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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교과서 한자 포함, 개헌 보다 더 중대한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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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년간 한글전용정책 포기, 초등교과서에 한자병기 웬말


[한국NGO신문] 은동기 기자 = 한글문화연대, 전국국어교사모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민족문제연구소 등 전국 46개 한글, 교육 학부모,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초등교과서 한자병기 반대 국민운동본부’(상임대표 이대로)는 1일 오전 11시,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출범식을 갖고 교육부의 초등학교 교과서 한자 병기 방침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 ‘초등학교 교과서 한자병기 반대 국민운동본부’ 기자회견 ⓒ 은동기


교육부가 2018학년도부터 초등학교 3학년 이상의 도덕이나 사회 교과서 등에 한자를 한글과 병기하는 방식을 검토하겠다고 밝히고, 공청회 등을 거쳐 오는 9월 한자 병기 여부를 확정하겠다는데 대해 찬반 여론이 들끓고 있는 가운데 한글, 교육, 학부모, 시민사회단체들이 초등학교 교과서 한자병기를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출범식 취지 설명에서 이대로 상임대표는 “세종대왕은 우리 민족을 위해 한글을 만들었고 일제 때 우리 선열들은 목숨을 바쳐 한글을 지키고 빛냈다.”면서 “한글 교과서는 광복 뒤 미군정 때, 우리 선열들이 우리말과 글로 교육해서 이 나라를 일으키겠다고 만들었다.”고 말했다.


▲ 출범식 취지를 설명하는 이대로 ‘초등학교 교과서 한자병기 반대 국민운동본부’ 상임대표 ⓒ 은동기

이대표는 “광복 뒤에 우리 국민 가운데 글을 아는 사람은 10명 중에 2명 정도였고 글을 아는 사람 가운데도 한문과 일본말을 아는 국민들이 더 많았는데도 왜 우리 선열들이 교과서를 한글로 만들었겠는가” 반문하고 “한글이 우수하기도 하지만, 배우고 쓰기 쉽기 때문에 국민들을 한글로 깨우쳐서 민주주의와 경제를 일으키기 위해서였으며 반세기 만에 우리나라는 일어섰다. 바로 한글이 있었기 때문이다.”라고 국운융성에서 한글의 지대한 역할을 강조했다.

이대표는 광복 뒤부터 일본의 영향을 받은 지식인들은 처음부터 한글로 교과서를 만드는 것을 반대했다면서 고려대 총장 현상윤은 ‘어떻게 교과서를 아녀자들이나 쓰는 언문으로 만드느냐’고 극렬하게 반대했으며, 서울대 이숭녕교수도 마찬가지였다고 이들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과서를 일본식으로 한자를 병기하여 혼용하려고 획책했다. 1963년에 박정희정부는 이들의 꾐에 빠져 한때 한자로 교과서를 만들었다가 그게 잘못된 것을 알고 1970년 이후 지금까지 한글로 교과서를 만들어 국민교육을 해 오고 있고 나라가 발전해서 한류라는 이름으로 세계로 뻗어 나간 데는 한글의 영향이 절대적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130년 전 이 땅에 온 미국인 선교사 헐버트박사는 한글이 홀대 당하는데 대해 “참으로 조선민족이 안타깝다. 이렇게 훌륭한 글자를 쓰지 않다니…”하며 개탄했고 ‘사민필지’라는 최초의 한글 교과서를 만들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교과서는 역설적이게도 우리가 아닌 한글의 우수성을 발견한 미국인 선교사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이대표는 “우리가 그동안 문서로 교육부의 한자병기 정책을 전환할 것을 건의했으나 듣지 않는다.”면서 “이제 우리는 초등학교 교과서 한자병기 반대를 국민운동으로 승화시키면서 앞으로 두 달 동안 거리에서 서명과 함께 한글을 살리기 위해 싸우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 헐버트박사기념사업회 김동진 회장 ⓒ 은동기


참가단체 발언에서 헐버트박사기념사업회 김동진 회장은 “헐버트박사는 배우기 쉽고 쓰기 쉬운 한글로 교육해야 어린 아이들에게 올바른 창의성을 길러준다고 했다.”며 “어릴 적부터 한자를 배우면 또 다시 우리교육은 암기식, 주입식 교육으로 되돌아간다. 초등학교 교과서에 한자를 포함한다는 것은 헌법을 바꾸는 것보다 더 중대한 문제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기필코 초등학교 교과서에 한자를 병기하려면 국민투표에 부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글문화연대 이건범대표도 “우리는 여러 차례 회의를 통해서 이 정책의 부당함을 끊임없이 제기했지만, 교육부에서는 왜 한자교육을 강화해야 하는지 그 이유와 명분을 설득력있게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지금 한자급수시험 절반 정도를 초등학생들이 보고 있다. 한자교육과 관련된 사람들 배부르게 하는 일 외에 어떤 의미가 있는가.”하고 반문했다.

이대표는 “우리 청소년들이 한자를 몰라서 문장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일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우리나라 만 15세 청소년들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시행하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의 문해력 부분에서 최상위권을 유지하겠느냐.”면서 “말도 안되는 발상을 국민들에게 강요하고 있는데 이것이 국가가 해야 하는 일인지 국민들이 심판해 달라.“고 호소했다. 

