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축배, 우리 정부는 변명에 거짓말까지…”
공사 입찰공고를 낸 지 열흘 만에 돌연 이를 취소했다. 이례적인 일이다. 공사명은 ‘독도입도지원센터 신축공사’. 독도에 대한 실효적 지배를 강화할 목적으로 5년 전부터 추진해 온 공사가 입찰공고까지 나간 뒤에 갑자기 백지화된 것이다.
독도입도지원센터 공사.. 5년간 미적미적 어물어물 이러더니
독도입도지원센터 건립이 결정된 건 2008년. 영유권 주장 등 일본의 역사왜곡이 기승을 부릴 때였다. 이명박 정부는 실효적 지배를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자 독도 방문객이 쉬거나 대피할 수 있는 공간과 발전기, 담수화 시설을 갖춘 지상 2층 규모(약 200평)의 건물을 100억원을 들여 짓겠다고 발표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당시에도 국민감정을 외면할 수 없어 할 수없이 내놓은 ‘국내용’이라는 비난이 있었다. 실제로 그랬다. 문화재청은 독도가 천연보호구역이라는 점을 들어 경관 훼손 우려가 있다며 허가를 내주지 않고 3년간 버티기에 들어간다. 2011년 들어 한일관계가 악화되고 일본의 독도 망언이 계속되자 그때서야 문화재청은 마지못해 허가를 내준다. 그 후에도 정부는 미적거렸다. 지난해 겨우 예산이 배정됐지만 실행 직전에 입찰 취소 조치를 취하며 계획을 백지화한 것이다.
반발 여론이 일자 정부가 나섰다. 해명이 아니라 변명, 그것도 부족해 거짓말까지 했다. 국무조정실은 공사 취소가 아니라 보류라며 “안전관리, 환경문제, 문화재경관 등과 관련해 추가 검토가 필요해서 취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일본을 의식한 저자세 외교가 아니라고 강조했지만 이 말에 동의할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 이미지출처=’사람과 세상 사이’블로그, YTN
일본은 축배 우리 정부는 변명에 거짓말까지
또 검토가 필요하단다. 5년 동안이나 검토가 진행되다 결정된 사안이다. 차고 넘치도록 검토할 시간을 가졌는데 또 무엇을 검토하겠다는 건가. ‘검토’라는 말로 계획 자체를 뭉개려는 수작이다. 취소 조치에 따른 파문을 우려해 총리실이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후속대책까지 논의했단다. 후속대책에는 ‘독도 입도시설 취소 논란이 이슈화되지 않도록 지역 국회의원과 도의원 등에게 초기 대응하라’는 내용도 들어있었다. 검토할 게 남아있는 것이 아니었다. 국민여론을 살필 일만 남았던 것이다.
입도 시설 공사 취소 소식이 전해지자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독도는 역사적으로 보거나 국제적으로 비춰봐도 일본의 고유 영토”라며 “한국정부가 공사를 중단한 것은 일본의 주장을 받아 들인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일본 언론들은 ‘일본 외교의 승리’라는 기사를 내보내며 자축했다.
일본정부가 ‘승전가’를 부르는 동안 주무부처인 외교부는 앞뒤 안 맞는 변명과 거짓말만 늘어놓았다. 윤병세 외교부장관은 국회에 나와 “독도는 우리 고유영토이니 이용과 관리는 주권적 관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입도시설 공사 취소에 대해서는 “안전, 환경, 경관 등의 이유도 중요해 총리실이 입찰 공고를 취소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말과 행동이 완전 딴판이다. 독도의 이용과 관리는 주권적 사항이라고 말 하면서도 입도지원시설 공사를 해서는 안 된다고 손사래 친다. 독도 방문객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 필요한 시설 아닌가. 우리 국민이 이용할 편의시설을 우리 땅에 짓는 일이다. 연간 25만 명이 찾는 독도에 작은 규모의 안전·편의시설조차 세우면 안 된다고 우기는 이유가 뭔가. 변명 말고 진짜 이유를 대란 말이다.
