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보도] 친일파 묻힌 대전현충원 (하) 친일파 현충원에 묻는 대한민국 국립묘지법 안장 예외규정에 ‘친일파’ 포함안돼 보훈청 지침서도 ‘금고형 1년이상’만 적격 심의
친일 인사들의 현충원 안장이 계속되면서 이를 법·제도적으로 차단해야 한다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현행법과 정부의 태도를 종합해보면 현재로서 그 실현 가능성은 매우 낮다.
21일 국가보훈처, 국립대전현충원 등에 따르면 현행법상 군인의 경우 경력 요건을 충족하면 특별한 흠결(전과)이 없는 이상 국립묘지에 아무 제약 없이 안장될 수 있다.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국립묘지법)’은 “장관급 장교 또는 20년 이상 군에 복무한 사람 중 전역·퇴역 또는 면역된 후 사망한 사람”은 국립묘지 안장 대상자가 된다.
그러면서도 이 법은 안장될 수 없도록 규정한 예외 규정에 ‘반민족친일행위자’에 관한 내용을 포함하지 않고 있어 일제에 부역한 군인 출신 인사의 현충원 안장의 길을 터주고 있다.
광복 후 일본군 출신자 대부분은 한국군에 편입돼 활동을 이어갔다.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됐지만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된 인사들 중 군인 출신이 21명으로 가장 많은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현충원 안장 예약자로 꼽히는 백선엽(전 연합참모본부 의장) 씨와 김창규(전 공군참모총장) 씨, 박원석(전 공군참모총장) 씨 등에 대한 논란이 이는 것도 이런 역사적 배경을 무시한 현행 제도의 허점 탓이 크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새정치민주연합 김광진 국회의원은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가 친일반민족행위를 했고 결정한 사람’도 안장 제외 대상자로 포함해 친일파의 현충원 안장을 막는 관련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친일행위’에 대한 보훈처의 뒷짐진 태도 역시 ‘친일파의 현충원 입성’을 돕고 있긴 마찬가지다.
국립묘지법은 대상자의 안장을 심의하는 안장대상심의위원회가 국립묘지의 영예성을 훼손한다고 인정한 사람의 경우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없다고 명시한다.
그러면서 관련 시행령은 ‘금고 1년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은 경우’와 ‘보훈처장과 국방부 장관이 협의해 정한’ 경우 심의위에서 ‘영예성 훼손’ 여부에 대해 가려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즉 현행법상 보훈처와 국방부가 협의를 통해 ‘친일행위자’를 안장심의 대상으로 삼을 수도 있는 것이다.
반면 보훈처 내부지침에는 시행령에서 정한 ‘금고형 1년 이상’만을 심사 대상으로 정하고 있을 뿐 별도의 심의대상 요건은 전혀 마련해 놓지 않은 상태다.
결국 보훈처과 국방부의 의지에 따라 친일행위자의 현충원 안장을 막을 근거를 얼마든지 마련할 수 있지만 지금까지 이에 관한 어떤 논의조차 없었던 셈이다.
이에 대해 보훈처 관계자는 “현행법상 군인의 경우 경력 요건만 충족되면 친일행위자라도 현충원 안장을 막을 근거가 없다”며 “보훈청 차원에서 금고형 1년 이상만을 안장심의 대상으로 삼은 현재의 내부지침을 친일행위자도 심의 대상으로 포함하는 내용으로 변경하자는 논의는 지금까지 이뤄진 바 없다”고 잘라 말했다. <끝>
최예린 기자 floye@cctoday.co.kr
<2014-8-21> 충청투데이
☞기사원문: 친일인사 안장 막을 법적 근거 마련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