초등교과서 한자병기, 과도한 학습량과 사교육비 증가 초래할 것

전교조 변성호 위원장도 “정부는 우리 아이들의 행복한 웃음을 바라지 않는 것 같다. 아이들은 너무 과도한 학습노동으로 힘들어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행복한 미래와 꿈을 주려면 과도한 학습량을 줄이는 노력부터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과도한 학습량은 결국 학부모들의 지나친 사교육비 증가로 이어질 것이며, 인문적 수양을 넓히기 위해 한자를 병기한다지만, 진정으로 우리 아이들의 행복한 웃음과 인문소양을 원한다면 아이들에게 아름다운 우리말로 사고하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전교조 변성호 위원장 ⓒ 은동기


“말과 글은 그 겨레의 얼이 된다”고 운을 땐 짚신문학회 오동춘 회장은 “현대판 최만리 일파의 농간으로 교육부가 초등학교 교과서에 한자를 병기하려는 정책은 나라를 망치는 일이고 시대에 역행하는 일이다.”라고 비판하고 “한자파들이 말하는 한자는 한글학회가 연구한 결과, 한자는 22% 정도밖에 남지 않았으며, 한자는 중학교 때무터 외국어로 간자체와 중국어를 배우게 해야 한다. 박정희대통령 때 한글로 간판을 달았던 광화문 현판도 다시 한글로 속히 바꿔 갈아 달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어린이문화협의회 이주영회장은 “나는 초등학교 때 한자병기 교과서로 공부했고 33년 동안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다.”면서 “내 경험으로 한자를 병기해야 인성교육이 되고 창의성이 길러진다는데 대해 전혀 공감할 수 없다. 교육부의 말대로라면 한자를 쓰는 일본이나 중국인들은 인성이 좋고 창의성이 높고, 한자를 전혀 모르는 미국, 프랑스, 독일 사람들은 창의력이 낮고 인성이 나쁜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한자병기 정책은 아이들을 죽이든 살리든 한자나 영어를 가르쳐서 아이들을 매개로 돈이나 벌려는 장사꾼들의 모리배적인 생각이다. 오히려 죽은 한자와 일제 찌꺼기 한자들을 밀어내고 쉽고 아름다운 한글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 기자회견문을 낭독하는 고려대 한국사연구소 박용규 연구교수 ⓒ 은동기


출범식 기자회견문에서 단체들은 임기 5년에 불과한 정권이 교육의 백년대계를 한 순간에 짓밟고 있다면서 45년동안 아무 문제없이 초등교육이 이뤄져 왔음을 강조하고, 초등교과서에 한자를 병기하겠다는 교육부의 정책에 대해 반민족적이고 반역사적인 망국정책을 국민과의 소통을 거부하고 강행하려 하고 있다고 맹렬히 비난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정부의 한자병기 정책에 반대하는 1천만 서명운동을 벌여 한자병기 정책을 기필코 폐기하도록 하겠다면서 ▲교육부의 초등교과서 한자병기 주장은 상위법인 ‘국어기본법’에 위배되며 ▲초등학교에서 한자병기를 확대하면 학생들의 학업부담이 가중되고 ▲한자병기는 사교육비의 증가를 가져오며 ▲두 개의 문자를 섞어 쓰는 나라는 일본밖에 없을 정도로 모든 나라들은 한 개의 글자만을 사용하며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가장 성공한 정책이 바로 한글전용정책이다. ▲모든 문자생활에서 한자가 필요없다. 방송매체와 신문이 모두 한글로 되어 있다고 한자병기 정책 반대의 근거를 제시했다.

그러면서 단체들은 “우리는 한자교육을 절대로 반대하지 않는다. 한자교육은 중.고등학교에서 제대로 하라는 것이다. 현재 정규교과로 편성된 중학교와 고등학교의 한문교과에서 한자를 각각 900자씩 제대로 배우도록 정상화하라는 것이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 단체들은 초등학교 교과서 한자병기 반대 1천만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 은동기


이들은 ‘초등학교 교과서 한자병기 반대 1천만 서명운동’을 시작하면서 ▲한자급수시험으로 돈벌이를 하는 한자단체의 요구를 수용한 교육부는 즉각 한자병기 정책을 철회하라. ▲우리말과 한글을 발전시키기 위해 제정한 ‘국어기본법’을 사수하라.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는 한자병기 정책을 즉각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초등교과서 한자병기 반대 국민운동본부’는 상임대표에 이대로 국어문화운동실천협의회 회장을 선출했으며, 공동대표에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대표, 변성호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 윤지희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대표, 이오영 남북경제협력포럼 이사장, 이주영 한국어린이문학협의회 회장, 조장희 전국국어교사모임 회장, 윤태규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 이사장을, 집행위원장에 박용규 고려대 한국사연구소 연구교수로 진용을 갖추고 한자병기 반대운동에 나서면서 1천만 서명운동에 돌입함으로써 정부와 한자병기에 찬성하는 단체들과의 격렬한 논쟁과 가두 투쟁을 예고했다.

단체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1천만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2015-07-06> 한국NGO신문

☞기사원문: “초등 교과서 한자 포함, 개헌 보다 더 중대한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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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초등교과서 한자병기 반대 운동본부 발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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