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은 소유 청주시 상당구 소재 토지 12필지중 하나인 청주중학교 인근 도로 (연합뉴스 자료사진)
후손 미국 거주…소장 송달에만 수개월 걸려
소장 수령 확인 안 되면 귀속 재판, 해 넘길 수도
(청주=연합뉴스) 전창해 기자 = ‘친일파‘ 민영은으로부터 되찾은 청주 도심의 ‘알짜‘ 땅을 국가에 귀속하려는 재판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외국에 사는 민영은의 후손에게 소장을 전달하는 데에만 수개월이 걸리기 때문이다.
31일 청주지법에 따르면 이 재판을 진행하기 위해 미국에 사는 민영은의 후손 3명에게 소유권 확인 청구 소송의 소장 부본을 보내는 절차를 밟고 있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2월 24일 후손을 상대로 민영은 소유인 청주시 상당구 소재 토지 12필지에 대한 소유권 확인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피고인 민영은 후손은 모두 5명이다. 이들 가운데 3명이 미국에 살고 있다. 이 때문에 재판부는 소장 부본 발송을 ‘영사송달‘로 진행하고 있다. ‘영사송달‘이란 피고가 외국에 거주할 때 재판장이 해당 국가에 주재하는 우리나라 대사·공사·영사 또는 해당 국가의 관할 공공기관에 송달 절차를 맡기는 것을 말한다.
여러 기관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소장 송달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통상 미국에서는 2∼3개월이 걸린다. 이날까지 미국에 사는 민영은의 후손 3명 중 2명이 소장 부본을 받았다. 하지만, 나머지 1명이 소장 부본을 받았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재판이 신속하게 진행되지 못하는 이유다.
이 후손의 주소가 불분명해 소장 부본이 전해지지 않았다는 회신이 오면 상황은 더욱 복잡하게 꼬인다. 주소를 수소문해 재발송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재판은 2∼3개월 더 지체된다. 이마저도 안 된다면 소장 부본이 송달된 것과 같은 효력이 있는 ‘공시 송달‘ 절차를 밟을 수 있다. 그러나 공시 송달 역시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소장 부본 송달 절차만 완료되면 재판은 오래 걸리지 않을 전망이다.
후손들이 이 땅을 되찾고자 낸 소송에서 졌기 때문에 소유권 확인 청구 소송에 응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 후손들이 현재까지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은 데다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민사 소송법상 피고가 소장 부본을 받은 날부터 30일 내에 답변서를 법원에 제출하지 않으면 원고의 청구를 그대로 인정한 것으로 간주한다.
법원의 한 관계자는 “영사송달은 경우에 따라서 1년 이상 소요된다“며 “민영은 재산과 관련한 이 소송 역시 올해 안에 재판이 마무리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민영은 후손은 2011년 3월 문제의 땅에 난 도로를 철거한 뒤 반환하라며 청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내 2012년 11월 1심에서 승소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열린 항소심 재판부는 “문제의 땅은 친일재산으로 국가 소유로 귀속돼야 한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했고, 후손 측이 상고를 포기하는 바람에 후손들과 청주시의 소유권 소송은 마무리됐다.
이에 따라 법무부가 해당 토지를 국가 소유 명의로 이전하기 위해 별도의 소송을 제기했다. 민영은은 1905년 6월 충주 농공은행 설립 위원으로 활동했다. 1913년 5월부터 6년간 충북지방토지조사위원회 위원을 지내는 등 친일 활동을 했다.
<2014-7-31> 연합뉴스
☞기사원문: 친일파 민영은 땅 국가 귀속 “어렵다 어려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