▲ <독도 입도 제한 완화 이후 방문객 크게 늘었지만 안전-편의 시설은 엉망> / 이미지출처=’사람과 세상 사이’블로그
정부 의식 속 대일 저자세 외교 똬리 틀어
차라리 솔직하게 ‘일본 눈치가 보여서’라고 말해라. 국민 중에는 아직도 독도 문제가 국제 이슈가 돼 국제해양재판소에 회부되지 않도록 일본을 자극하지 않는 ‘조용한 외교’가 우리에게 이롭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진보언론도 가끔 오판을 해 ‘조용한 외교’를 주장하는 기사를 내보내기도 한다.
‘독도는 이미 우리 영토이니 일본이 뭐라고 하든 가만히 있으면 된다’는 말하는 사람들. 이들 의식 속에는 ‘일본이 독도문제를 국제해양제판소로 끌고갈 경우 우리에게 불리하다’라는 패배의식과, ‘실효적 지배를 강화하는 조치를 취할 경우 일본을 자극하게 된다’는 저자세가 똬리를 틀고 있다고 봐야 한다. 독도 문제를 국제재판소에 제소할 구실을 주게 된다며 공사 취소를 강력하게 주장한 장본인은 다름 아닌 윤병세 외교부장관이다. 박 대통령의 재가를 얻어 공사 취소를 밀어붙였을 것이다.
논란을 떠나 생각해 볼 게 있다. 독도에 방문객 편의시설이 필요할까? 현실적 측면에서 살펴보고 필요하다면 건설하면 그만이다. 필요하지 않다면 공사계획을 보류하든가 취소하면 된다. 우리 영토 아닌가. 누구의 눈치 볼 필요없이 우리의 상황에 맞춰 공사 여부를 판단하자는 얘기다.
일반인의 독도 입도는 한동안 제한돼 왔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까닭이었다. 2005년 노무현 정권 때 유홍준 문화재청장에 의해 입도 제한조치가 완화돼 일반인이 방문할 수 있게 된다. 독도 운항 첫해부터 방문객이 큰 폭으로 증가해 2007년 10만명을 넘어섰고 2013년에는 25만 명 이상이 독도를 찾았다. 1일 허용 방문객수는 1880명. 6척의 여객선이 운항 중이며 그간 누적 방문객수는 123만3644명(2013년까지)에 달한다.
▲ 이미지출처=’사람과 세상 사이’블로그
연 25만 방문 안전·편의시설 필요하면 지으면 그만
방문객수로만 봐도 명소임이 틀림없다. 크게 증가하는 방문객에 비해 쉴 수 있는 편의시설은 엉망이다. 하루 숙박은커녕 한두시간 쉴 수 있는 시설조차 없다. 학술조사, 취재 등 특수한 목적 외에는 단 하루도 체류할 수 없다. 편의시설이 없다보니 방문객 안전에도 문제가 된다. 독도가 연간 25만명 이상이 찾는 관광지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방문객을 위한 안전·편의 시설 건설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정부의 해명이 공사 취소의 이유가 될 수 없다. 국민 수십만이 찾는 의미 있는 명소에 일본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안전·편의 시설조차 짓지 못한다면 어찌 주권국가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박근혜 정부는 독도가 우리 땅이 아니라는 것을 전세계에 홍보라도 할 참인가.
박 대통령의 태도가 모호하다. 위안부 문제보다 더 중요하고 우선시돼야 하는 게 독도 문제인데 위안부 문제만 지적할 뿐 독도 얘기가 나오면 숨을 죽인다. 왜 우리 영토에 국민이 필요로 하는 집 한 채조차 짓지 못하게 막는 건가. 공사 포기라니. 친일의 그림자가 독도를 덮었다. (☞국민리포터 ‘오주르디’ 블로그 바로가기)
<2014-11-07> go발뉴스
☞기사원문: “입도공사 포기, 친일의 그림자 독도를 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