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스승’ 사업 지시한 황우여 장관 사과해야
▲ 교육부가 일선 초중고에 보낸 최규동 홍보 포스터.
ⓒ 교육부
“역사를 한 가지 교과서로 균형 있게 가르치는 것이 국가 책임이다.”
황우여 교육부장관이 지난 1월 8일 한국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한 말이다. 이 말은 ‘균형 있는 역사’란 명분을 내세워 ‘국정교과서를 강행하겠다’는 속뜻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됐다.
‘이달의 친일 스승’ 뽑은 교육부
이날 황 장관은 다음과 같이 역사교육에 대한 소신을 덧붙이기도 했다.
“역사만큼은 분쟁의 씨앗을 뿌리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 (역사)교과서 오류 문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
이 같은 발언이 나온 지 일주일쯤 뒤인 지난 1월 중순부터 교육부와 한국교총은 ‘이달의 스승’ 12명을 뽑기 위한 선정위원회를 3차례 열었다.
‘존경받는 사도상을 정립하기 위해 이달의 스승을 선정해 스승 존경 풍토를 높이도록 하라’는 지난해 8월 황 장관의 지시에 따른 준비 작업이었다. 황 장관은 지난 1월 23일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도 “독립유공자를 선정하듯이 ‘이달의 스승상’을 매달 선정하려고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달의 스승’을 뽑는 방식이었다. 황 장관 말대로 국정교과서처럼 획일적 방법을 써서 ‘분쟁의 씨앗’을 없애려는 이유였을까?
교육부는 선정위원 9명을 자신들과 보수교원단체인 한국교총 입맛에 맞는 사람들로 골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퇴직교장단체인 한국교육삼락회 회장을 선정위원장으로 세우고 교총 대표 1명,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2명 등으로 위원을 구성했다.
교육부가 지난 2월 17일 낸 ‘이달의 스승’ 선정 관련 보도자료에서 “전 국민을 대상으로 온라인으로 훌륭한 스승을 추천 받았다”고 밝힌 것도 사실과 달랐다. 온라인으로 추천받지도 않은 인사 4명을 선정위원회가 끼워넣었기 때문이다.
이 ‘끼워넣기’ 작업으로 뽑힌 인사가 바로 ‘일왕을 위해 죽자’는 글을 쓴 최규동 교총 초대 회장이었다(관련기사: ‘천황 위해 죽자’는 이가 민족의 스승? 교육부, 최규동 초대 교총회장 선정 논란).
교육부와 교총은 ‘이달의 스승’ 12명을 뽑아 3월 새학기부터 홍보활동에 나섰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이달의 스승’이 아니라 ‘이달의 친일 스승’들이었다.
최규동 친일행적 자료 8건, 전쟁 옹호한 또 다른 인물도…
▲ <문교의조선> 1942년 6월호에 실린 최규동의 글.
ⓒ 윤근혁
10일 현재 민족문제연구소는 최규동의 친일행적 자료 8건을 찾았다고 한다. 최씨가 ‘일제총독부의 절미운동’에 동조하는 글을 쓴 사실도 발견됐다. 앞으로 몇 건이 나올지는 더 기다려볼 일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최씨 말고도 친일 의심을 받는 ‘이달의 친일 스승’들은 2∼3명 더 있다. 한 인사는 일제의 중국침략 1년 뒤에 전쟁을 찬양하는 글을 썼다. 또 다른 인사는 일제침략군을 따라다니는 군수산업에 동참한 의혹을 받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교육부 관계자는 10일 “사과는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교육부가 최규동 관련 홍보물을 발 빠르게 폐기한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이것으로는 부족하다. 변명하는 말만 되풀이할 뿐 반성하는 모습이 빠져있기 때문이다(관련기사 : ‘천황 위해 죽자’던 최규동 포스터 폐기된다).
이번 일은 황 장관의 지시에 따라 벌인 일이니만큼 황 장관의 사과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송재혁 전교조 대변인은 “황 장관은 ‘이달의 스승’ 사업을 처음 지시한 인물”이라면서 “따라서 어처구니없는 ‘이달의 친일 스승’ 추대 행위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사업을 폐기하라”고 요구했다.
친일반민족 글 비판에 ‘몽둥이’ 든 교총
▲ 교육부가 최근 정부 세종청사 안에 설치해놓았다가 지난 9일 오전 철거한 최규동 홍보 입간판.
ⓒ 윤근혁
‘뻔뻔함’으로 치면 교총은 교육부보다 한 수 위다.
교총은 지난 9일 최규동의 ‘일왕 칭송’ 글에 대해 “진위여부 확인이 어려운 일부 행위를 침소봉대하면 안 된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친일반민족 글을 비판한 국민들을 겨냥해 ‘몽둥이’를 든 셈이다.
이 단체는 10일 오후 현재 공식 사이트에 최규동 홍보 페이지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이 페이지는 최규동에 대해 “헌신적인 교육자의 표상이자 민족운동가, 조선의 페스탈로치”라고 극찬하고 있다.
이준식 역사정의실천연대 정책위원장은 “학생들에게 일왕을 위해 전쟁에 나가 죽으라고 한 인물을 교육단체인 교총이 감싸려는 이유를 모르겠다”면서 “교총 논리대로라면 독일에 기여한 바가 큰 히틀러의 일부 만행을 비판하는 것도 침소봉대”라고 지적했다.
한편, 교총 핵심 관계자는 기자와 한 전화통화에서 “우리의 시조를 비판하고 나서면 안 된다”고 경고성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최규동은 1947년 교총의 전신인 조선교육연합회 초대 회장을 맡았다. 교총은 최씨가 만든 <새교육> 잡지를 지금도 만들고 있다. 이런 형편에서 교총이 자신들의 시조를 보호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 못할 바가 아니다.
하지만 자신들이 주도한 ‘이달의 스승’ 선정사업에 자신들의 시조를 1순위로 앞세운 행위가 석연치 않다는 지적에도 귀 기울일 필요가 있지 않을까. 더구나 그 사람이 바로 친일반민족 글을 쓴 당사자였다니 더 그렇지 않겠는가.
다음은 10일 역사정의실천연대가 낸 성명 내용이다.
“교총은 교육자로서 최소한의 양식이 있다면 되지도 않는 이유를 붙여 친일 행위를 정당화하려는 시도를 당장 중단하라. 자신들의 잘못된 결정에 대해 국민과 학생에게 사과하는 것이 마땅하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냈습니다.
<2015-03-11> 오마이뉴스
☞기사원문: ‘이달의 친일 스승’ 그후, 너무나 뻔뻔한 교육부와 교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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