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파 윤웅렬 비석 (광주=연합뉴스) 장덕종 기자 = 광주시 공원 제1호 광주공원에 남아있는 친일파 윤웅렬(1840∼1911년) 선정비. 1896년 전남 관찰사 재직 시절 선정을 베풀었다는 이유로 이곳에 건립된 이후 100년 넘게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15.7.20 cbebop@yna.co.kr |
일제로부터 남작 작위 받아…’친일인사’로 규정
민족문제연구소 “철거하라”, 광주시 “친일행적 알리는 안내판 설치 검토”
(광주=연합뉴스) 장덕종 기자 = 광주에서 가장 오래된 ‘공원 1호’ 광주공원에 친일파로 불리는 한 인사의 선정비가 100년 이상 존치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일각에서 철거 요구가 일고있다.
20일 민족문제연구소 광주지부와 광주시에 따르면 광주 남구 구동 광주공원 내 비석거리에 윤웅렬(1840∼1911년)의 선정비가 세워져 있다.
이 선정비는 윤웅렬이 한말 1896년 전남 관찰사 재직 시절 선정을 베풀었다는 이유로 세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윤웅렬은 한말 형조판서, 대한제국 군부대신 등을 지냈으며 1910년 한일합방 후 남작 작위를 받고 1911년 사망, 이후 지위는 그대로 장남인 윤치호에게 승계됐다.
윤웅렬은 일본 정부로부터 공직 및 작위를 받아 민족문제연구소의 친일인명사전, 친일반민족행위자 명단에 수록, 친일인사로 분류된다.
1943년 광주시 제1호 공원으로 지정된 광주공원에는 1965년 윤웅렬 선정비가 있는 자리에 다른 비석들이 함께 옮겨져 비석거리가 조성됐다.
광주공원은 일제강점기 신사가 마련돼 일제의 강제 신사 참배가 이뤄진 곳이다.
광복 이후 이 신사는 철거됐고 이후 광주공원에는 현충탑, 4·19 추모비 등이 조성돼 우리나라 근·현대 역사 교육 현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5·18 민주화운동 당시에는 시민군 집합 장소로 사용돼 5·18 사적지로도 지정돼있다.
이 같은 광주공원의 역사성과 상징성에 비춰 일제시대 잔재가 그대로 남아있는 게 어울리지 않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관리 당국인 광주시와 남구는 이곳에 친일파인 윤웅렬 선정비가 있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민족문제연구소 관계자는 “친일파의 잔재가 광주공원에 여전히 존재하는 것은 항일 독립운동가에 대한 모독이자 능욕”이라며 “올바른 역사인식 제고를 위해서라도 철거하거나, 어렵다면 ‘단죄비’나 안내표지판이라도 함께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비석 자체가 역사적 유물이라 함부로 철거하기는 어렵다”며 “역사적인 현장으로 삼기위해 친일파 행적을 알리는 표지판을 세우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2015-07-20>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