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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임정기록물, 세계유산 등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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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11일은 대한민국임시정부 생일날이다. 그동안 13일을 임시정부 수립 기념일로 기려왔지만 정확히는 1919년 4월10일 밤 10시부터 우리 독립운동자 29명이 상하이에서 임시의정원을 구성하고 제1회 임시의정원 회의를 열었다.

밤을 새워 토의한 끝에 국호, 관제, 국무원에 관한 문제를 토의하여 11일 오전 10시 국호를 대한민국으로 하는 등 대한민국임시헌장을 제정해 통과시켰다. 이로써 대한민국임시정부가 수립되었다. 그동안 13일을 기념일로 한 것은 임시헌장 선포 날을 중심으로 삼은 것이다.

이렇게 수립된 임시정부는 국치 9년 만에 왕조 계승이 아닌 민주공화제의 새로운 정체성으로 국맥과 국통을 승계하고 장장 27년 동안 중원천지를 전전하면서 국권회복 전쟁을 벌였다. 세계 식민지 역사상 국외에서 이토록 처절하게 장기간에 걸쳐 망명정부를 유지한 나라(당시)는 우리가 유일하다.

세월이 흘러 어느덧 임정수립 96주년, 임정과 독립운동의 역사가 두려운 친일후예들이 1945년 8·15 광복절 대신 1948년 정부수립일을 건국절로 제정하자는 몰역사의 주장을 제기하고 있으나 국민의 양식이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앞두고 정작 서둘러야 할 두 가지 과제가 있다. 하나는 임정기념관 건립이다. 해방 70주년이 될 때까지 친일파·독재자들의 기념관은 즐비한데 임시정부기념관이 없다는 것은 국가적인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임정기념사업회에서 추진중인 기념관 부지 선정에 박원순 서울시장이 적극 협력해주었으면 한다.

다른 하나는 임시정부 기록물을 유엔 산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는 일이다. 임정 기록물은 ‘탁월한 보편적 가치’라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의 목적에 적합하다. 현재 유네스코에 등재된 세계기록유산은 161개국에서 1007건에 이른다. 우리나라에선 조선왕조 의궤, 고려대장경판, 훈민정음 해례본, 난중일기, 5·18민주화운동기록 등이 등재되어 있다. 지난 6일 국회에서 김영진 전 장관 등이 주도하여 열린 4·19혁명 기록물 유네스코 등재를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리면서 이것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최근 일본은 조선인 수백명이 해저 1000m 탄광에서 중노동에 시달리고 떼죽음을 당한 하시마 탄광 등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서두르고 있다. 역사왜곡이며, 또한 유네스코를 과거사의 세탁장으로 삼고자 하는 흉계다.

우리 임시정부 기록물은 독립·해방·인권·평화를 위한 피의 흔적이다. 일제의 끊임없는 추적과 언어 풍습이 다른 이국땅에서 27년의 긴 세월 동안 줄기차게 투쟁하면서 남긴 인류평화의 소중한 지적유산이다. 임시정부 기록물은 6·25전쟁 와중에 소실된 것도 적지 않지만 의정원기사록, 임시의회회의록, 독립신문 등 기관지, 대일선전성명서, 백범일지 등 어느 나라의 기록물 못지않은 사료가 많이 남아 있다.

이들 기록물은 세계 피압박 민족해방 운동사일 뿐 아니라 유엔이 정한 인권과 평화를 위한 소중한 인류 공동의 유산이다. 우리나라는 2013년 새마을운동 기록물을 유네스코에 등재하여 기록유산이 현재 11건에 이르렀다. 새마을운동 기록물을 등재하면서 임시정부 기록물이 외면돼온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4·19혁명 기록물과 임시정부 사료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될 수 있도록 정치권과 국민의 협력 및 관심이 요구된다. 4월혁명 기록물은 이미 상당 수준 진척이 되고 있지만, 임시정부 기록물은 아직 준비팀도 구성이 안 된 상태다. 신청서 작성 및 본부 제출이 짝수해의 3월말까지다. 임정 수립 100주년에 맞추려면 지금부터 준비해도 시간이 빠듯하다.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

<2015-04-08> 한겨레

☞기사원문: [시론] 임정기록물, 세계유산 등재해야 / 김삼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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