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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집단적 자위권과 한반도 사태 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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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모의 흥망성쇠] 전쟁하려는 일본, 군사적 충돌 위기의 동북아

일본이집단적 자위권행사를 선언했다. 일본이전쟁을 하겠다는 것 아니겠는가.

아베 신조 일본 정부가 1일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헌법 해석 변경안을 각의 결정한 것은 일본 안보정책의 대전환일 뿐만 아니라 동북아시아 안보환경의 근본적인 지각변동을 의미한다. 동북아가 국가와 민족 간의 갈등 격화와 군사적 충돌 위기의 시대로 들어서고 있다는 얘기다.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위한 각의 결정으로 당장 전쟁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러나 올 가을 임시국회에서 자위대법 등 전쟁과 관련한 10개 법안을 개정하고, 연말까지가 시한인 미?일 방위협력지침 개정이 끝나면 일본의 전쟁 행위는 현실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근본적인 문제는 이번 각의 결정에서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타국의 범위를 분명하게 밝히지 않아 일본 정부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일본이 공격을 받지 않은 상황에서도 세계 거의 모든 지역의 무력 분쟁에 개입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특히 우려되는 대목은 자국민이나 동맹국 보호 등을 명분으로 한 일본의 한반도 사태 개입이다.

외딴 섬 등에 외부의 무력공격이라고 볼 수 없는 침해, 예컨대 어민들의 상륙 등 회색지대(그레이존) 사태 때 자위대가 쉽게 투입될 수 있게 한 것도 무력 충돌의 긴장을 높여주는 결정 내용이다. 중국의 정규군이 아닌어민이 중?일 간 분쟁지역인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 상륙할 경우 자칫 양국 간 국지전으로 확대될 가능성 때문이다.

아베 총리가적극적 평화주의를 각의 결정의 명분으로 표방했지만, 누가 이를 믿겠는가. 그가일본이 다시 전쟁을 하려는 국가가 되는 일은 없다고 강변했으나 참으로 어이없는 말장난의 기만이다.

일본의 과거 침략을 부인하는 역사 수정주의나 위안부의 강제동원과 일본군의 개입 사실을 인정한 고노 담화를 검증 강행한 것에서 아베 정부의침략성이 드러나고 있지 않은가. 최근에도 일본은 우리 해군이 통상적으로 실시해온 사격훈련을 두고 독도 주변의 자신들 영해가 포함됐다는 억지 주장을 펴며 훈련 중지를 요구하는침탈 야욕을 보였다.

1일 오전 서울 중학동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 아베 정부의 헌법 해석 변경·집단적 자위권 행사 용인을 위한 각의결정 규탄’ 기자회견에 참석한 민주노총, 참여연대, 평통사 등 사회단체 회원들이 규탄구호를 외치고 있다. ⓒ 노컷뉴스



아베 정부가 과거 침략과 식민지 지배의 잘못을 속죄하기는커녕 오히려 역사 수정주의 따위로 이를 부인하는 것은 침탈의 불순한 속내가 아닌지 엄중하게 묻고 싶다. 위안부 연행의 강제성을 사실상 부인한 일본의 고노 담화 검증과 관련해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역사로부터 배워야한다는 미국의 에드 로이스 하원 외교위원장의 비판을 아베 정부는 어찌 생각하는가. <뉴욕타임스>일본이 과거를 고쳐 쓰려 해서는 안 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아베 정부의 역사 수정주의나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의한 군사대국화의 행보가 평화헌법 개정 등으로 가속화할 전망이다. 평화헌법 개정은 일본이 침략전쟁의 시기로 회귀함을 뜻한다. 

이런 일본의 군사대국화 행보가 중국을 자극해 동북아의 군비 경쟁이 치열해지고 안보 상황은 한층 더 위험해질 것이다.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환영해온 미국과 일본의 군사동맹 관계가 더욱 강화돼 미?일과 중국의 대립과 갈등이 더욱 악화될 게 분명하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미국이 앞으로 100년 동안 계속 세계를 이끌어가야 한다며 미국의 패권 의지를 역설했다고 한다. 미국의 국력이 쇠퇴하고 있음에도다시 오라, 미국의 세기라는민족주의적 구호가 성행하고 있는 미국이다. 

