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문제연구소 교육홍보실장, 금속노조 경남지부 ‘노동자 통일학교’ 강연
박한용 민족문제연구소 교육홍보실장은 “친일파를 연구하고 친일인명사전을 내는 사람들이 ‘종북’으로 몰리는 사회가 되는 게 문제”라며 “사전을 내고 <100년 전쟁> 영화를 만들고 하니까 북한과 연계된 거 아니냐고 하던데, 친일 문제 제기가 민족반역이 되는 사회가 문제”라고 말했다.
박 실장은 12일 저녁 창원노동회관에서 금속노조 경남지부가 마련한 ‘노동자 통일학교’에서 “친일역사로 본 근현대사 100년”이란 주제로 강연했다. ‘뉴라이트 교과서’와 ‘교학사 교과서’에 대해, 그는 “친일 문제를 넘어 역사 쿠데타를 일으킨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교학사 교과서 내용을 노동자를 포함한 시민들은 잘 모르는데, 그 내용은 끔찍하다”며 “현 수구보수세력이 무엇을 꿈꾸는지 알 수 있고, 미래 파시스트 양성 교육자료이며, 새누리당 지지자를 만드는 교육”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교학사 역사교과서를 한 곳에서만 채택했다, 교육부가 검정교과서를 해서 실패하자 이번에는 국정교과서화를 하려고 한다”며 “황우여 교육부장관이 총대를 멨는데, 돌아가는 상황이 심상찮다”고 덧붙였다.
▲ 박한용 민족문제연구소 교육홍보실장은 12일 저녁 창원노동회관 대강당에서 금속노조 경남지부 초청으로 “친일역사로 본 근현대사 100년”이라는 제목으로 강연했다.
ⓒ 윤성효
그러면서 그는 “세계에 유래가 없는 역사 쿠데타다, 애비(박정희)는 군사쿠데타를 하고 딸(박근혜)은 역사쿠데타를 한다”고 말했다. 박정희기념관에서 방영하는 4분 짜리 홍보동영상을 틀어준 뒤, 그는 “웃음이 나오는 내용들이다, 그런데 이런 게 현재 초등학생한테 먹힌다는 것”이라며 “가장 좋은 학습은 세뇌다, 박정희기념관은 세뇌공작소다, 그 동영상을 교과서로 만든 게 교학사 역사교과서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동운동도 역사를 알아야 한다는 것. 그는 “노동운동 하는 사람들은 역사를 잘 모르고, 나하고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한다”며 “진보양심세력은 정의감은 앞서지만, ‘무식’하다, 그러나 보수수구세력은 머리가 좋고 고시 합격한 사람들도 많다, 그들은 교묘하게 선전선동한다, 가령 ‘산업화세력’이라는 말을 하는데, 그 말 속에는 노동자와 관계 없다, 고도의 속임수다”라고 설명했다.
1945년부터 3년간을 ‘대한민국건국성립기’로 보는 의도는?
그는 1945년 8월 15일부터 1948년 8월 15일 사이에 대해 설명했다. 새누리당은 이 시기는 ‘대한민국건국성립기’로 가려고 한다고 그는 말했다. 이때를 ‘좌우갈등시기’라고 하지만 따지고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
“해방3년은 좌우 갈등의 시대였다고 하는데, 아니다. 해방 직후 구도는 좌익이냐 우익이냐의 시대가 아니었다. 좌익이라도 독립운동하다 감옥간 사람들도 나왔다. 해방 직후는 친일이냐 항일이냐의 시대였다. 그래서 일제 강점기 경찰하고 교사했던 사람들도 도망을 갔다. 일제로부터 독립한 뒤는 일제협력자 청산이었다. 1945년 12월까지는 친일이냐 항일이냐가 기본 구도였다. 당시 좌우갈등이 있기는 했지만 적대적이지 않았고, 서로 경쟁하는 구도였지 죽이는 구도는 아니었다.”
1945년 12월 나온 모스크바3상회의(미, 영, 소) 뒤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것. 그는 “5년간 한반도를 신탁통치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친탁-반탁이 대립했고, 좌익이 민족반역자로 몰렸다”고 말했다.
