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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이승만 망명’ 보도, 무더기 문책 인사…청와대 눈치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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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50년 8월 15일 대구에서 열린 국회 개회식에서 연설하는 이승만 전 대통령.

굴욕적 반론보도 이어 보도 책임자 4명 평기자 발령
새노조 “연임 노리는 조대현 사장의 청와대 향한 구애”

명백한 징계성 인사 반발에…사쪽 “징계성 인사 아냐”

지난달 24일 한국전쟁 발발 직후 이승만 정부가 일본에 망명을 요청했다는 이른바 ‘이승만 정부 망명설’을 보도한 <한국방송>(KBS)이 지난 3일 긴 분량의 반론보도를 내보낸데 이어, 당시 보도의 책임자인 보도본부 간부 4명을 평기자로 발령해 ‘징계성 인사’ 논란이 일고 있다.

14일 케이비에스는 인사를 내어 처음 보도를 내보낸 국제부의 이재강 국제부장을 디지털뉴스부 평기자로, 국제부와 해외지국들을 총괄지휘하는 용태영 국제주간을 심의실 평기자로 발령했다. 또 이 보도와 관련해 이승만 전 대통령을 임진왜란 당시 백성을 버리고 도성을 빠져나간 선조와 비유한 온라인용 기사를 내보낸 디지털뉴스부의 송종문 디지털뉴스국장을 심의실 평기자로, 백진원 디지털 뉴스부장을 라디오 뉴스제작부 평기자로 발령했다. 이날 인사에서는 이 네명을 비롯해 총 11명의 간부급 인사가 이루어졌다.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방송본부(케이비에스 새노조)는 15일 성명을 내어 “‘화요일 밤의 대학살’이라고 불릴 만한 명백한 징계성 인사를 단행했다”며 “임기 만료 넉달을 앞둔 조대현 사장이 연임을 위한 욕심으로 차기 사장에 대한 선임권을 행사할 (이인호) 이사장에게 충성 맹세를 한 것이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새노조는 “조 사장을 ‘제2의 길환영’으로 규정하고 공영방송을 망가뜨린 것에 대한 책임을 반드시 물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새노조 관계자는 “이번에 인사가 난 사람들 가운데 보직을 맡았던 간부가 평기자로 발령난 경우는 위 4명뿐”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방송 기자협회도 같은 날 성명을 내어 “케이비에스 역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반론보도에 이어 징계성 인사가 단행됐다” 며 “조 사장이 연임을 위해서 청와대를 향한 구애의 손짓을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케이비에스는 지난 3일 저녁 메인 뉴스프로그램 <뉴스9>에서 주요 뉴스인 4번째 꼭지로 애초 보도와 거의 같은 분량의 반론 및 정정 보도를 내보냈다.

처음 이 보도가 나간 뒤 보수 성향 시민단체들은 서울 여의도 케이비에스 사옥에서 기자회견 및 1인 시위를 펼쳤다. 이승만 기념사업회 관계자는 강선규 케이비에스 보도본부장을 직접 만나 항의의 뜻을 전달했다. 이들은 이 보도가 근거로 내세운 일본 야마구치 현의 자료가 정부의 공식 자료가 아니라는 점과 이승만 기념 사업회 등의 반론을 포함시키지 않았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문제삼았다. 해당 기사들은 그 뒤 인터넷서 삭제됐다. 뉴라이트 성향의 이인호 케이비에스 이사장은 이 보도와 관련된 논의를 하겠다며 9일 임시 이사회까지 소집했으나 야당 추천 이사들의 반발로 정식 안건으로 상정되지는 못했다.

케이비에스는 논란에 대해 “해당 간부들이 지난해 8월 발령을 받아 1년 가까이 근무한 상태로, 인사할 때가 되어 인사를 한 것”이라며 “징계성 인사라는 것은 노조의 일방적 주장으로, 인사는 다양한 요소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밝혔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2015-07-15> 한겨레

☞기사원문: KBS ‘이승만 망명’ 보도, 무더기 문책 인사…청와대 눈치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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