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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 의사, 지금 우리에게 ‘남북통일 헌신’ 당부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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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내일 ‘안 의사 순국 105주년 추모식’ 여는 함세웅 신부


“순국선열들께 먼저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안중근 의사 순국(3월26일) 105주년을 일주일 앞두고 함세웅 신부(사진)는 머리부터 조아렸다.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 이사장을 맡고 있는 함 신부는 19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독립을 위해 목숨까지 내놓으셨는데 우리는 남북분단을 막지 못했고, 지금은 서로 적대시하고 있다”며 “북한은 일제강점기 함께 독립전쟁을 치른 동포다. 형제국으로서 북한이 미국·일본과 수교를 맺고 국제사회 일원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광복과 분단 70년이 되는 해인 만큼, 국가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의무와 책임을 자각할 것을 함 신부는 주문했다. 그는 “반민족 친일 세력과 독재 잔당들은 국가안보가 아니라 정권안보를 위해 이념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며 “상식을 기초로 한 건강한 민족공동체를 지향한다면 개개인이 국가와 민족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주체성을 지녀야 한다”고 말했다.

함 신부는 “남북 화해와 협력을 도모하면 사전에도 없는 ‘종북’이란 말로 훼손하고 있는 현실이 슬프다”고 했다. 이어 “북을 적대시하는 정책으로는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며 이젠 ‘실질적 행동’으로 남북화해에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방한했던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같은 언어를 쓴다는 것은 어머니가 같다는 증거로 이는 축복받은 민족이다. 어려운 형제를 돕는 것을 주저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안중근 의사 역시 우리에게 ‘남북통일을 위해 헌신하라’고 당부하실 겁니다.”


함 신부는 현 정권을 향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 등으로 생긴 슬픔과 분노는 국민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정부는 위기에 대처하는 능력도 의지도 없었다”고 꼬집었다. 함 신부는 그 배경으로 1948년 정부 수립 과정을 도마에 올렸다.

“그때는 국민 합의를 통해 나라 운영 방식을 설계한 게 아니고 친일파가 미 군정과 야합해 일제강점기 행정·경찰 기능을 그대로 가지고 온 것입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정부 조직은 통제와 억압, 수탈 구조였습니다.”


함 신부는 “정권 유지를 위한 권력자 중심의 정치제도 개혁”, “비례대표제 확대를 통한 ‘합의제 민주주의’ 확립”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국민들의 적극적인 개혁 요구와 상호 소통이 전제조건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그는 “안중근 의사는 권력자가 백성을 수탈하는 것을 아주 강하게 비판했으며 나라와 위정자, 백성이 함께 흥해야 한다고 하셨다”며 “지금 한국 사회를 향해서는 불평등 구조를 해소하는 방안을 만들라고 충고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중근 의사 추모식은 21일 오후 2시 서울 효창원(삼의사 묘역)에서 진행된다. 청소년들의 원활한 참여를 위해 순국일에서 앞당겨 토요일에 행사를 치르기로 한 것이다. 함 신부는 “젊은이들의 그릇된 역사인식은 반민족 친일 세력들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며 “왜곡된 역사를 젊은이에게 강요하는 현 교육제도를 혁파해야 역사의 정의가 실현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래야만 상식적인 판단이 존중받는 사회공동체가 만들어진다는 함 신부는 미사 중에 늘 되뇌는 말이 있다고 했다. “국민이 깨어 있으면 통일과 민주주의는 실현된다.”

고영득 기자 godo@kyunghyang.com

<2015-03-19> 경향신문

☞기사원문: “안중근 의사, 지금 우리에게 ‘남북통일 헌신’ 당부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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