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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연대 “방심위, 다큐 ‘뿌리깊은 미래’ 징계는 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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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방송 ‘뿌리깊은 미래’ 누리집 갈무리.


“국민 상식에도 못 미치는 가치관으로 엉터리 심의” 비판

징계 사유로 내세운 ‘소년병’ ‘남침’ 등 객관적 사유 안돼

역사정의실천연대(이하 역사연대)가 지난 23일 <한국방송>(KBS) 역사 다큐멘터리 ‘뿌리깊은 미래’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중징계(경고) 처분을 내린 것과 관련해 “객관적인 자료나 전문성에 기초하지 않고, 지극히 편협하고 자기중심적인 가치관만을 토대로 결정된 심의”라며 “방송내용이 수구 냉전적 사고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이유로 중징계를 밀어붙이는 것은 일종의 폭력”이라고 비판했다. 역사연대는 민족문제연구소·5·18기념재단·전국교수노동조합 등 465개 역사·학술·시민단체가 모인 단체다.

역사연대는 29일 성명서를 통해 “지난 2월 방송이 나간 뒤 케이비에스 공영노조(제3 노조)와 이인호 케이비에스 이사장이 잇따라 문제를 제기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며 “이 같은 논란 뒤 4부작이었던 방송이 2부작으로 축소되고 방심위 심의에 오르게 되었다”고 심의 배경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 지난 2월7일 방송 직후인 2월11일 케이비에스 공영노조는 “대한민국과 미군을 부정적으로 묘사하고 공산군에 의한 피해를 누락하는 등 균형을 잃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는 비판 성명을 냈고, 이인호 이사장도 같은날 이사회에서 “다큐를 본 사람들로부터 ‘내용이 편향됐다’는 항의 전화를 사방에서 받았다”는 발언을 했다.

역사연대는 이어 방심위가 징계 사유로 내세운 것들이 객관적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역사연대는 “박효종 위원장이 잘못된 멘트라고 말한 ‘소년병’이라는 표현은 국사편찬위원회의 검정을 통과한 고등학교 교과서에도 나오는 내용이다”고 말했다. 또, ‘공산당 부역 혐의자들의 검거가 뚜렷한 증거 없이 이뤄졌다’는 방송내용이 허위라는 함귀용 위원 주장에 대해서도 “이미 국가기구인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전국 각지에서 기소와 재판 과정을 생략한 채 검거와 연행 이후 임의 내지 즉결 처형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졌음을 확인한 바 있다”고 반박했다. ‘남침’이란 단어를 사용하지 않은 것을 문제 삼은 것에 대해서도 역사연대는 “국사편찬위원회의 검정을 통과한 고등학교 역사 교과서에도 남침이란 용어가 빠진 채로 서술돼 있는 경우가 있다”며 “앞으로 방심위는 한국전쟁을 다루는 드라마나 보도프로그램이 ‘남침’을 적시하지 않으면 모두 제재대상으로 삼을 것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역사연대는 “방심위의 심의가 객관적인 자료나, 전문성에 기초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국민적 상식에도 미치지 못하는 지극히 편협하고 자기중심적인 가치관만을 토대로 결정되어지는 것에 대해서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방송 내용이 자신들의 수구 냉전적 사고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이유로 역사적 고찰 없이 중징계를 밀어붙이는 것은 일종의 폭력이며 정권 입맛에 안 맞는 내용을 만들지 못하게 만들겠다는 ‘방송 길들이기’”라고 비판했다. 또 “방심위원들이 전문적 소견이 없다보니 방심위원들의 터무니없는 발언과 엉터리 심의결과가 속출하고 있다”며 “방심위 직원들이 전문적이고 객관적인 자료를 취합해 방심위원들에게 제공해주는 업무를 하지 않고 있는 탓도 크다”고 비판했다. 역사연대는 “케이비에스는 이번 심의결과에 맞서 적극적 반론을 펼치며 법정 투쟁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2015-04-29> 한겨레

☞기사원문: 역사연대 “방심위, 다큐 ‘뿌리깊은 미래’ 징계는 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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