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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병탄의 서곡…일본 교과서에서 사라진 ‘조선해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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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사연구 논문 “대한해협 명칭 변화가 역사인식 보여줘”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 우리나라 동남부와 일본 규슈(九洲) 사이에 있는 해협인 ‘대한해협’.


일본 지도에서 대한해협이라는 명칭은 조선해협에서 대마해협, 현해탄 등으로 다양하게 바뀌어왔다.

그동안 대한해협은 동해나 독도에 비해 명칭 변화에 대한 연구나 관심이 매우 적었지만, 일본 교과서에서 대한해협의 명칭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분석해 일본의 역사인식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논문이 최근 나왔다.

31일 한철호 동국대 역사교육과 교수가 독립기념관이 간행하는 ‘한국독립운동연구’에 투고한 논문 ‘메이지시기 일본 지리교과서의 대한(조선)해협 명칭 변화와 그 의미’에 따르면 일본의 지리교과서에서 대한해협에 관한 언급은 한국병탄을 즈음해 온도 차를 보인다.

지리교육의 목적이 계몽 혹은 실용 위주에서 국가의 입장을 대변하는 방향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조선해협이 처음 등장한 지리교과서는 1870년 우치다 마사오(內田正雄)의 ‘여지지략'(輿地誌略)이다. 

‘메이지 시대의 삼서(三書)’라고 불리며 소학교나 사범학교 교과서로 쓰인 이 책은 일본의 위치를 설명하고자 삽입한 ‘대일본전도’에서 거제도 남쪽 부분에 ‘조선협’을 표기했다.

그러나 당시 우치다를 제외한 다른 교과서에서는 아예 조선해협이 다뤄지지 않았다.



대마도에서 바라본 대한해협(자료사진)

조선해협에 대한 언급이 본격화된 것은 1890년대 들어서다.


생활실용주의 지리교육 방침에 따라 일본인들 사이에서 지리적 인식이 점차 확대되면서 대부분 교과서가 조선해협을 언급했다.


이때 일부 교과서는 조선해협과 대마해협을 병기·혼용했으나 이때도 대체로 대마해협은 협의, 조선해협은 광의의 의미로 쓰였다.


‘심상소학지리역사교과서'(尋常小學地理歷史敎科書)는 학생용은 대마해협만 표기하고 교사용은 대마해협과 조선해협을 병기하는 특이한 방식을 쓰기도 했다.


그러나 1900년 들어 지리 교과의 목적이 개인의 생활이 아니라 국가본위의 입장을 대변하는 방향으로 바뀌면서 조선해협의 위상에도 변화가 생겼다.


대마해협만 단독으로 쓰는 교과서가 늘어났고 아예 한국과 함께 조선해협이라는 표기 자체가 사라진 교과서도 등장했다.

일본 문부성이 1909년 아동용으로 편찬한 ‘고등소학지리’ 권1에는 한국이 삭제됐고, 이듬해 낸 아동용 제2기 국정지리교과서 ‘심상소학지리’에는 조선해협(대마해협)이 등장하지 않는다. 

한 교수는 “일제가 한국의 식민지배를 실질적으로 추진했던 당시의 역사적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명칭의 변화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가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eun@yna.co.kr

<2015-07-31> 연합뉴스

기사원문: 한국병탄의 서곡…일본 교과서에서 사라진 ‘조선해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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