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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징용자 고령화…보상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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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수임료·장기소송 불구 선뜻 앞장

“日식민지배史 청산위한 새협정 필요”

과거 국가가 지켜주지 못했던 이들을 위해 법정에 서는 일명 ‘과거사 전문’ 변호사. 일제치하 강제 징용 피해자들이 피해를 배상하라며 미쓰비시 중공업, 신일철주금 등 일본 기업들을 대상으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는 장완익 변호사(51ㆍ법무법인 해마루)라는 공통분모가 있었다.


지난달 30일 어린 여학생들을 ‘공부를 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며 유인해 하루 10시간이 넘는 노동을 강제한 후지코시를 상대로 15억원 배상 판결 얻어낸 것도 그였다. 고령의 피해자들과 시작한 또 다른 어려운 싸움. 가장 걱정했던 것은 무엇보다 ‘시효’ 문제였다. 손해배상 청구의 경우 불법행위가 발생한 날로부터 10년 내에, 혹은 그것을 알게 된 날로부터 3년 내에 제기해야 하는데 일제 강점기나 전쟁 시기 피해에 대해서는 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패소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특수성 때문에 최대한 빨리 소송에 나서야 하는 그로서는 늘 마음이 급하다. 지난해 역사정의 실현, 민족사 정립, 친일청산 등에 기여한 개인과 단체에게 수여하는 ‘임종국상’ 수상자로 선정됐을 때도 기쁨과 함께 초조함이 밀려왔다. 

“책임감이 남달라지니까요. 소송을 제기하신 분들이 상당히 고령이라는 점도 어깨를 무겁게 하는 중요한 이유죠.”



실제로 미쓰비시 중공업을 상대로 소를 제기했던 피해자들 모두, 신일철주금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던 피해자 중 두 명은 선고 결과를 지켜보지도 못한 채 이미 세상을 떠났다. 확정 판결까지 수년 씩 걸리는 경우가 예사라는 점을 생각해 볼 때 힘겹게 소송에 참여하는 피해자들을 보는 장 변호사의 마음은 한층 무겁다.


장 변호사가 ‘과거사 전문’ 변호인으로 살아가면서 감수해야 할 부분은 또 있다. 다름 아닌 수임료. 장 변호사는 맡고 있는 과거사 사건들이 법원에서 승소 확정 판결을 받아서 원고 측이 배상을 받거나, 상대방이 그것에 따르지 않을 경우 강제 집행이 이루어진 차후에야 수임료를 기대해 볼 수 있다. 우리나라 법원에서 일본 기업들을 상대로 승소했다 해도 일본에서 패소했다면 일본 내 재산으로 배상을 기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도 필요한 일이니 감수해야지요. 현실적으로 과거사 재판을 진행할 변호사 분들이 많지 않은 것도 사실이고요.”


이런 그가 향후 바라는 것은 대단치 않다. 수십 년을 끌어 온 피해자들의 고통이 조금이라도 보상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기를 바랄 따름이다.

“내년이면 해방된 지 70년, 한국과 일본이 수교한지 50년이 됩니다. 식민지배 청산을 위해서 하루빨리 기존 청구권협정을 대체할 새로운 협정을 체결해 한ㆍ일 양국 사이의 해묵은 문제를 마무리 지어야 해요. 그것이 피해자들을 위한 최선의 길이니까요.”

이수민 기자/smstory@heraldcorp.com

<2014-11-7> 헤럴드경제

☞기사원문: <이 사람> “日징용자 고령화…보상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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