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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파 김백일’, 상무대에 강감찬·이순신·안중근 동상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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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시민사회 “체제 지켜낸 전쟁영웅이라도 친일행적 지울 수 없다”



광주지역 시민사회단체가 1일 오전 광주 첨단 정부합동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보훈처에 ‘친일파 김백일’ 현충시설 지정 철회와 기념물 철거를 촉구하고 있다.ⓒ근로정신대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광주는 최근 친일파 김백일의 이름이 학교·공원·도로 등에 사용된 것이 뒤늦게 알려져 파문이 거세다. 2009년 11월 대통령 소속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발표한 일제 강점기 친일반민족행위자(친일파) 704명 명단에도 포함된 김찬규가 ‘호국영웅 김백일’로 뒤늦게 알려져 파문이 인 것.


광주 서구에 학교·어린이공원·도로명·지구명 등 친일파 딴 이름 곳곳에


광주 서구의 한 초등학교, 어린이공원, 도로명 등에까지 ‘백일’이란 명칭이 쓰이고 있고,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회관이 이전한 주소도 ‘백일로’다. 게다가 서구 화정4동 백일지구는 90~92년에 택지개발이 이뤄졌다. 광주시에 따르면, 백일지구의 ‘백일’은 택지개발 전 이곳에 위치해 있던 백일사격장에서 따온 것이다.


이처럼 ‘백일’이라는 이름은 일제 강점기 독립군 토벌부대 주축인물이었던 친일파의 이름에서 유래됐다.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발간한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 보고서’에 따르면, 김백일 장군은 만주 일대 독립군을 토벌하기 위해 창설된 독립군 토벌부대 ‘간도특설대’에서 활동했다.


친일인명사전에 기록된 김백일 장군의 친일행적 등을 살펴 보면, 간도특설대는 일제가 패망·해산할 때까지 간도지역 등에서 독립군 토벌작전을 모두 108차례 벌였고, 이들에게 살해된 항일무장세력과 민간인은 172명에 이른다.


당시 그의 본명은 ‘김찬규’였다. 그는 해방 뒤 월남하면서 “세상이 다 붉은 색으로 물들어도 나 혼자만은 반공에 입각해 청천백일과 같이 살겠다”는 뜻으로 김백일로 개명했다.


이처럼 친일파의 이름 사용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광주지역 시민사회단체는 국가보훈처를 상대로 김백일에 관한 현충시설 지정 철회 및 동상 등 기념물 철거를 촉구하고 나섰다.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사업회, 민족문제연구소 광주지부,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 하는 시민모임, 광주·전남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4.19 전국 통일 의병대,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광주전남본부, 광주시민단체협의회 등이 나섰다.


“보훈처, ‘친일파 김백일’ 관련 현충시설 지정 철회·기념물 철거하라”


광주 시민사회단체는 1일 오전 10시 첨단 정부합동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친일 반민족 행위자 김백일의 이름을 딴 지명의 개명 운동에 발맞춰 국가보훈처는 그와 관련한 모든 현충 시설 지정을 즉각 취소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임추섭 광주교육희망네트워크 상임대표, 김순흥 민족문제연구소 광주지부장, 장헌권 광주NCC 회장을 비롯해 20여명이 함께 했다.


이들은 “김백일은 해방 이후 간도특설대 당시 자신의 본명인 김찬규를 김백일로 바꾸고 월남해 군 요직을 두루 거치면서 북진 공격의 선두주자로, 흥남철수 작전의 공로로 대한민국을 공산주의로부터 지켜낸 전쟁 영웅으로만 미화되어 왔다”며 “대한민국 체제를 수호해 낸 전쟁 영웅이라 할지라도 그가 일제강점기에 자행했던 수많은 잔인무도한 행적마저 지울 수는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민족을 등지고 친일행위를 한 인사에 대해 후세가 반민족 행위를 한 과거를 가린 채 전쟁 영웅으로만 부각시키니 어떻게 바른 역사를 후세에 물려줄 수 있겠는가”라고 개탄하면서 “공과를 따진 객관적인 사실에 기초하지 않고 허물을 덮어놓은 채 공만을 부각시켜서 역사 정의를 이룰 수는 없다”고 단언했다.


끝으로 △친일 반민족 행위자 김백일과 관련된 모든 현충 시설 지정 철회 △친일 반민족 행위자 김백일과 관련된 모든 추모 시설 철거 등을 국가보훈처에 촉구했다.


김백일 문제와 관련해 지역에서 가장 먼저 문제를 제기했던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에 따르면, 육군보병학교(장성 상무대)는 강감찬 장군, 이순신 장군, 안중근 의사와 함께 친일반민족행위자 김백일의 동상을 세워 학교 상징물로 추앙하고 있으며, 국가보훈처는 이를 현충시설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이에 ‘오른손으로는 항일독립지사를 왼손으로는 항일독립지사를 토벌하던 친일인사를 현충시설로 관리하고 있는 어처구니없는 짓을 하고 있다’는 비아냥이 국가보훈처와 육군보병학교를 향하고 있다.

<2014-12-01> 민중의소리

☞기사원문: ‘친일파 김백일’, 상무대에 강감찬·이순신·안중근 동상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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