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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가들의 평화정신 되새기는 공간으로 만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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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독립운동가 인명사전’ 편찬 윤주경 독립기념관장


▲ 소통 넓혀가는 첫 여성 관장… 강추위 속 독립운동 사적 답사

“독립운동은 역사며 미래 가치… 기념관 위상 더 높아지길 희망”


지난 27일 인터뷰를 위해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윤주경 관장(56)을 만나고 있을 때, 광복회 박유철 회장이 찾아왔다. 박 회장은 독립기념관장과 국가보훈처 장관을 잇따라 역임한 우리나라 보훈 분야의 산증인이다. “천안에 내려왔다가 식사나 같이할까 해서 들렀습니다.” 예정 없는 방문이었지만 윤 관장은 반갑게 맞이했다. “잘 오셨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전임 관장님들을 찾아뵙고 고견을 여쭤야겠다고 생각하던 참이었습니다.”

두 사람의 만남은 식사 자리에서 꽃을 피웠다. 박 회장은 “여의도 광복회관 신축을 둘러싸고 회원들 간에 견해가 엇갈려 일을 성사시키는 데 어려움이 컸다”며 자신의 고생담을 들려주었다. 또 20년 전 관장 시절을 회고하며 기념관을 잘 이끌어갈 것을 당부했다. 백암 박은식 선생의 손자와 윤봉길 의사의 손녀인 두 사람은 두 시간 동안 대화를 이어갔다. 박 회장과의 환담으로 인터뷰가 늦어졌지만, 전·현직 관장의 만남은 정겹고 아름다웠다.

윤주경 독립기념관장이 지난 27일 관장 집무실에서 인터뷰를 갖고 “광복 70주년을 맞아 위축된 독립기념관의 위상을 바로 세우겠다”며 그 일환으로 올해 광복절 기념식을 독립기념관에서 개최하고 싶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 독립기념관 제공

윤주경 관장 취임 이후 기념관의 변화를 물으면 많은 이들은 ‘소통 확대’를 꼽는다. 윤 관장은 권위를 내세우지 않고 격의 없이 직원들과 대화한다. 밖에서는 수시로 학술대회, 행사장 등을 찾으며 의견을 듣는다. 박유철 회장과의 대화는 그 생생한 사례라 할 수 있다. 지난해 9월 관장에 임명됐을 때, 박근혜 대통령 캠프 인사여서 낙점을 받았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러나 윤 관장은 “애국이라는 가치를 국민과 공유하기 위해 관장 공모에 참여했다”며 정당한 절차를 통해 임명되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10대 독립기념관장이면서 첫 여성 관장인 그는 자신의 소임을 “애국의 공감대를 넓혀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윤 관장은 지난해 12월 하얼빈, 옌볜 등 만주지역과 난징을 8일간 돌아보았다. 그는 영하 20도가 넘는 매서운 날씨를 헤치며 중국 대륙의 독립운동 사적지를 탐방하면서 “나라를 되찾겠다는 ‘그 분들’의 독립정신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윤 관장은 “오늘의 대한민국은 쉽게 얻어낸 것이 아니다”라며 “독립운동이 과거로 끊나지 않고 현재와 미래의 가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새해 첫날 국민들은 독립기념관에서 진행된 공영방송의 저녁 뉴스를 지켜보았다. 벽두부터 국민의 시선을 모은 독립기념관에 ‘광복 70주년’의 무게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독립기념관이 올해 사업으로 <독립운동가 인명사전> 편찬, 기념관 전시물 교체, 독립운동 사적지 탐방, 한·중 공동 전시·연구프로젝트 시행 등 굵직굵직한 사업을 내놓은 것은 이 때문이다. 이 가운데 올해부터 5개년 계획으로 추진하는 독립운동가 사전 편찬은 올해 기념관이 가장 역점을 두어 추진하는 사업이다.

“몇 해 전 <친일인명사전>이 간행됐지만, 독립운동을 자랑스러운 역사로, 독립운동가들을 자랑스러운 인물로 기록하는 일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독립운동에 대한 학문적 성과가 축적되고 독립유공자가 1만4000여명에 이른 만큼 이들의 생애와 활동, 독립운동 역정을 정확히 기록할 것입니다. <독립운동가 인명사전> 편찬은 민족 자긍심을 고취하고 대외적으로는 평화와 자유를 추구했던 독립정신을 인식시키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윤 관장은 그렇다고 항일투쟁과정에서 희생된 무명의 독립운동가들이 잊혀져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윤 관장은 “독립운동에 참여했음에도 후대에 기억되지 못하거나, 이름이 잊혀진 인물들의 활동은 전시물을 교체할 때 적극 반영하고, 연구에서도 여기에 중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독립기념관은 올해로 개관 28주년을 맞는다. 개관 초기만 해도 광복절 기념식 등 많은 정부 행사가 기념관에서 열린 데 비춰 볼 때 최근 기념관의 위상이 상대적으로 위축된 것도 사실이다. 이에 대해 윤 관장은 광복 70주년이 독립기념관을 다시 세우는 계기가 되길 희망했다. 그는 ‘천안 독립기념관장’이 아닌, ‘대한민국 독립기념관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한다면서 연간 150만명이 찾는 명소에 걸맞게 독립기념관의 위상을 높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윤 관장은 “올해 광복절 기념식이 70주년에 걸맞게 독립기념관에서 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 관장은 인터뷰 내내 국민과 함께하는 독립기념관을 강조했다. “지금까지 기념관은 주로 독립 투쟁상과 영웅적 인물을 조명해왔습니다. 앞으로는 독립운동가들의 평화 정신을 되새기고 독립운동의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국민이 문을 연 독립기념관, 앞으로도 국민과 함께 만들어갈 것입니다. ”

<2015-01-29> 경향신문

기사원문: “독립운동가들의 평화정신 되새기는 공간으로 만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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