“모스크바 회의의 본질은 신탁통치가 본질이 아니다. 한국을 독립국가로 만드는 게 합의이고, 그 과정을 어떻게 만들어 나갈 것인지를 논의한 것이다. 대중들은 일제 통치도 억울한데 또 무슨 신탁이냐며 ‘신탁통치’로 굳어졌다. 그런데 좌익은 그 회의를 총체적으로 지지했다. 그러자 <동아일보>는 ‘신탁통치는 소련이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최근에 드러났지만, 당시 세계 통신사도 그런 보도를 한 적이 없는데, 당시 <동아일보>는 미국의 한 지방신문의 엉터리 보도내용을 인용한 것이었다. 모스크바 회의 때 미국은 한반도의 20년 신탁통치를 제안했고, 소련은 반대했다. 미국이 집요하게 주장하니까 짧게 하자고 해서 5년 신탁을 하자고 한 것이다. 그 신문 보도로 인해 친일-항일이 아니라 신탁-반탁 구도로 바뀐 것이다.”
박 실장은 “당시 우익은 좌익에 대해 소련 말만 듣는 ‘괴로'(꼭두각시)라 했다”고 설명했다. 1948년 5월 10일 UN한국임시위원단의 감시 아래 치러진 총선거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당시 좌우스펙트럼부터 살펴보자. 제일 오른쪽은 친일파 정당인 한민당(한국민주당)의 이승만이고, 그 다음이 김구, 1940년대 임시정부 건국강령을 만든 조소앙, 중도우파의 안재홍, 교회장로였던 김규식까지 우파였고, 여운형은 중도좌파였으며, 그 다음 백남운(신민당), 박헌영(남로당)으로 좌파였다. 1946년 5월 이후 국면은 중도우파(김규식)와 중도좌파(여운형)가 손잡고 정세를 돌파하려고 했던 시기다. 그런데 어떻게 좌우갈등이냐. 1948년 5월 10일 총선거는 좌익만 반대한 게 아니라, 김구 조소앙 안재홍 김규식은 보이콧하며 출마를 하지 않았다. 이승만이 이끄는 한민당과 무소속이 출마했던 것이다. 그 시기는 좌우갈등이 아니라 분단정부냐 통일정부가 핵심이었다.”
박 실장은 “우리나라 수구보수는 자본주의 지지에다 ‘반공’이고, 분단정부론이며, 거기다가 다른 나라에는 없는 ‘친일’이 있다”며 “이승만은 친일은 아니지만 해방 뒤에 친일세력을 키웠고, 한민당 계열이 대한민국 공화국 제1세력을 주도했으며, 오늘날 여당의 뿌리”라고 분석했다.
박정희의 친일행적에다 전두환은 5·16쿠데타 직후 ‘육사 생도들은 혁명을 지지한다’는 가두시위를 조직했던 책임자였다는 사실 등에 대해서도 박 실장은 설명했다. 그는 “이순자(전두환 부인) 아버지는 일본 만주군 군관학교 하사관 출신이었다”는 말도 했다.
YS 3당 합당은 어떻게 봐야 하나?
그는 “YS(김영삼)가 3당합당 하기 전까지는 민주냐 독재냐가 기본구도였는데 그 뒤부터 지역에서 지지하던 사람들까지 보수수구로 가버렸고, 지역감정으로 왜곡되었으며, 수구세력이 계속 살아남게 되었다”며 “보수와 수구는 서로 통하는데 그것은 ‘분단’과 ‘반공’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보수수구세력이 해온 장사는 ‘분단’이었고, 항상 ‘안보’였다”며 “정치적 위기 때마다 북한을 이용한 ‘북풍’을 해 왔다, 그런데 그것이 지금은 먹히지 않는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제 그런 게 먹히지 않는 시대 때문에 교과서를 만든 것이다. 6·25를 체험했던 부모들은 별도의 교육을 하지 않아도 어릴 때부터 ‘반공노래’를 불렀다. 지금 20대한테는 6·25를 설명해줄 세대가 없다. 아이들은 ‘반공’이나 ‘공산당이 싫어요’를 모르는 세대다. 그리고 핵가족화가 되면서 가부장제가 무너졌다.
