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서울 중구청에 구입비 120만원씩 지원 일괄 신청하기로
서울 중구의 일부 초등학교 교장들이 집단적으로 교학사의 <한국사대사전>을 학교에 비치해 역사 수업 보조교재로 사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2013년 4월 교학사가 출간한 10권짜리 이 책은 제주 4·3 사건을 ‘폭동’으로 규정하고 친일·독재를 미화해 역사왜곡 논란이 제기된 책이다. 서울 중구 ㄱ초등학교 교장은 10일 경향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지난달 중부교육지원청 학교급식 관련 연수에서 만난 중구청 관내 교장들 사이에서 구청 지원을 받아 <한국사대사전>을 구매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얘기가 나와 교장들의 동의를 받아 일괄 신청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ㄴ초등학교는 지난 6일자로 작성한 사업계획서에서 5~6학년 학생 330명을 대상으로 ‘한국사 교수·학습 자료 구입’ 명목으로 지원금 120만원을 중구청에 신청키로 했다. 계획서는 “한국사 교육에 중추적인 역할을 할 한국사 교수·학습 자료를 구입해 바른 한국사 의식을 고취시킬 수 있음”이라고 사업 목적을 밝히고 있다. 현재 중구 4개 초등학교가 신청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의 대표집필자인 권희영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가 근대사 부문 집필에 참여한 <한국사대사전>은 출간 직후부터 역사왜곡 논란에 휩싸여 있다. 이 책은 제주 4·3 사건을 ‘제주도 전역에서 남조선노동당 계열의 민간유격대들이 남한만의 단독정부 수립에 반대하여 일으킨 폭동사건’으로 규정하며 군경에 의한 민간인 학살은 언급하지 않고 사망자들을 일방적으로 폭도로 몰았다. 책은 이승만 전 대통령이나 5·16, 유신 등도 미화하는 해석을 담고 있다. ㄴ초등학교 한 교사는 “지금이 유신시대도 아니고 도서선정위원회 논의를 거치지도 않고 극우성향의 책을 구매하겠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교사들을 무시하는 행태”라고 말했다.
중구청 관계자는 “학교에서 방과후학교 강사비나 도서구입비 등을 신청하면 교육경비보조금을 지원한다”며 “신청이 오면 검토해보겠다”고 밝혔다.
<2015-02-11>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