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태평양전쟁 말기에 일본 군수업체의 현지공장에 강제동원됐던 피해자들이 회사 측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한 데 이어 정신적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2차 소송을 제기했다.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는 일본 군수업체 후지코시(不二越)를 상대로 강제징용 피해자 5명이 총 5억원의 추가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다고 8일 밝혔다.
앞서 서울중앙지법은 작년 10월 김모씨 등 근로정신대 피해자 13명과 사망한 피해자의 유족 18명이 후지코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노동기간에 따라 피해자 1인당 8천만∼1억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2차 소송은 강제노동에 따른 피해뿐 아니라 이 과정에서 당한 정신적·육체적 고통에 대한 피해도 배상해야 한다는 취지로 제기됐다.
원고들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여자근로정신대 피해자는 강제동원될 당시 13∼15세의 어린 소녀들이었고, 심지어 10세의 어린 소녀도 있었다”며 “후지코시는 피해자들이 강제동원과 강제노동으로 입은 정신적·육체적 고통과 귀국 후 사회의 잘못된 편견으로 받은 멸시 등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까지 위자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원고 중 한 명인 김옥순(86) 할머니는 “국민학교 6학년 때 제비뽑기로 우리 반 60명 중 50명을 뽑아 시모노세키로 가게 됐다”고 전했다.
김 할머니는 “아침에 주먹밥 하나, 저녁이나 낮에 빵 한 조각을 받고 일을 하다 미군 비행기가 뜨면 숨었다가 다시 나와 일을 했다”며 “일본인은 자기들도 자식이 있으면서 어린 아이들을 부려 먹었느냐”고 울먹였다.
1928년 설립된 후지코시는 태평양전쟁 당시 한국인 소녀 1천여명을 일본 도야마 공장에 강제로 끌고 가 혹독한 노동을 시켰다.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와 민족문제연구소 등은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인정한 2012년 대법원 판결과 관련해 미쓰비시중공업과 신일본제철이 제기한 재상고 소송에 대해 대법원이 조속히 판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1940년대 강제동원 피해자들은 대부분 80∼90대의 고령으로 많은 분이 세상을 떠나셨다”며 “더 늦기 전에 대법원이 일본 전범기업의 재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선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5-04-08>연합뉴스
☞기사원문: “日기업, 근로정신대 정신적 피해 배상하라” 손배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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