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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훌쩍 흘러간 지금 우리 아이들이 노래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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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조광환 선생님의 동학농민혁명 이야기


1894년 6월 21일 새벽 일본은 경복궁을 습격하여 민씨 정권을 몰아내고 김홍집, 김윤식, 김가진, 유길준 등을 앞세워 새로운 친일정권을 수립하였습니다. 이들 친일세력들은 민중을 중심으로 한 제 2차 동학농민혁명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개혁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에 ‘홍범 14조’를 선포하고 사회정치적 개혁을 추진하였는데 이것이 이른바 ‘갑오개혁’이랍니다.

그러나 개혁을 뒷받침해야 할 민중을 소외시키고 일본에만 의지하려 한 김홍집 친일정권은 결국 개혁의 주체가 될 수 없는 태생적 한계를 드러내었다. 그것을 꿰뚫어 본 민중의 철저한 외면 속에 일본의 조선침략을 용이하게 해주는 도구로 전락해버려 오히려 올바른 역사 발전을 가로막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이와 달리 개혁의 자주적 주체로 등장한 조선 민중은 동학농민혁명을 통해 역사의 주체로 우뚝 섰고 당시 조국과 민족 앞에 놓인 역사적 과제를 제대로 인식하고 그 위기를 민중의 힘으로 극복하고자 했습니다. 이는 친일개화정권이 지닌 외세 의존적 개혁의 한계를 뛰어 넘은 스스로의 힘으로 이뤄내고자 한 민족 자주적 개혁이었던 것입니다.



# 대둔산 전투


우리 사회는 보통 결과만을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역사에서는 결과 못지않게 과정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비록 일본의 물리력에 의해 외형적으로 볼 때는 실패한 것으로 보이지만 신분제 타파라는 역사적 과제를 민중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하여 향후 올바른 역사 발전의 방향을 제시한 동학농민혁명을 높이 평가하는 것입니다.

“정의의 역사를 만들기 위해 내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어깨 걸고 나서야 합니다.”


그러나 물질만능주의 개인이나 집단 이기주의에 만연된 오늘날 우리 사회의 현실 속에서 ‘민중’이 역사발전의 주인공으로 나서는 길은 쉽지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먼저 우리 자신이 역사를 변화 발전시키는 주체라는 생각을 가지는 것조차도 어려운 현실입니다.

외세의 압력과 다국적 기업의 독점 자본이 지배하는 분단된 조국의 현실이 백여 년 전의 현실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상황인데도 지배 계급은 자신들의 이익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민중들로 하여금 자신이 처한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도록 환상만을 심어줍니다. 그러면서 언론과 교육을 통해 괜히 사회 변혁의 대열에 합류했다가는 저만 손해라는 생각을 심어줍니다. 그래서 우리의 아이들에게도 오로지 공부만이 지상최고의 과제로 생각하도록, 또는 개인의 출세를 위한 도구로 인식하도록 교육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우리 민족이 처한 모든 사회 현실에 귀 막고 눈감게 만들어 체제 순응형 인간을 양성하는 잘못된 교육만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잘못된 제도와 세상 탓만 하고 있어서는 안 되겠지요. 우리보다 못 배우고, 더 어려웠던 시절에 살았던 조선민중들이 시대의 모순을 스스로 힘으로 바꾸려고 분연히 떨쳐 일어섰듯이 올바른 역사를 만들기 위한 대열에 당당히 나서야 하겠지요. 정의의 역사를 만들기 위해 내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어깨 걸고 나서야 합니다. 그랬을 때 여러분은 진짜 힘 있는 ‘민중’을 만나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 글을 마치며….


전라북도 부안의 진산인 성황산! 내 어릴적 놀이터였던 이곳 입구에 조선 중기의 여류 시인 매창(梅窓)의 시비가 있다. 난 이곳을 지나칠 때마다 시비에 적혀있던 시조를 자연스럽게 마치 무슨 주문처럼 흥얼거리곤 하였다. 물론 내용의 의미는 알지 못한 채…. 

이화우 흩날릴 제 울며 잡고 이별한 님

추풍낙엽에 저도 날 생각는가

천 리에 외로운 꿈만 오락가락 하노매 

이와 같은 일상의 반복은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부안을 떠날 때까지 이어졌다. 그렇다고 해서 매창과 인연이 끊어진 것은 아니었다. 대학 1학년 때 교양국어를 배우는데 매창의 이 시조가 교과서에 나왔고 그것을 발견한 순간 원인 모를 반가움마저 일었다. 이 때에 와서야 이 시조가 <가곡원류>란 책에 실려 전한다는 것과, 매창이 그의 정인(情人) 유희경과의 이별을 하고 그 애절한 마음을 담은 이별가란 것을 알았다.


세월이 훌쩍 흘러간 지금 난 우리 아이들이 동학농민혁명을 노래했으면 좋겠다. 파랑새 노래를, 전봉준 유언시를….

<2015-04-03> 위클리서울

☞기사원문: 세월이 훌쩍 흘러간 지금 우리 아이들이 노래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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