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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청천 장군 딸 故 지복영 여사 회고록 연내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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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일 활동 애환 고스란히 담겨…”선조 겪은 힘든 삶 후대에 알리고파”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오전에는 학과공부, 오후에는 농사일하다 보니 군사교육은 새벽이나 저녁 시간에 했다. 목총이나마 진짜 총 못지않게 이용하면서 총을 익히고 체력을 단련했다.”

광복군 총사령관을 지낸 지청천(1888∼1957) 장군의 딸인 고(故) 지복영(1919∼2007) 여사의 회고록이 연내 출간된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지 여사가 생전 쓴 A4 용지 160여 쪽 분량의 회고록과 별세 1년 전 진행된 구술 인터뷰 내용을 바탕으로 회고록 집필 최종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다고 12일 밝혔다.

이 회고록의 육필 원고는 2011년 지청천 장군의 일기와 함께 일본에서 특별 전시를 통해 공개된 바 있지만, 정식 출간돼 독자를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편찬은 지 여사의 두 아들인 이준식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위원과 저술가로 활동하는 이중연씨가 맡았다.

지청천 장군은 일제강점기 중국에서 활동하며 신흥무관학교, 서로군정서, 한국독립군, 한국광복군 등에 몸담은 대표적인 독립투사다. 해방 이후에는 제2대 국회의원을 지내기도 했다.

지 여사 역시 1924년 가족과 함께 지 장군이 활동하는 만주로 떠나 지린성, 난징, 광저우 등지로 옮겨다니며 독립운동을 펼쳤다. 특히 1940년 9월에는 여성의 몸으로 광복군에 입대해 기관지 ‘광복’을 발간했다.

회고록에는 이처럼 항일 활동을 하며 겪은 애환이 고스란히 담긴다.

그는 매년 찾아오는 경술국치일을 두고 “8월 29일은 우리 민족의 가장 부끄러운 나라 잃은 날로, 이날은 어느 집을 막론하고 굴뚝에 연기가 오르지 않았다”며 ‘경술년 추팔월 이십구일은/ 조국의 운명이 떠난 날이니/ 가슴을 치면서 통곡하여라’고 당시 불렀던 한 맺힌 노래를 회고했다.

만주에서 병을 얻어 세상을 뜬 이름 모를 아낙의 장례식에서 불렸다는 상여 노래 역시 당시 우리 민족이 겪은 설움을 잘 보여준다. “동해 섬 중 오랑캐가 잔꾀와 총칼로써 우리 땅 우리 권리 송두리째 앗아가고 오천 년 우리 문화 더러운 발로 유린했네.” 지 장군이 만주 벌판을 달리며 독립운동에 매진하는 통에 아버지의 얼굴조차 구경하지 못했던 여사의 어린 시절도 엿볼 수 있다. 지 여사는 “아버지 얼굴은 모른 채 사진 속 아버지 얼굴만 기억했다”며 “거리에 지나가는 말 탄 사람을 보고도, 양복을 입고 점잖게 지나가는 분만 봐도 ‘아버지 온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준식 연구위원은 “우리가 누리는 삶은 선조가 겪은 힘든 삶의 연장선에 있다는 것을 역사 교육 차원에서 젊은 세대에게 알리고 싶었다”고 출간 계기를 밝혔다.

또 “내가 기억하는 어머니는 의지가 강하고 통이 큰 분”이라며 “평소 ‘이름 석 자도 남기지 못한 무명의 독립운동가들이 많은데, 그분들에게 늘 죄송스럽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tsl@yna.co.kr

<2014-10-12> 연합뉴스

기사원문: 지청천 장군 딸 故 지복영 여사 회고록 연내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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