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서 한일 전문가 심포지엄…’법적 문제 해결’ 주장 반박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한국과 일본의 수교 50주년(6월 22일)을 앞두고 양국 전문가는 1965년 체결된 한일 청구권 협정이 일본 식민지배 책임을 묻지 못한 것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20일 일본 도쿄(東京)의 재일본 한국YMCA회관에서 열린 수교 50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서 오타 오사무(太田修) 일본 도시샤(同志社)대 교수는 한일회담 문서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한일 기본조약이 식민지 지배와 전쟁의 책임을 덮어 감춘 것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1910년 한일 병합조약은 적법하며 식민지 지배는 한반도의 근대화에 도움을 줬다’는 것이 당시 일본 정부의 인식이며 과거에 식민지를 보유했던 국가를 포함한 연합국도 이런 생각을 공유했다고 전후 처리의 문제를 거론했다.
오타 교수는 “연합국 측과 일본은 전쟁 책임에 관해서는 어느 정도 적대 관계였으나 식민지배의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완전히 공범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이 한일 회담에서 노동자 군인·군무원(군속)의 미지급 임금이나 보상금 등에 대해 항목별로 법적인 근거나 사실 관계를 입증하라고 한국에 요구했으며 결국에는 이른바 ‘경제협력’ 방식의 자금을 지급해 식민지배나 전쟁의 책임을 덮어버렸다고 평가했다.
김창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청구권 협정의 내용을 분석해 봐도 ‘법적인 문제가 모두 해결됐다’는 일본 정부의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논평했다.
그는 이 협정이 청구권에 관해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고 하거나 “어떠한 주장도 할 수 없는 것으로 한다”며 아주 강한 표현으로 명확한 합의에 따라 문제가 해결된 것처럼 강조하고 있음에도 “협정문 어디에도 해결된 청구권의 원인이 명기되지 않았고 무엇이 해결됐는지 명확하지 않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김 교수는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의 전문에 ‘양자 간의 전쟁 상태의 결과로서 지금도 여전히 미해결 상태인 문제를 해결한다’고 규정하거나 일본이 다른 여러 나라와 맺은 조약이 ‘전쟁상태가 존재한 결과로서 생기는 모든 문제’라고 명확히 한 것과 비교하더라도 한일 청구권 협정의 표현이 매우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1965년 당시에는 한일 양국 정부가 협정에 대해 동일하게 해석했다는 점 등을 함께 고려하면 청구권 협정에 의해 해결된 것은 영토의 분리에 따른 재산이나 민사상 청구권일 뿐 일본이 한반도 지배가 불법이라고 전제하지 않은 이상 식민지 지배에 대한 책임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김승은 민족문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한국 정부가 재산권 피해 보상에 치중하고 인명 피해를 자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피해자 구제에 소극적이었다며 한국 정부가 청구권 협정으로 받은 자금을 사용한 방식을 비판했다.
이날 행사를 주최한 시민단체인 ‘한일관계 바로잡기 캠페인’과 한일시민선언실천협의회 등은 ‘식민지주의를 청산하고 함께 동아시아의 평화로운 미래를 열어가자’는 공동선언문을 발표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강제 동원 피해 문제 해결, 재일 한국·조선인에 대한 차별 철폐 등을 주장했다.
20일 시민단체 ‘한일관계 바로잡기 캠페인’이 한일 수교 50주년을 기념해 일본 도쿄(東京)의 재일본한국YMCA회관에서 개최한 심포지엄에서 오타 오사무(太田修, 오른쪽에서 두 번째) 일본 도시샤(同志社)대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1965년 6월 22일 일본 총리관저에서 열린 한일기본협약 조인식 장면(연합뉴스 자료사진)
<2015-06-20> 연합뉴스
☞기사원문: “한일청구권 협정은 식민지배 책임 물은 것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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