스웨덴의 스톡홀름국제평화문제연구소에 따르면, 1953년 주언라이 총리가 선언한 중국의 내정 불간섭 원칙이 변화하고 있다. 중국 외교가 공세적인주동작위(할 일을 주도적으로 한다)’로 전환하고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시진핑 중국 주석은 최근 연설에서영토 주권과 해양 권익 수호를 견지해, 변경 및 해안 방어에 철옹성을 구축하라고 강경 방침을 거듭 밝혔다. 중국과 아시아 국가들간 마찰 격화의 배후에는 미국의 아시아 회귀, 즉 재균형 전략이 있다는 게 중국의 시각이다. 

특히 동북아의 배타적 민족주의의 적대적 상호의존과 공생의 악순환이 동북아의 대립·갈등 구도의 고착을 부채질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그 대표적인 예가 센카쿠열도를 둘러싼 중?일의 민족주의 충돌이다. 

국가 간 배타적 민족주의의 갈등과 경쟁은 뺏느냐 뺏기느냐의 제로섬 게임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그 최종 결과가 무엇이겠는가. 전쟁 아니겠는가.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은 작금의 아시아가 1차 세계대전 이전인 20세기 초의 유럽과 비슷하다고 경고한다. 그의 말에 따르면 아시아에 전쟁의 유령이 배회한다는 것이다.

동북아의 대립·갈등 구도가 악화되고 안보 위기가 높아질수록 북한의 전략적 가치가 높아질 수밖에 없으며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대한 기대도 사라지고 말 것이다. 동북아의 화약고인 한반도가 가장 위험한 지역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어찌해야 하는가.

우리의 생존전략으로 동북아의 대립·갈등 구도를 대화·협력 구도로 전환시키고 전쟁을 예방할 동북아 평화체제를 실현하는 길 이외의 다른 방도가 없다. 전쟁을 막고 대화·협력 구도를 만들어갈 수 있는 유일한 장치인 6자회담을 살려야 한다는 얘기다. 

박근혜 정권은 세월호 참사부터 인사 참사, 총기난사 사태에 이르기까지 온갖 무능의 민낯을 드러냈다. 국가와 민족의 생존이 걸린 박 정권의 외교안보는 어찌 돼가고 있는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선언과 군사대국화 행보에 대한 박 정권의 대응은 무엇인가.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은 국방부 장관이었던 지난 2월 국회 답변에서 집단적 자위권 문제는 일본이 결정할 문제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었다. 외교부는한반도 안보의 국익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은 우리의 요청 또는 동의가 없는 한 결코 용인될 수 없다는 입장의 말만 되풀이하고 있을 따름이다. 건듯하면 침략성을 드러내는 일본의 군사대국화와 한반도 군사개입 문제에 일반론적인 소극적 입장의 대처만 하고 있을 상황인가.

당국자는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우리의 영역에서 당연히 동의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론의 가치가 없다고 하지만, 과연 그런가. 전시작전권을 갖고 있는 미국의 요청이나 묵인으로 일본 자위대가 군사 개입을 하게 되면 어찌할 텐가. 한반도 근해에서 일본의 북한 선박 검색으로 북·일이 충돌하면 한반도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미국 하와이에서는 1일 한·· 3국 합참의장 회의가 열렸다.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선언 직후 한국의 합참 의장이 일본의 자위대 수뇌부와 안보협력 논의를 하는 게 적절한가. 일본에 면죄부를 주는 꼴 아닌가.

과거 침략의 역사에 대한 일본의 진정한 사과와 역사 수정주의 및 침략적 망언의 중단 등을 통해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들의 우려를 깨끗이 씻어주기 전에는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반대한다는 등의 적극적인 대처를 박 정권은 왜 하지 못하는가. 과거 침략의 역사가 다시 되풀이되는 건 아닌지 우려를 떨칠 수 없지 않은가. 

박 대통령이 내세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나 동북아 평화구상 등 어느 것 하나 진전된 게 없다. 실패한 정책의 잘못된 프레임에 갇혀 남북 간 적대적 대립과 갈등만 반복하고 있으니 필연의 결과다.

문제는 박 대통령이 잘못된 프레임을 벗어나 정책적 전환을 할 가능성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적대적 의존과 공생을 꾀하는 북한도 마찬가지다. 험난해지는 동복아의 안보 상황속에서 표류하는 국가와 민족의 미래를 어찌해야 하는가.

 

<2014-07-03> 미디어오늘

기사원문: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과 한반도 사태 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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