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뉴시스】강신욱 기자 = 충북 옥천이 낳은 시인 정지용의 문학 업적을 기리는 지용제는 충북에서는 가장 먼저 1988년부터 시작돼 올해로 27회째 열렸다. 2014.10.06. (사진=뉴시스 DB) photo@newsis.com 2014-10-06
【청주=뉴시스】강신욱 기자 = 대하역사소설 ‘임꺽정’의 작가 벽초 홍명희(1888~1968)의 생애와 문학 업적을 기리는 홍명희문학제가 이념 논쟁에 휩싸인 가운데 충북지역 일부 문학제는 그동안 해당 문인의 이념과 친일 행적 등으로 곤욕을 치렀다.
홍명희문학제는 올해로 19회째지만 홍명희의 고향 괴산에서 개최된 본행사는 7번에 그쳤다.
괴산에서 벗어나서는 주로 청주(10번)에서 열렸고 충북 밖에서도 2002년 서울에 이어 올해는 11일 경기도 파주에서 열린다.
문학제는 해당 문인의 고향에서 열리는 게 일반적이지만 올해로 19년째인 홍명희문학제는 고향에 정착하지 못하고 있다.
홍명희는 1948년 평양에서 열린 남북연석회의에 참석했다가 그대로 북에 남아 6·25전쟁 때 북한 내각 부수상을 지내면서 고향에서 외면당하고 있다.
파주에서 열리는 올해 행사도 애초 파주북소리축제의 하나로 추진됐으나 파주지역 보훈단체의 반발에 부딪혀 개별 행사로 진행될 예정이다.
충북지역에서는 해마다 8개 정도의 문학제가 열린다.
이 가운데는 지방자치단체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행사가 있는가 하면 작가의 과거 행적으로 논란의 대상이 됐던 문학제도 있다.
올해로 27회째 열린 옥천 지용제는 이제 옥천은 물론 충북을 대표하는 문학축제로 자리 잡았지만 초창기에는 시인 정지용(1902~1950)이 납북이냐 월북이냐가 논란이 됐다.
지용제는 정지용이 1988년 해금되면서 창설됐고 국어교과서에 그의 대표 시 ‘향수’가 실리고 1989년 가수 이동원씨와 테너 박인수 교수가 부른 ‘향수’가 대중의 인기를 얻으면서 지용제도 널리 알려졌다.
【보은=뉴시스】강신욱 기자 = 충북 보은 출신 시인 오장환의 문학 업적을 기리는 오장환문학제는 1996년부터 해마다 보은에서 열리고 있다. 2014.10.06. (사진=뉴시스 DB) photo@newsis.com 2014-10-06
보은 출신 시인 오장환(1918~1951) 역시 월북으로 곤욕을 치렀다.
1988년 해금되고 1996년 오장환문학제가 창설됐지만 광복 후 조선문학가동맹에 가담하고 좌익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한동안 이념 논쟁의 중심에 섰다.
진천군이 현재 문학관 건립사업을 추진하는 포석 조명희(1894~1938)도 일제강점기 소련에 망명해 소련작가동맹에서 활동한 전력이 논란을 빚었다.
탄생 100주년인 1994년 포석조명희문학제가 창설돼 올해 20주년을 맞았다.
홍명희·정지용·오장환·조명희 등이 이념 문제로 곤욕을 치렀다면 음성 출신 이무영(1908~1960)의 문학 업적을 기리는 무영제는 친일 논란에 휩싸였다.
일제강점기 농민문학을 개척한 공으로 조선예술상을 받은 이무영은 1943년 친일 소설 ‘토룡’ 등을 발표해 2002년 친일문학인 24인과 2008년 민족문제연구소 친일인명사전에 수록됐다.
음성군이 1994년부터 해마다 무영제에 예산을 지원했으나 2011년과 2012년 음성지역 시민사회단체가 무영제 폐지 등을 요구해 현재 군의 예산 지원이 중단됐다.
충북지역에서는 이밖에 청주 신동문문학제, 충주 권태응문학제, 옥천 유승규문학제 등이 열리고 있고 단재문학제, 정호승문학제, 홍구범문학제는 일회성 행사에 그쳤다.
<2014-10-06> 뉴시스
☞기사원문: 충북지역 문학제 이념·친일로 ‘곤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