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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변 “서울행정법원, 교육부 한국사교과서 수정명령 정당 판결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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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 검정제도의 근본정신을 뒤흔든 판결”

[로이슈=신종철 기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회장 한택근)은 7일 “한국사 교과서 수정명령 취소소송에 대한 서울행정법원 판결은 유감”이라며 “교과서 검정제도의 근본정신을 뒤흔든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먼저 2013년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집필진은 2013년 당시 교육부장관이 내린 한국사교과서 수정명령이 헌법이 정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위반한 것이며 절차에도 중대한 하자가 있다며 수정명령에 대한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서울행정법원 제5부(재판장 김경란 부장판사)는 지난 2일 고등학교 한국사교과서 집필자 12명이 교육부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수정명령취소 청구소송(2013구합29605)에서 ‘교육부장관의 수정명령에 절차적 하자가 없고, 내용도 재량권 범위 안에 있다’며 기각했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집필한 고등학교용 한국사 교과서에 대한 피고의 수정명령은 그 필요성이 존재할 뿐만 아니라, 검정권한의 재량 범위 내에서 적절하게 이루어진 것”이라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 서울 서초동 민변 사무실

이와 관련, 민변 교육청소년위원회(위원장 김영준 변호사)는 7일 성명을 통해 “이번 행정법원 판결은 교육부의 자의적이고 일방적인 수정명령에 면죄부를 준 것이며 교과서 검정제도의 근본정신을 거스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변은 “2013년 당시 교육부의 6개 교과서에 대한 수정명령이 대단히 정치적 성격을 띠고 진행됐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당시 교학사의 한국사 교과서가 친일극우적 성향을 강하게 띠며 기본적인 역사적 사실과 관련한 오류도 상당하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교육부는 교학사 교과서에 대한 수정권고 및 수정명령 절차를 진행했다”며 “그런데, 교육부는 이 과정에서 이미 국사편찬위원회 검정심의를 마친 다른 6종의 교과서들에까지 수정명령을 발했다. 교학사 교과서와 관련한 친일미화 논란을 덮기 위해 다른 교과서들에까지 ‘물타기’ 차원의 수정명령을 내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교육부는 수정명령을 내리기 위한 수정심의회를 구성해 심의를 진행하는 등 필요한 절차를 모두 거쳤으므로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고, 법원 역시 이 주장을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구체적 내용을 보면 수정심의가 대단히 졸속으로 이루어졌음이 확인된다. 7개 교과서에 대한 수정심의에는 2주도 걸리지 않았고, 심의와 관련해 어떤 논의가 있었는지를 기재한 회의록도 남겨지지 않았다. 재판 증인신문 과정에서 나타났듯, 수정심의회는 교육부가 수정명령에 앞서 출판사들에 내려 보낸 ‘수정권고사항’ 이 적절한 것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심의하지 않고, 다만 ‘출판사들이 교육부의 수정권고를 제대로 이행했는지’만 살펴봤다”며 “여러 모로 부실한 심의였음이 확인됐는데도, 법원은 형식적인 절차를 거쳤다는 이유를 들어 면죄부를 줬다”고 지적했다.


민변은 “개별 수정명령들을 보더라도, 특정 사관의 반영을 사실상 강제하는 등 저자의 자율성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내용이 상당수 확인된다. 교육부는 1987년 서울대생 박종철씨 고문치사 사건을 소개한 교과서의 소제목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다니!’는 당시 정부의 최초 발표 내용을 그대로 인용한 것에 대해 ‘교과서 제목으로 적절치 않다’며 수정을 명했다”고 사례를 들며 “그런데도, 재판부는 수정명령 모두가 교육부의 재량권 안에서 내려졌다고 판단했다”고 비판했다.


민변은 “헌법 제31조는 교육의 자주성, 중립성, 전문성에 대해 규정하고 있고, 헌법재판소는 ‘국가의 교육내용에 대한 권력적 개입은 가급적 억제되는 것이 온당하다’고 판시한 바 있고, 대법원 역시 금성교과서 수정명령 판결에서 ‘검정교과서 제도는 헌법상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중립성을 구현하기 위한 것이며, 교육부장관의 수정명령이 검정교과서의 내용을 실질적으로 변경하는 정도라면 새로운 검정절차를 밟는 것과 마찬가지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했다”고 상기시키며 “그렇게 하지 않으면 검정제도의 취지가 행정청의 수정명령으로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행정법원 판결은 대법원 판결의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르고 있다. 판결대로라면 이미 검정절차를 통과한 교과서를 교육부가 입맛에 맞게 뜯어고치는 일이 가능해진다. 이것이 그 자체로 부당한 일임은 다언을 요하지 않는다”며 “저자들은 항소를 통해 교육부 수정명령의 위법성에 대해 다시 판단 받아보기로 결정했다. 항소심 재판부의 바른 판단을 기대해 본다”고 밝혔다.


<2015-04-07> 로이슈

☞기사원문: 민변 “서울행정법원, 교육부 한국사교과서 수정명령 정당 판결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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