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청서까지“일본 영토”… ‘한국과 가치 공유’ 삭제 더 이상 우방 의식 않고 노골적 영토 야욕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호(號)’의 최근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과거사 왜곡 행보에 잠시 숨고르기를 하는가 싶더니 ‘독도 도발’로 한·일 갈등 수위를 고조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7일 다시 ‘다케시마(竹島·일본이 독도를 이르는 명칭)는 일본 고유의 영토’라고 기술한 외교청서(외교백서 격)를 각의에 공식 보고했다. 바로 전날 똑같은 내용의 중학교 교과서 18종을 모두 검정 통과시킨 데 이은 것이다.
문제는 이번 도발이 ‘기록 남기기용’ 또는 ‘국내 지지층 달래기’ 차원에만 머물지 않았다는 점이다. ‘독도=영토분쟁지역’ 등식을 국제사법재판소로 가져가겠다는 고도의 계산이 깔렸다. 따라서 우리 정부가 그때그때 강한 비판만 할 게 아니라 장기적이고 치밀한 논리 개발과 대책이 시급하다는 진단이다.
공개된 외교백서는 구체적으로 독도에 대해 “역사적 사실에 비춰 봐도, 국제법상으로도 명백한 일본 고유의 영토”라고 표현했다. 또 기존 외교청서에 항상 들어가던 “한국과 자유민주주의, 기본 인권 등 기본적인 가치와 이익을 공유한다”는 기술을 삭제했다. 더 이상 한·일 우방 관계를 의식하지 않고 자신들의 독도 영토화 야욕을 숨기지 않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아베 정부는 직전 민주당 정권 때부터 담긴 독도 영유권 주장을 반복하는 동시에 9년 만에 영문판(전문)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또 이를 뒷받침하는 과거 행정문서, 신문기사 등을 데이터베이스화해 여름까지 일문·영문 정부 홈페이지에 실을 계획이다.
그동안 아베 정부의 대한(對韓) 도발은 비규칙적·비대칭적이었다. 미국에는 일관된 저자세를 취하며 ‘확실한 우군’으로 끌어들이고, 한국과 중국에 대해선 수시로 과거사·영토 도발을 일삼는 공세적 외교 기조에 따른 것이다.
아베 총리는 집권 초기 과거사 왜곡에 집중하다 최근 들어선 주춤했다. 전범국의 책임을 지우려는 시도에 한·중뿐 아니라 미국과 국제사회까지 집중포화를 가해서였다. 때문에 이번 도발은 그의 새로운 활로 모색으로 여겨진다. “(일본이) 평화 국가로서 걸어온 원점은 과거 전쟁에 대한 깊은 반성을 토대로 부전(不戰)·평화 맹세에 있으며 앞으로도 결코 바뀌는 일은 없다”고 한 외교청서 대목도 의미심장하다. 과거사보다는 한·중과의 영토 분쟁을 기정사실화하겠다는 속셈이다.
우리 정부는 이번 도발을 대일 기조를 재점검하는 계기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일본의 도발과 양국 간 경제·사회·문화 협력은 분리한다는 원칙은 유지하겠지만 과거사·영토 문제만큼은 국제화·보편화를 통해 해결하겠다는 스탠스다. 과거사 문제가 국제사회의 공동 대응으로 풀려가듯 독도 영유권도 일본 의도대로 나아가지 못하도록 대응 논리를 적극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틀째 외교부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발표하고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불러들이는 등 강력 대응했다. 노광일 대변인은 “일본이 어제에 이어 또다시 역사 퇴행적 행보를 반복했다”고 비판했으며, 이상덕 외교부 동북아국장은 가나스키 겐지(金杉憲治)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불러 강력 항의했다. 이완구 총리도 기자들과 만나 “명백한 과거를 아베 총리가 손바닥으로 가리겠느냐. 과거를 덮을 수는 없다”며 “(아베 총리가) 이장폐천(以掌蔽天·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림)한다”고 밝혔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
☞기사원문: [이슈분석-시리즈처럼 계속되는 日의 도발] ‘독도=분쟁지역’ 아베가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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