대립했으나, 결국 ‘군의 요청을 받은 업자’를 모집 주체로 표현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고 했다.

위안소가 ‘군의 요청’에 의해 설치됐다는 내용도 한국과의 조율을 거친 것이며, 군위안부 모집의 강제성을 명시하라는 한국 의향을 바탕으로 담화에 “대체로 본인들의 의사에 반(反)하여 (모집이) 이뤄졌다”는 문구가 들어가게 됐다고 적시했다.

이와 함께 양국 정부가 당시 문안 조정 사실을 대외 공표하지 않는다는 데 뜻을 같이 했으며, 한국이 “일본에 금전적 보상을 요구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는 내용, 군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청취조사 종료 전에 이미 담화의 원안이 작성돼 있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특히 담화 발표 전날인 1993년 8월 3일 주일 한국대사관으로부터 ‘본국의 훈령에 근거해 김영삼 대통령은 일본 측 안을 평가하며, 한국 정부로서는 그 문안으로 충분하다’는 취지의 연락이 있었다면서, 이것으로 “고노담화의 문구에 대한 최종적인 의견 일치를 봤다”고 적었다.

보고서 내용을 종합해 보면 결국 ‘고노 담화’가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것이라기보다는, 한일 양국 협의를 통해 ‘편집된 정치적 산물’이라고 규정한 셈이다. 사실상 ‘고노 담화’를 사문화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20일, 이번 검증결과 발표와 관련 “고노 담화를 수정하지 않는다는 일본 정부의 입장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고노 담화를 수정하지 않겠다면서도 논란을 무릅쓰고 ‘검증’했다는 점, 국제 외교 관례를 깨고 외교 교섭 내용을 일방적으로 공개하는 ‘도발’을 감행했다는 점에서, 사문화를 거쳐 ‘고노 담화 수정’으로 가는 길을 연 것으로 해석된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아베 정부가 고노 담화를 폐지할 수는 없는 상황에서 ‘고노 담화는 정치적 타협의 산물’이라는 것으로 절반의 사문화를 시도한 것으로 해석된다”면서 “일본 정부는 2차대전 패전 70주년이 되는 내년 8월 15일에 일본 과거사 인식을 정리하는 ‘아베 담화’를 준비하고 있는데, 이번 검증 결과는 그 중간 단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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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3월 25일 오후(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 미대사관저에서 한미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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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는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

“우리 정부가 올바른 역사인식을 바탕으로 한일관계를 안정적으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기조를 확고하게 유지해 온 결과 아베 총리가 지난 14일 무라야마 담화를 포함한 역대 내각의 역사인식을 계승하고, 고노 담화도 수정하지 않겠다는 진전된 입장 표명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지난 3월 21일 외교부 고위 당국자가 같은 달 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을 하기로 했다고 발표하면서 한 말이다.

“위안부 문제와 역사 교과서 왜곡문제 해결을 위한 일본의 진정성 있는 행동이 없으면 정상회담을 하지 않겠다는 그동안의 정부 입장과 달리 왜 정상회담을 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미국의 압박 때문에 원하지 않은 정상회담을 하게 되자, 궁색하나마 아베 총리가 고노 담화와 무라야마 담화를 수정하지 않겠다고 한 발언을 ‘태도 변화’의 근거로 내놓은 것이다.

하지만 그로부터 불과 3개월 뒤 아베 총리가 고노 담화를 사실상 사문화 한 것이다.

정부 “일본 검증결과 사실관계 호도…고노담화 훼손” 비판

아베 정부의 고노 담화 검증 보고서 발표에 대해 우리 정부는 외교부 대변인 명의 성명을 발표해 “그간 우리 정부는 일본 정부가 고노 담화를 계승한다고 하면서 이를 검증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된 행위로서 무의미하고 불필요한 일임을 누차 강조해왔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가 검증을 강행한 데 대해 우리 정부는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비판했다.

일본 정부가 “고노 담화 작성 때 한일 양국 간에 문안을 조정했다”고 밝힌 데 대해서는 “고노 담화는 일본 정부가 자체적인 조사 판단을 기초로 일본 정부의 입장을 담아 발표한 일본 정부의 문서”라며 “우리 정부는 진상 규명은 양국간 교섭의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견지하였으며, 일측의 거듭된 요청에 따라 비공식적으로 의견을 제시하였던 것 뿐”이라고 반박했다.

또 “군위안부 피해자 대상 청취조사 내용을 확인하기 위한 사후 조사가 없었다”는 대목에 대해서도 “당시 일본 정부의 고위 당국자도 피해자 증언에 기초하여 담화를 발표하겠다는 입장을 우리측에 밝히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증언을 청취하는 데 있어 우리 정부가 협조해 준 데 대해 사의를 표명한 바 있다”고 반박했다.

성명은 이어 “앞으로 우리 정부는 일본측이 발표한 고노 담화 검증 결과의 세부 내용에 대한 우리의 평가와 입장을 별도로 분명히 밝힐 것이며, 국제사회와 함께 적절한 대응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며 “소위 검증이라는 구실하에 피해자들의 아픈 상처를 또 다시 건드리는 행위는 유엔 등 국제사회가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임을 일본 정부는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4-06-21> 오마이뉴스


기사원문: ‘고노 담화’ 사실상 사문화… 뒤통수 맞은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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