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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임 노리는 조대현 ‘정권 눈치보기’ 도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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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호 <한국방송>(KBS) 이사장(왼쪽)이 지난해 10월22일 서울 여의도 케이비에스 본관에서 열린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해 조대현 사장(오른쪽)과 이야기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이승만 망명설’ 보도에 과잉대응

정정보도뒤 책임자들 평기자 발령

방심위도 내일 논의뒤 중징계 조짐

‘국정원 해킹’ 사회적 논란 외면

국정원쪽 해명 담은 기사 부각

새노조 “청와대 올인 정치” 반발

지난달 28일로 취임 1년을 맞은 조대현 <한국방송>(KBS) 사장의 잇따른 ‘정권 눈치보기’ 행태에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연임을 노리는 조 사장의 ‘무리수’라는 케이비에스 안팎의 지적이 나오면서 지난해 6월 ‘세월호 보도 청와대 외압 폭로’ 파문 뒤 물러났던 길환영 전 케이비에스 사장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마저 나온다.

■ ‘이승만 망명설’ 징계성 인사에 국정원 사태 소극 보도까지 우선, ‘이승만 정부 망명 요청설’ 보도에 대한 과잉 대응이 최근의 사례로 꼽힌다. 지난 6월24일 케이비에스 <뉴스9>는 “이승만 정부가 한국전쟁 발발 직후 일본 정부에 한국민 6만명의 망명 의사를 타진했고, 일본이 한국인 피난 캠프 계획을 세웠다”는 내용이 담긴 일본 야마구치현의 문건을 단독으로 보도했다. 해당 보도가 나간 뒤 이승만 기념사업회 등 보수 단체들은 강력 반발했고, 결국 지난달 3일 케이비에스는 <뉴스9> 4번째 주요 꼭지로 최초 보도 2분에 맞먹는 분량인 1분 40초짜리 반론 및 정정 보도를 내보냈다. 그 뒤 뉴라이트 성향의 이인호 케이비에스 이사장은 “해당 보도에 대한 논의를 하자”며 이사회 소집까지 요청했지만 야당 추천 이사들의 반발로 이사회 개최는 무산됐다.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지난달 14일 케이비에스는 해당 보도와 관련돼 있는 간부들인 국제부장, 국제주간, 디지털뉴스부장, 디지털뉴스국장 등 네 명을 모두 평기자로 발령내는 인사를 단행했다. 새노조는 “조 사장이 이인호 이사장에게 충성맹세를 한 징계성 인사”라며 반발했다.

이 보도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징계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5일 방심위는 방송심의소위를 열어 해당 보도가 객관성 및 공정성 등 방송심의 기준에 적합했는지를 논의할 방침이다. 장낙인 방심위 심의위원은 “지난 4월 중징계(경고)를 받은 케이비에스 역사다큐멘터리 <뿌리 깊은 미래>처럼 중징계가 나올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뿌리 깊은 미래>에 이어, ‘보도(방영)-보수단체 반발-이인호 이사장의 개입-방심위 징계’로 이어지는 패턴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국가정보원 해킹프로그램 구입과 민간인 사찰’ 의혹과 관련한 소극적 보도도 ‘정권 눈치보기’ 사례로 거론된다.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의 모니터링 자료를 보면 케이비에스는 애초 해킹 의혹이 제기된 지난달 10일부터 20일까지 관련 보도를 10건밖에 하지 않았다. 이는 최근 ‘보수 편향’을 보이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문화방송>(MBC) 12.5건보다도 적은 수치다. 민언련은 “보도의 내용 또한 민간인 사찰 의혹, 선거 사찰 의혹 등 사회적 논란이 됐던 내용에 대해서는 제대로 보도하지 않고, 여야공방 묘사를 통해 정치권 정쟁으로 둔갑시켰다”고 평가했다. 이런 보도 태도는 21일 이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21일~30일 <뉴스9>를 보면 관련 보도는 총 7건에 그쳤고 그나마 “불법 사찰이 없었다”는 국정원장의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 등 국정원 쪽의 해명을 담은 기사를 주로 내보냈다.

케이비에스는 지난달 14일에는 지난해 파업 국면 당시 길환영 전 사장의 출근 저지 투쟁에 참여했던 새노조 조합원 9명에 대한 징계를 1년2개월여 만에 확정해 노조 쪽의 강력한 반발을 사기도 했다.

■ 연임 위한 러브콜? 올 11월 임기가 끝나는 조 사장의 이 같은 행태는 결국 연임을 위해 정부에 보내는 ‘러브콜’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케이비에스 새노조는 최근 잇단 성명을 통해 “청와대 올인 정치”, “제2의 길환영” 등의 표현을 써가며 조 사장을 강력하게 비난하고 있다. 새노조는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지난달 29일부터 취임 1년을 맞은 조 사장에 대한 평가를 진행 중에 있으며 조만간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병도 한국방송 기자협회 회장은 “이승만 망명요청설 관련해 반론보도에 인색할 필요는 없지만, 징계성 인사까지 이어진 현 상황은 과하다는 것이 기자들의 생각이다. 방심위의 최종 결정을 지켜본 뒤 대응책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안주식 한국방송 피디(PD)협회 회장은 “이인호 이사장의 보수적인 사관이 프로그램 제작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조 사장이 연임을 의식해 이사장 눈치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성해 대구대 교수(신문방송학과)는 “현재 케이비에스를 보면 제3자가 보기에도 공정하지 못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정권 편향적이라는 느낌을 준다”며 “이러한 정책이 지속되면 결국 공영방송 케이비에스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추혜선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도 “현재 케이비에스는 사회의 다양한 의견과 요구를 수용하기보다는 연임이 유력시되는 이인호 이사장과 정권 앞에 줄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런 논란에 대해 케이비에스 홍보실 쪽은 “특별히 밝힐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2015-08-04> 한겨레

☞기사원문: 연임 노리는 조대현 ‘정권 눈치보기’ 도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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