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유치환 시인, 이원수 아동문학가.
박태일 교수 ‘…부왜문학’ 펴내
유치환 5편·이원수 5편 분석
“항일세력 죽음 능멸하는 등
식민 시대 제 이득만 꾀해”
<깃발> <행복>의 시인 유치환(왼쪽 사진)과 <고향의 봄>의 이원수(오른쪽)의 친일 문학을 규명한 연구서가 나왔다. 박태일 경남대 국문과 교수는 새로 낸 책 <유치환과 이원수의 부왜문학>(소명출판)에서 이 두 문인의 친일 작품을 공개하면서 이들에 대한 역사적·문학적 평가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2004년에 낸 책 <경남·부산 지역문학 연구 1>에서 이 두사람과 소설가 김정한 등 세 문인의 친일 혐의를 제기한 바 있다.
새로 낸 책에서 박 교수는 유치환(1908~1967)이 1940년대 전반기 만주 체류 때 쓴 시 네편과 산문 한편에 친일 혐의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 가운데 “이 적은 가성(街城) 네거리에/ 비적(匪敵)의 머리 두 개 높이 내걸려 있도다” “질서를 보전하려면 인명도 계구(鷄狗)와 같을 수 있도다”라는 구절이 나오는 <수(首)>라는 작품은 항일 세력으로 추정되는 이의 죽음을 반대쪽에 서서 능멸하며 “타자의 ‘생명’에 대한 잔혹한 가학심리까지 내보이고 있”다고 박 교수는 비판한다.
이와 함께 “‘대동아전쟁’ 승리와 ‘대동아공영권’이라는 새 음악 건설, 새 미래 건설, 그것을 짊어지고 나갈 새 세대의 도래”라는 주제를 담은 <전야>와 “아세아의 산맥 넘에서/ 동방의 새벽을 이르키다”라는 구절이 포함된 <북두성> 역시 친일 작품으로 읽힌다고 그는 파악했다.
박 교수는 이런 시들이 ‘대동아전쟁’을 찬양하고 ‘황국신민’으로서 각오를 다진 노골적인 친일 산문 <대동아전쟁과 문필가의 각오>의 기조에 이어지는 것이라 보았다.
“나라를 위하야 목숨 내놋코/ 전장으로 가시려는 형님들이여/ 부대부대 큰 공을 세워 주시오./ 우리도 자라서, 어서 자라서/ 소원의 군인이 되겟습니다./ 굿센 일본 병정이 되겟습니다.”(<지원병을 보내며> 부분)
박 교수가 파악한 이원수(1911~1981)의 친일 작품은 소년시 둘과 농민시 하나, 수필 둘 해서 모두 다섯이다. 유치환의 작품이 해석상 논란의 여지가 없지 않은 반면, 앞선 인용에서 보듯 이원수의 친일 작품은 “자발성과 적극성”이 도드라진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민족문제연구소가 작성한 친일인명사전에 유치환이 빠진 데 비해 이원수가 들어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박 교수는 이원수가 일제 말기에 발표했다가 해방 뒤에 다시 발표한 작품 중에도 친일 혐의를 둘 것이 적지 않다고 파악한다.
박 교수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유치환과 이원수는 식민 시대 민족적 쟁투와는 관계없이 제 한 몸 이득을 꾀하다 살아남았음에도 다른 이가 겪은 고통이나 영광을 가로채 분외의 명성을 누리고 있다”며 “같은 지역 출신 문인들의 친일 문제를 제기하다 보니 어려움이 많지만, 왜곡된 문학사 기술을 바로잡기 위해 연구와 논의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2015-02-23> 한겨레
☞기사원문: “친일작품 쓴 유치환·이원수 맨얼굴 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