보수수구세력한테는 중요한 3가지 사건이 있었다. 6·15와 10·4공동선언이 나오면서 아이들 굳이 북한을 미워할 이유가 없게 되었다. 기성세대는 고무풍선에 삐라를 넣었는데 젊은세대는 꽃씨를 넣어 보내자고 한 것이다. 6·15선언 뒤부터 북한이 증오가 아니라 사랑의 대상으로 바뀐 것이다. 그래서 보수수세력은 김대중?노무현을 ‘좌빨정권’이라 했다.”
보수수구한테 중요했던 나머지 두 사건은 ‘반미’와 ‘과거사 청산’이었다는 것. 그는 “효순이미선이 사건에 이어 미 쇠고기 수입파동이 불거지자 아이들은 ‘공산당이 싫어요’가 아니라 ‘미 쇠고기가 싫어요’라고 개거품을 물며 데모했고 유모차까지 나오니까 수구보수세력은 위기의식을 느꼈고, 그래서 ‘종북’ ‘좌익’으로 몰아갔다”고 설명했다.
과거사 청산과 관련해, 그는 “친일인명사전이 나오면서 한국에서 판도라 상자가 열린 것이다, 그 전까지 기득권세력은 민족지도자나 반공투사, 조국근대화주자라고 했는데 그 사전이 나오니까 그들은 희망 대신에 쓰레기가 되었던 것”이라며 “거기다가 한국전쟁전후 민간인 학살사건에다 간첩용공사건도 조작이라는 사실이 드러났고, 그런 모든 내용들이 이제는 교과서에 실릴 단계까지 온 것”이라고 말했다.
박 실장은 “지금까지 수구보수세력을 지탱했던 역사적 사실들이 제대로 밝혀졌다, 그것은 단순히 보고서로 나오는 정도가 아니라, 교과서에 실릴 상황이 되었다”며 “피해자 명예회복과 진실에 대한 기억의 공공화로 가장 확실한 방법은 교과서다, 진실을 알게 될 후손들이 불안하다고 생각하던 시기에 이명박이 대통령이 된 것이다, 그 때 교과서를 뜯어고치자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교학사 역사 교과서는 일본 식민사 책”
박한용 실장은 “교학사 교과서는 일본 식민사 책이다, 상상을 초월하는 내용이 많다, 코미디이고 전체가 거짓말이다”며 “안해 본 친일이 없는 김성수에 대해서는 글 한 편만 쓴 것처럼 표현해 놓았고, 유치진과 최남선 등 친일파도 미화해 놓았다”고 소개했다.
그는 “친일파에 대해서는 공과론을 펴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공과가 있다, 그렇게 되면 아무도 비판할 게 없게 된다, 교과서는 교묘하게 그런 내용을 실어놓았다”고 설명했다. 또 “그 책은 이승만 교과서다, 이승만은 11쪽에 걸쳐 42번이나 나온다, 안창호는 한번 나오는데 그것도 ‘부하들이 친일했다’면서 언급해 놓았다”며 “이승만과 김성수를 대한민국 1공화국 주도세력으로 묘사해 놓았다”고 말했다.
박 실장은 “교과서에 보면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법치주의 기본 약화’라거나 ‘수도이전’ ‘안보 소홀’ 등이라 설명해 놓았는데 그것은 ‘불법 대통령 이미지’를 갖도록 한 의도”라고 말했다.
“이 교과서가 궁극적으로 이야기 하는 것은 대한민국은 일제로부터 광복한 나라가 아니라는 것이고, ‘광복절’이 아니라 ‘건국절’로 하자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1945년 8월 15일부터 8년간을 건국운동 기간이라고 본다. ‘건국절’이라는 말은 친일했냐 항일했냐는 아무 의미가 없게 되고, 해방 이후 피나는 반공투쟁 속에 만들어진 나라라는 인식이다. 그들은 1945년 8?15 때문에 ‘생일상’을 못 받았는데, 1948년 8월 15일 ‘생일상’을 받고 싶어 한다.”
박한용 실장은 “그들은 교과서를 통해 다음 대통령 선거에서 자기들을 찍을 유권자를 확보하려는 것이고, 자녀들까지 장악해서 재생산하겠다는 것이며, 그래서 엉터리 교과서를 만들어 낸 것”이라며 “건국절이 되면 건국공로자 수훈을 할 것이고, 그것을 하기 위해 대중적 지지를 받아야 하는 게 교과서라는 음모 속에 있다”고 강조했다.
<2015-03-13> 오마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