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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가희] 윤제균 감독에게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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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시장> 윤제균 감독에?게 묻다!

김가희(My On 정치미학연구소)

지난 1월 4일 영화 <국제 시장>을 봤다. 개인적으로 가족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도 있지만, 이미 나와 있는 영화 평을 대충 살펴보고 나니 그다지 영화를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어느 기사였는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민주화가 빠진 산업화 이야기다’라는 평을 읽었고, 영화에 대한 홍보 영상들을 보니 그러한 평이 일면 타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중 지난 토요일 아침에 갑자기 엄마로부터 전화가 와서 <국제시장>을 보고 싶으니 예매를 하란다. 참고로 나의 어머니는 작년에 일흔을 넘기셨다. 해방둥이보다 일년 앞서 태어나셨으니 대충 해방둥이라 해 두자.

엄마의 흔치 않은 요구는 당연히 딸로서 들어줘야 하는 일이라, 엄마 집에서 가까운 대형극장에 예매를 하려했는데, 맨 앞좌석 몇 군데 빼고 이미 다 예매가 끝나서, 집에서 가까운 구립 극장에서 영화를 보기로 했다.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볼 때 멀티플렉스를 이용해서인지, 우리 동네 영화관은 시설이 괜찮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항상 한산하다. 그러나 평소 극장의 모습과 다르게 이날 <국제시장>은 거의 전 좌석이 찼으며, 영화를 보기 위해 와서 기다리는 시간 동안 사람들로 나름 북적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영화의 제목은 <국제시장>이지만, 영화 시작할 때 부제목이라 할지 영어 제목이라 할지 모르겠는 “Ode to My Father” 이란 다른 제목이 나왔다. <국제시장>이란 제목이 국제시장이 가지는 사회적, 역사적, 정치적 맥락에 대한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제공한다면, ‘나의 아버지에게 바치는 헌사’로 설정한 또 다른 의미에서의 이 영화는 처음부터 개인의 이야기, 개인의 가족사란 점을 강조한다. 윤제균 감독의 아버지의 이야기는 개인적인, 사적인 이야기이지만 이 아버지는 국제시장을 터전으로 살아간 사람들, 그리고 국제시장을 오고간 사람들, 즉 평범한 사람들의 공통의 감각을 분명 담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의 엄마가 이 영화를 보고 싶어 한 이유 또한 윤제균 감독의 아버지 이야기를 6.25전쟁을 겪고, 현재까지 살아 온 자신의 세대에 대한 이야기로 느끼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 엄마 시대의 특징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엄마는 정치적인 문제에 매우 관심이 많다. 특히 대통령이나 몇몇 정치인들의 행보는 엄마에게 중요하다. 엄마에게 김무성 씨나 문재인 씨가 이 영화를 봤다는 사실은 이 영화에 대한 호감도를 올리는데 큰 역할을 했음에 틀림없다. 엄마는 본인보다 나이가 어린 문재인 씨가 6.25전쟁에 대해 뭘 알겠느냐고 말하며, 간접적으로 문재인 씨를 “디스”한다. 엄마의 정치적 성향은 그 세대의 많은 사람들처럼 우파라고 부르기도 뭐한,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기득권 지지층”이라 할 수 있을까? 간단히 말해 새누리당 지지자들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새누리당으로 그 이름을 바꿔올 때까지 그 당의 중심세력은 바뀌지 않았다.

영화를 다 보고 식사를 하면서, 영화에 관련한 얘기를 하다가 아버지는 갑자기 좌파들이 친일 문제를 문제 삼는 것이 잘못이라고 말한다. 박정희를 다까끼 마사오라고 부르며 좌파들이 난리인데, 그 당시 살았던 사람들 중에 친일 안 한 사람이 어디 있으며, 일본에 유학 안 갔다 온 지도자들도 없고, 본인이나 엄마도 일본 이름이 있는 데 그런 것까지 문제면 어떻게 하냐고 말씀하신다. 문제의 핵심을 빗겨나가는 수사법이다. 박정희가 다까끼 마사오라는 이름이 있다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출세를 위해 기꺼이 나라와 민족을 탄압했었던 그의 행적이 문제인 것이 아닌가? 친일을 한 사람이 반성하고 조용히 살면 누가 뭐라 하겠는가? 과거의 일에 대해 반성 없이 한 때 나라를 팔아먹어도 괜찮다는 사람들에게 나라의 운명을 맡겨야 하는 사실이 문제인 것이다. 이렇게 문제의 핵심을 비껴가면서 그것을 보지 않는 사실은 확실히 과거 친일하고 지금까지 정치의 중심에 있는 사람들을 위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 사실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아버지의 친일과 관련한 좌파에 대한 문제제기야 말로 현 우파라 할 수 있는 집단들의 아킬레스건인가보다. 우파들은 자기네가 불리한 점조차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적반하장의 달인들이다. 아버지의 논리는 대부분 조선일보, 월간조선, TV조선에서 온 것이다. 그들의 논리가 곧 아버지의 논리이다. 좌파들이 이 나라의 가장 큰 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이 시대에, 우파들은 좌파들이 <국제시장> 같은 영화마저 정치적으로 비난한다고 난리다. 우파들은 자신들만이 정치에 대해 말해야한다고 믿는다. 다른 세력들이 얘기하는 정치는 다 볼온한 것으로 이 나라에 해로운 것이라 믿는다.

