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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26일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의견을 듣는다는 명목으로 토론회를
열었다. 교육부로서는 국정화 논의에 시동을 걸기 위해 애써 마련한 자리였겠지만 결론적으로 ‘본전’도 못 뽑은 토론회가 되고 말았다. 참석자 대부분이 ‘국정화는 시대 역행’이라고 입을 모았기 때문이다. 이날 발제 및 토론자로 참여한 13명의 전문가 가운데 ‘국정화 찬성’ 쪽으로 기운 이는 세 명뿐이었다고 한다. 그나마도 여러 가지 조건을
내건 제한적 동조에 가까웠다.
교육계의 기류는 더 싸늘하다. 최근 전국역사교사모임과 역사교육연구소가 전국 초·중·고 역사교사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97%가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 전환 시도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이 정도의 비율이라면 국정화 추진은 이제 그만 포기할 때가 됐다.
국정화의 문제점을 꼽자면 열 손가락도 모자란다. 하지만 이날 토론회에서 ‘분단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옹호론이 나왔다니 그 점만은 짚고 넘어가야겠다. 현재 국정 역사
교과서를 사용하는 나라는 러시아, 베트남과 북한 정도다. 국정화를
주장하는 이들은 우리가 북한보다 성공한 가장 큰 이유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들고 있다. 우리 국민이
내 나라를 소중히 여기는 것도 우리가 북한보다 더 자유롭고 민주적이며 풍요롭기 때문일 것이다.
국정 교과서로 배우는 학교 수업은 그저 주입식, 암기식 교육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역사 고유의 성찰 기능은
사라진다. 다양한 관점에서 사물을 바라볼 수 있도록 하는 비판적 사고 능력도 키워지지 않을 것이다. 북한의 전체주의를 혐오하면서도 역사 교과서 발행 체제만은 북한을 닮자고 주장하니 놀랄 일이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주장이 제기된 과정은 애초부터 정략적이었다. 수준 이하의 품질에다 친일·독재를 노골적으로 옹호하는 교학사 교과서가 ‘채택률 0%’라는 참패를 당했는데도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국정 교과서라는
우회로를 찾아 나선 데서 비극이 시작됐다. 박근혜 대통령의 뜻이 실려 있을 것이다. 박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균형잡힌 교과서를 가지고 학생들이
배워야 한다”고 말하는 등 여러 차례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하지만
토론회와 여론조사 등을 통해 이미 판정이 난 사안이다. 계속 밀어붙인다면 국민을 상대로 한 ‘역사 전쟁’이 될 뿐이다. 토론회를
통해 객관적인 근거가 마련됐으니 교육부는 대통령을 설득해야 한다. 이제 그만 소모적인 논쟁을 멈춰야
한다.
<2014-8-27>한겨레
☞기사원문: [사설] 정략적 ‘한국사 국정화’
작업, 이쯤에서 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