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 내무부 장관을 지낸 윤치영(1898~1996년)의 독립유공자 서훈이 법원 판결로 취소됐다.
서울고법 행정9부(이종석 부장판사)는 윤 전 장관의 후손이 “독립유공자 서훈 취소가 부당하다”며 국가보훈처장 등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스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11일 밝혔다.
윤 전 장관은 1919년 일본 도쿄에서 2·8 독립선언에 참여하고 192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구미위원부 의원을 지낸 공로가 인정돼 1982년 건국포장을 받고,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았다.
▲대한민국 초대 내무부 장관을 지낸 동산 윤치영. 제헌의원을 포함해 5선 의원, 국회부의장, 서울시장, 공화당의장 등을 거쳤던 인물로 윤보선 전 대통령이 그의 조카가 된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그러나 2009년 민족문제연구소가 발간한 ‘친일인명사전’에 그가 1940~1942년 매일신보에 일제 침략전쟁을 찬양하는 글을 게재하고 1941년 황국신민화운동을 전개했으며, 일제의 침략전쟁에 협력했다는 등의 친일행적이 실리면서 논란이 일었다.
국가보훈처는 2010년 11월 독립유공자 서훈 취소 심사위원회를 개최했다. 이듬해 국무회의를 거쳐 서훈 취소를 결정했다. 이후 대통령 결재를 거쳐 국가보훈처장이 유족에게 서훈 취소 통보를 했다.
유족들은 친일 행적으로 거론된 행위들은 일제의 강요에 의한 불가피한 행위였고, 일부 친일행위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독립운동 공적 사실이 있으므로 서훈 취소는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다.
1심은 서훈 취소권이 대통령에게 있음을 전제로 국가보훈처장 명의로 서훈 취소를 통보한 것은 권한 없는 행위라며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서훈 취소 결재는 대통령이 했기 때문에 대통령 명의로 서훈 취소 통보를 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 절차상 하자가 있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서훈 취소의 전반적인 취지 등을 고려하면 처분명의자가 대통령으로 표시돼 있지 않더라도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거쳐 서훈을 취소했음을 대외적으로 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서훈취소 처분이 객관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윤 전 장관이 1919~1937년 독립운동을 했다고 하더라도 1940년경 일제의 침략전쟁을 찬양하는 글을 게재하고 친일단체에 가입해 활동한 사실이 객관적으로 확인된다”며 “이에 따라 서훈 취소 처분을 내린 것은 적법하다”고 밝혔다.
▲‘시일야방성대곡’을 쓴 장지연 |경향신문 자료사진
앞서 ‘시일야방성대곡’을 쓴 장지연 전 황성신문 사장(1864∼1921년)의 유족도 친일 행적을 이유로 서훈이 취소당하자 소송을 낸 바 있다. 1·2심 재판부는 윤 전 장관 사건의 1심과 마찬가지로 국가보훈처에서 서훈을 취소할 권한이 없다며 유족들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대법원은 대통령 결재로 서훈 취소 효력이 발생했다고 보고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현재 파기환송심 심리가 진행중이여서 장 전 사장의 서훈도 취소될 것으로 보인다.
<2015-01-11> 경향신문
☞기사원문: 초대 내무부 장관 윤치영 독립유공자 서훈 취소..장지연도 취소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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