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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세계유산 유력 일본 징용시설에 강제노동 명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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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도’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일본 나가사키 앞바다에 있는 섬 ‘하시마’. 이곳은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노동 피해가 있었던 곳이다.

신청 23곳 중 7곳서 조선인들 피해
민족연, 유네스코에 의견전달키로
독일서 자료전시·피해자 증언도
7월 최종 등록결정 가능성 높아

“일본 근대 산업시설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될 듯하다. 하지만 조선인 강제징용이라는 어두운 역사적 사실만큼은 분명히 명기시켜야 한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일본 정부가 최근 유네스코에 ‘메이지 산업혁명 유산’이라는 이름 아래 세계문화유산으로 신청한 규슈와 야마구치현에 있는 일본 근대 산업시설에 대해, 일본 정부에 역사적 사실을 명기하도록 압박해야 한다고 5일 밝혔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산하 민간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는 지난 4일 일본 근대 산업시설들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하기 적합하다고 밝혀 이변이 없는 한 오는 7월 열리는 세계유산위원회 회의에서도 최종적으로 등록 결정이 날 것으로 보인다.

민족문제연구소 김민철 책임연구원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위원국들은 한국의 반대에 대해 일본과 한국 사이의 문제가 아니냐는 식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 문제가 두 나라 사이의 정치적 문제가 아니라 보편적 인권의 문제라는 사실을 위원국들에게 설득해야 한다 ”고 말했다. 한국과 일본의 시민단체는 이를 위해 이런 내용을 담은 의견서를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의장인 독일인 마리아 뵈머 쪽과 다른 위원국 20개국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민족문제연구소는 밝혔다. 의견서는 시민단체인 ‘야스쿠니반대공동행동’이 6~13일 독일에서 야스쿠니신사 문제를 알리는 활동을 하면서 전달할 예정이다.

일본이 올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신청한 시설 23곳 중 적어도 7곳은 조선인 강제노동 피해가 있었던 곳이다. 대표적인 곳이 ‘군함도’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일본 나가사키 앞바다에 있는 섬 ‘하시마’로, 태평양전쟁 시기 강제징용된 조선인들이 석탄 채굴에 동원됐다가 100명 이상이 숨진 곳이다. 일본은 이 시설들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신청하면서 “서양의 기술이 일본 문화와 융합해 급속한 산업국가가 형성된 과정을 시계열적으로 보여주는 곳으로 보편적 가치가 있다”고 주장했다. 일본은 유네스코에 제출한 영문신청서에 “석탄 수요 증가를 맞추기 위해서 일부 탄광에서 죄수 노동이 중요한 노동력이 되었다. 이는 동시대 다른 산업화 세계의 광산업 관행의 반영이기도 하다”라고만 적었을 뿐이다.

민족문제연구소는 7월 초 세계유산위원회 회의가 열리는 독일 본에서, 일본이 등재를 신청한 시설들이 일본의 침략전쟁을 위한 산업시설이었음을 알릴 예정이다. 또 이 시설들에 강제동원된 사람들의 증언자료로 전시회도 열 예정이다. 김 연구원은 “세계문화유산에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처럼 인류에게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면 안 된다는 교훈을 주는 부정적 유산도 있다. 일본에 정확한 역사를 기록하게 요구하는 것이 현 시점에서는 오히려 좋은 전략일 수 있다”고 말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2015-05-05> 한겨레

☞기사원문: “세계유산 유력 일본 징용시설에 강제노동 명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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