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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정통성’ 채운다…1천억대 친일재산 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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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재산 환수 10년 만에 마무리 눈앞…승소율 97%·역사 부조리 해소


10년간 끌어왔던 친일재산 국고환수 사업이 마무리됐다. 이에 따라 1천억 대의 친일재산이 올해 안으로 국고로 환수될 예정이다. 2005년 ‘친일반민족행위자의 재산 환수에 관한 특별법’을 근거로 정부 차원의 조사 활동을 거쳐 소송을 시작한 지 10년 만이다. 친일재산 환수 문제는 1949년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반민특위) 강제 해산 이후 제대로 매듭짓지 못했던 문제였다.

법무부는 1일 친일재산 환수 관련 소송 96건 중 94건이 대부분 국가 승소로 확정됐고, 나머지 2건은 1·2심 판결 뒤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라고 밝혔다. 승소율 97%의 매우 의미있는 성과이다.




이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요즘 국가가 돈이 없어서 증세를 해야하는 형국인데 국고가 늘어서 좋다.”, “광복 직후에 했어야 할 일이긴 하지만 지금에라도 이뤄져서 다행이다.”라는 의견이 있었다. 반면, “취지 자체는 좋은데, 배상을 해야 할 대상으로 선정된 사람들이 공평하게 선택된 것인지 유력자나 재력가는 배제된 것은 아닌가.”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그렇다면 친일재산환수사업의 대상이 된 친일재산 환수는 누구를 대상으로 한 것일까?


친일재산환수사업에서 친일재산이란 ‘친일반민족행위자’가 국권 침탈이 시작된 러·일 전쟁 개전 시(1904.2)부터 광복 시까지 일제에 협력한 대가로 취득하거나 이를 상속받은 재산 또는 친일재산임을 알면서 유증·증여받은 재산을 의미한다. 여기서 ‘친일반민족행위자’란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제2조 1호의 규정에 의거한 자로, 다음과 같다.



친일재산의 국가 귀속은 위에서 규정한 친일반민족행위자가 러·일 전쟁 개전 시(1904.2)부터 광복 시까지 일제에 협력한 대가로 취득하거나 이를 상속받은 재산에 해당되면 예외 없이 국가귀속의 효력이 발생한다. 친일재산의 국가 귀속은 친일재산을 취득·증여 등을 했나 안했나의 객관적 진실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지, 조사위원회 행정청의 의사 표시나 위원회의 재량으로 결정 할 수 있는 바가 아니다.

다시 말해 친일재산의 국가 귀속은 조사위원회의 국가귀속 결정이 있어야 효력이 발생하는 게 아니라 ‘친일재산은 그 취득·증여 등 원인행위 시에 소급하여 당연히 국가의 소유(특별법 제3조 제1항, 특별법 제2조 제2호)’로 된다.


1948년 반민법(반민족행위특별법)에 따라 반민특위가 구성됐지만 이내 흐지부지되고 6.25 전쟁 발발 후 반민법은 폐지됐다. 이후 친일파 처벌을 위한 법적 근거가 부족해 형사적 처벌뿐 아니라 친일파 재산을 환수하거나 그 취득을 제한할 민사상 조치도 어려웠다. 이런 맹점을 이용해 조상 땅 찾기까지 시도하는 친일파 후손들도 종종 있었다.



그러나 2005년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 귀속에 관한 특별법’이 통과된 후에는 이야기가 반전됐다. 다음 사례를 통해 달라진 점을 확인해볼 수 있다.


1910년 10월, 한일합병조약 공을 인정받아 자작을 수여받은 민병석은 1912년 충북 음성군 금왕읍 일대에 많은 땅을 사정받았다. 민병석은 1934년 조선총독부 중추원 고문에, 1939년 중추원 부의장에 임명돼 활동하는 등 친일파로 분류됐다. 1940년 민병석 사망 후 아들 민○○씨가 단독으로 토지를 상속받았다.