대충 영화를 보고, 맛있는 저녁을 먹고 이데올로기적으로 충돌하는 장을 대충 얼버무려 넘어가며 화목한 가족인 것처럼 하루를 마무리하고 나는 <국제시장>에 대해 시간이 되면 글을 써봐야지하는 생각을 했다. 글쓰기는 며칠 동안 미뤄두고 있었는데, 오늘 ‘다음’의 소셜픽에 ‘손석희·윤제균’이라는 검색어를 우연히 보게 되어 클릭해 보았다. 윤제균 감독의 말대로라면 <국제시장>은 정치적인 얘기를 배제하고 자신의 아버지와 가족에 대한 매우 사적인 얘기를 한 것이다. 많은 평론가들이 지적한 부분을 윤제균 감독이 정확히 그것이야말로 자신의 의도였다고 말하고 있다. 이렇게 정치적 얘기를 빼고 영화를 만든 의도는 순수한 것이며, 이렇게 순수한 자신의 영화가 왜 정치적으로 회자되는지 이해못하겠다는 듯이 말한다. 윤제균 감독은 그렇게 순진한 사람인가? 그에게 묻고 싶다. 가족영화로 상업적 성공을 하려는 그의 의도는 왜 정치적 이야기를 배제했는가? 이 질문이 바로 정치의 핵심인데 그는 이 사실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는가?

나는 [해럴드경제] 기사를 봤는데, 그 기사는 “윤제균 감독이 8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국제시장’을 둘러싼 정치적 논란과 관련해 입을 열었다”로 시작한다. 윤제균 감독은 지난 6일 손석희 앵커에게 정치적 논란에 따른 부담 때문에 지금까지 인터뷰를 하지 않았다고 말하며, 그가 영화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소통과 화합이었다고 한다.

나는 윤제균 감독에게 묻고 싶다.

소통과 화합을 얘기하고 싶었다고 했는데, 소통과 화합을 이야기 하려면, 그 이전에 어떤 불화와 소통의 부재를 상정했을 것이다. 그것은 무엇인가? 당신은 아마 선거 때마다 세대 간의 갈등으로까지 확대되어가는 정치적 차이에 대해 알고 있었을 것이다. 아버지 세대에 대한 오마주가 있다면, 분명히 그들에 대한 역사적 정당한 평가 부분도 있을 것이라는 점을 생각해보지 않았단 말인가?

왜 당신은 당신의 영화가 정치적으로 논란이 되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는가?

사실 영화의 흥행을 위해서 영화에 대한 정치적 논란이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당신은 “정작 영화를 보신 분들은 그렇게 생각 안 하시는데, 평론가 정치가 분들이 다르게 보셔서 제가 어떤 말을 해야 할지를 몰랐다”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영화라는 매체의 특성상 의도와 해석의 차이에서 오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 영화라는 건 사람들마다 시각이 다르니까 논란이 있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당신은 평론가, 정치가들이 영화를 보는 방식과 평론가나 정치가들이 아닌 사람들이 영화를 보는 방식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뭐 그럴 수도 있겠다. 평론가가 아닌 일반인들이 영화를 보는 방식이 정치적인 문제를 생각하지 않는다는 당신의 생각은 타당한 것인가? 당신 말을 뒤집어보면, 당신은 그런 일반인들이 당신 영화를 정치적인 의식 없이 보면서 웃다가 눈물 흘리다 극장을 나가면서 아 재밌다 이렇게 하기만을 바랬던 것이 아닌가?

당신은 또 이렇게 말했다. “다만 감독의 의도에 대해 묻는다면 ‘국제시장’은 거시적인 현대사에 대한 정치적 역사적 의식을 갖고 출발한 게 아니라 고생하시다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감사를 드리고 싶어 만든 영화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정치적 역사적 의식이 부재하다고 말한 평론가들이야말로 당신의 의도를 정확히 읽어낸 것이다. 자신의 의도가 너무 노골적으로 들켜서 민망한 것인가? 아니면 당신의 정치적 역사적 의식이 없어야 영화가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드러나 낯이 뜨거웠는가? 요즘 세대에 상업적 성공을 위해서라는데, 그 정도는 많은 사람들이 그럴 수 있겠다고 봐줄 것이다. 다만, 평론가들의 그런 평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하는데 정말 몰랐는가?

정말 몰랐다면, 앞으로 영화에 대해 좀 더 진지하게 고민해주기를 바란다. 작품을 만들 때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빼는지, 어떤 것을 말하지 않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영화를 만드는 감독으로서 정말 생각해본 적이 없는가? 당신은 정치를 혐오하는 사람들이 가장 정치적인 사람이라는 사실을 정말 모르는가? 당신은 따지지 말고 그냥 편하게 살자고 말한다. 자신이 만든 영화를 800만 이상의 사람들이 봤는데, 그냥 순수하게 너그럽게 봐달라고 한다. 그러나 나는 영화라서, 그것도 800만 이상의 사람들이 본 영화라서 더더욱 그것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꼼꼼히 따져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영화를 만드는 감독으로서 윤제균 감독이 이번 영화를 통해 제기되는 여러 문제점들에 대해 잘 생각해보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글이 다소 거칠다. 깊은 생각 없이 윤제균 감독의 의도를 잘못 이해하고 글을 썼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최소한 정치라는 이름이 혐오감 없이, 두려움 없이 이야기되면 좋겠다는 바램으로 이 글을 쓴 것 같다.

* 르데바(www.ledebat.or.kr)에도 실린 글입니다.

<2015-01-16> 문화를 생각하는 사람들

기사원문: ?[김가희] <국제시장> 윤제균 감독에게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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