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원은 국가와 민족을 위해 순국한 호국영령들을 국가에서 안치한 묘역 시설이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현충 시설을 조성한 후 정성스레 경배하는 건 애국에 대한 고인들의 숭고한 업적을 기리기 위해서다. 민족의
배반자로 낙인 찍혔던 인물을 그곳에 버젓이 모셔둔다는 것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국가의 정체성을
흐리게 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두고두고 역사에 또 다른 죄를 짓는 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본보 시리즈 내용을 보면 참으로 가관이다. 대전현충원에만 해도 친일인사 28명이 안장돼 있다. 2009년 발간한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인물들이다.
이들은 건국 후 애국훈장을 받은 공로 등으로 국립묘지에 안치됐다. 정부기관인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에서 반민족행위자로 규정한 인사들이 국립묘지에 안장돼 있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친일 인사가 건국 이후 제대로 청산되지 않았던 결과였다. 이승만 정부는 1949년 친일파를 척결하기 위한 ‘반민족행위자 처벌을 위한 특별위원회(반민특위)’를 해체해버렸다. 친일파들과
손잡고 국가권력을 독점하기 위해서였다. 친일파들이 ‘보수’ 또는 ‘우익’의 이름
뒤에 숨어 주류행세를 해온 것이다. 친일파들이 반공투사로 옷을 갈아입고 지난날 독립투사를 암살하는 일도
벌어졌다.
지금도 친일인사들이 현충원에 안장됐는데도 손을 놓고 있는 형편이다.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유재흥 전 국방장관이 2011년 대전현충원 장군묘역에 안장됐을
당시에도 그랬었다. 관동군 헌병대 출신인 김창용 특무부대장의 1998년
현충원 이장 당시도 마찬가지였다. 이와 유사한 일들이 앞으로도 몇 차례 벌어질 것임을 예고한다. 친일 전력이 드러나 서훈이 취소돼도 유족이 동의하지 않는 한 어쩔 수 없다는 소리만 나온다.
현충원에서 친일인사의 묘를 다른 데로 이장하는 방안이 강구돼야 마땅하다. 그래야 유사 케이스의
추가 안장을 막을 수 있다. 관련법을 제·개정해서라도 안장기준을
강화해야한다. 아울러 지난날 반민주인사들의 현충원 안장 또한 있을 수 없다. 이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역사 바로 세우기를 부정하는 일이나 마찬가지다. 우리는
과연 ‘민족정기 계승’ 운운할 염치가 있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2014-8-22> 충청투데이
☞기사원문: 친일인사가 현충원 안장-추앙 받아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