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여당 추천 위원 7명 확정…이사회 순항에는 물음표
3차례 연기됐던 KBS 이사회 후보 명단이 공개됐다. KBS 안팎에서 부적격이라고 비판받은 인사가 고스란히 포함됐다. 특히 여당 추천 몫으로 포함된 인사들은 방송·언론보다는 ‘이념’ 논쟁에 치열했던 보수 논객들이 다수 포함돼 차기 KBS 이사회가 순항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는 13일 전체회의를 열고 박근혜 대통령에게 추천할 KBS 이사 후보 11명 명단을 확정했다.
야권 추천 방통위 상임위원은 그동안 이사 3연임 및 방송 독립성·자율성 침해 이사 선임에 반대하며 3차례 회의를 무산시켰으나 “책임 있는 공직자로서 더 이상 이사 선임을 미루기 힘들었다”며 이사 선임 표결에 참석했다.
여당 추천 몫 이사에는 △이인호 현 이사장 △강규형 명지대 기록대학원 교수 △김경민 한양대 정외과 교수 △이원일 변호사 △조우석 문화평론가 △차기환 변호사(전 방문진 이사 연임) △변석찬 전 KBS라디오 센터장 등이 이사로 추천됐다.
KBS 여당 추천 몫의 이사 후보들은 현재 9기 이사회보다 보수색채가 뚜렷해졌다. 극우·보수계열 활동도 활발해 앞으로 이사회 운영에 난항이 예상된다.
이인호 이사장은 지난해 9월 KBS 이사회에 입성한 후 타천으로 이사 후보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삼 정부와 김대중 정부를 오가며 러시아·핀란드 대사를 역임했던 역사학자다. 진보-보수에서 객관적이라고 평가받던 이인호 이사장은 뉴라이트 계열 역사학자로 돌변했다. ▲ (첫번째줄 왼쪽부터)강규형, 김경민, 변석찬, 조우석, (두번째줄 왼쪽부터)이인호, 이원일, 차기환 KBS 신임 이사 후보. 이인호 이사장은 지난해 이사 임명 전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 낙마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KBS의 ‘문창극 후보 친일 발언’ 보도를 비판했으며 “문창극 후보 강연에 감명 받았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이인호 이사장은 이사 임명 후에도 ‘편파적인 역사관’이 종종 문제로 지적됐다. 이인호 이사장은 그동안 KBS ‘뿌리깊은 나무’와 ‘뉴스9’의 이승만 일본 망명설 보도 등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개입해 방송 공정성을 침해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인호 이사장을 제외하고는 여당 추천 이사는 모두 물갈이 됐다. 직업군은 학자·변호사·문화평론가 등인데 이들은 보수 논객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대표적인 인사는 차기환 변호사다. 그는 지난 8일까지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를 연임하고 다음달부터 KBS 이사회로 출근한다. 방통위 야권 추천 상임위원과 시민사회 단체가 이사 3연임 반대 주인공으로 꼽았으나 차기환 변호사는 흔들림 없이 KBS 이사회 입성에 성공했다. 차기환 변호사는 연임 문제 뿐 아니라 방문진 이사회 당시 MBC를 망쳐놨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또한 무분별한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 병역 의혹 제기와 4·16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 방해 등으로 논란을 빚고 있어 공영방송 이사 자질 문제도 거론이 됐다. 이인호 이사장의 애제자로 알려진 강규형 교수는 현대사를 보수적 관점으로 재구성 하려는 한국현대사학회의 대외협력위원장을 지난 인물이다. 지난해 문창극 총리 후보 친일 논란의 근거가 된 KBS 보도를 ‘왜곡보도’라고 폄훼하는 성명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강규형 교수는 또 조선일보에 기고한 ‘맞지 않는 잣대 들이댄 ’從北‘ 배상 판결’ 시론에서 서울고법이 이정희·심재환 부부를 ‘종북’으로 지칭한 변희재씨에게 명예훼손 혐의로 손해배상을 판결한 데 대해 “상식을 벗어났으며 무리한 이중 잣대를 들이댔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문화일보·중앙일보 기자를 거친 조우석 문화평론가도 뉴라이트 색채가 뚜렷하다. 심지어 조우석 평론가는 지난 6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확산되던 당시 보수우익 매체인 미디어펜에 <메르스 괴담, 위태로운 ‘언론 망국’의 민낯> 칼럼을 통해 “이 나라 화근의 뿌리는 언론이라는 게 새삼 밝혀졌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오는 8월에 이사진이 물갈이되는 KBS를 시범사례로 해서 그걸 온전한 공영방송으로 돌아오도록 만들어야 한다”며 “그건 순전히 정부 의지에 달려있는데, 박근혜 정부의 실력을 지켜보고 최종적인 판단을 하겠다. 반복하지만 지금의 한국은 언론망국의 위기 국면”이라고 지적했다. 당시 메르스 확산의 직접 적인 원인인 정부의 늑장대응 보다는 ‘괴담’을 탓했다. 특히 해당 글에서 메르그 괴담과 관련해 “대형포털과 지상파가 문제”라면서도 지상파가 문제인 근거를 제시하지 않으며 ‘KBS 물갈이’를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나는 보수다’라는 책의 저자이기도 하다. KBS 내부 인사인 변석찬 전 KBS 라디오센터장은 현업일 당시 ‘친박 인사’를 KBS로 끌어들여 ‘친박 코드 맞추기 인사’로 비판을 받았다. 변석찬 전 센터장이 KBS1 라디오 경제프로그램 <경제나침반>의 새로운 진행자로 기업인 최양오씨를 선정했다. 최양오씨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처남이다. 또 최양오씨의 부친이 박정희 전 대통령과 같은 만주군관학교 출신이라는 인연도 있다. 방통위에서 추천된 이들은 방송법 제46조 규정에 따라 대통령 임명 절차를 거쳐 차기 이사회에서 임기를 시작한다. <2015-08-14> 미디어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