이에 민병석의 후손인 민○○씨는 “특별법은 헌법에서 규정된 소급입법에 의한 재산권 박탈 금지 및 연좌제 금지에 위반되는 등 현행 헌법에서 용납될 수 없는 것”이라며 “국가 소유 귀속 결정을 취소를 주장”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민○○씨는 1심에서 원고 패소 후 항소했지만, 서울고법 제1행정부(재판장 안영률 부장판사)도 2009년 10월 원고 패소 판결했다. 사건은 민 씨의 상고로 대법원에 올라갔지만, 대법원 제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2013년 4월 조선총독부 중추원 부의장을 지낸 민병석의 후손 민○○씨가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낸 귀속결정 취소 청구소송 상고심(2009두29151)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2011년 개정되기 전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은 친일반민족행위자가 취득한 재산은 친일 행위의 대가로 취득한 재산으로 추정해 그런 친일재산은 취득 증여 시 국가의 소유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헌법재판소는 2011년 3월, 이에 대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고 밝혔다.

또 “이는 대한민국이 일제에 항거한 독립운동가의 공헌과 희생을 바탕으로 이룩한 것이라는 점과 일제강점기에 우리 민족을 부정한 친일반민족행위자들의 친일 행위에 대해 진상을 규명하고 친일행위의 대가로 취득한 재산을 공적으로 회수하는 등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지로서 겪었던 잘못된 과거사를 청산함으로써 민족의 정기를 바로 세우고 사회정의를 실현하며 진정한 사회통합을 추구해야 한다는 헌법적 요청 내지 결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재판부는 “친일재산의 국가 귀속은 과거사 청산 작업의 일환으로 소급입법귀속조항은 입법목적이 정당하고, 또한 귀속조항이 친일반민족행위자의 후속이 스스로 경제적 활동으로 취득한 재산이나 친일재산 이외의 상속재산까지 국가에 귀속시키는 것은 아니므로 연좌제 금지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며 “형벌이 아닌 재산의 귀속에 일사부재리의 원칙이 적용된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시했다.


 독립기념관 대한민국 임시정부 ?코너에 마련된 42인의 임시정부 요인상 (사진=정책공감 블로그)


한편, 국가 귀속이 확정된 재산은 순국선열·애국지사 사업기금에 편성돼 독립유공자와 그 유족의 예우 및 생활안정을 위한 지원금 지급 등에 사용된다. 소송 종료 등으로 매각에 재한이 없는 재산은 한국자산관리공사에 위탁·매각돼 국가보훈처에서 관리한다. 국가보훈처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성완종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친일 행위자의 재산을 환수해 마련한 기금의 규모는 총 806억 원에 이른다.


대한민국이 광복한 지 올해로 70년, 이에 비해 친일재산 환수가 너무 오래 미뤄져왔다는 평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일재산 환수 사업은 중요한 역사적 의의를 지닌다. 정태헌 고려대학교 한국사학과 교수는 “무엇보다 우리가 살 있는 공동체,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채우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건국 직후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한다는 속설이 있었고, 이완용의 후손이 소송을 해서 자기 땅을 찾아가는 일도 있었는데, 이런 국가의 내용을 새로 채우는 과정의 일환이다. 이는 또한 건전한 보수 세력의 정착에도 중요한 계기”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그는 “친일재산 환수는 재산권에 국한되는 제한된 책임을 묻는 것이다. 그렇지만 국가 권력의 환수조치로 법적 책임을 물음으로써 자칭 보수 세력에 자기 갱신을 사회적으로 요구하는 과정이기도 하기에 정치적 책임을 역사적으로 정리한다는 점에서 상징성은 극대화된다.”라고 분석했다.

우리 민족은 일제강점기의 아픔이 있고 민족에 등을 돌리고 반민족적인 친일을 자행했던 이들로부터 한 번 더 상처받았다. 이에 대한 심판이 속시원히 이뤄지지 않아 마음 아팠을 국민들의 상처가 이번 친일재산 환수 사업의 종결로 치유되기를 기대해본다.

한편, 법무부 관계자는 “친일재산 환수는 친일 청산의 마무리이자 3.1운동의 헌법 이념 및 역사적 정의 구현을 위한 온 국민의 염원으로, 법무부는 앞으로 남은 2건의 소송에서도 친일재산의 환수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민정기자 lookhappier@naver.com


<2015-03-24> 정책브리핑


☞기사원문: 대한민국 ‘정통성’ 채운다…1천억대 친일재산 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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