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은 교수, 항일노래 100여개 새로 발굴…’항일음악 350곡’에 담아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만주땅 시베리아 넓은 들판에 동에 갔다 서에 번쩍 이내 신세야. 교대 잠이 편안하여 누가 자며 콩둔 밥이 맛이 있어 누가 먹겠나. 때려라 부셔라 왜놈들 죽여라.”(옥중가)
1909년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처단하고 뤼순 감옥에 갇힌 안중근 의사는 이듬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기 전까지 직접 작사·작곡한 이 ‘옥중가’를 부르며 울분을 달랬다.
안 의사의 여동생인 안익근이 6촌 동생 곽희종에게 가르쳐 중국에서는 이미 널리 알려진 이 노래가 100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한국에 소개된다.
노동은 중앙대 명예교수는 13일 광복 70주년을 맞아 독립가와 항일가, 혁명가 등 일본의 조선 침략에 항거한 내용의 ‘항일노래’를 모아 언론에 공개했다.
이 노래에는 안중근 의사의 ‘옥중가’ 외에 민족시인 김여제가 지은 ‘흥사단 단가’, 상하이 임시정부가 발간한 ‘독립신문’에 발표된 ‘독립군가’도 포함됐다.
불교계 학교에서 학업에 매진하고 독립 의지를 다지고자 부른 학도가 중 가장 처음 나온 ‘학도권면가’를 비롯해 부자(父子) 작곡가 이두산·정호가 작곡·작사한 노래도 이번에 처음으로 발표된다.
▲ 안중근 의사의 옥중가 |
노 교수는 이 곡들을 비롯해 새로 발굴한 항일노래 100여개를 올해 발간될 항일노래집 ‘항일음악 350곡’에 담았다.
노 교수와 역사단체 민족문제연구소가 함께 작업한 ‘항일음악 350곡’은 동학혁명 시기 노래부터 1945년 해방을 맞을 때까지의 노래를 연대별로 정리한 최초의 항일 노래집이다.
우리 항일 노래들은 1910년 이전에는 미국 찬송가, 1910년대에는 일본 창가와 군가의 영향을 받았으나 1920년대부터 독창적인 곡들이 창작됐다고 노 교수는 설명했다.
노 교수는 “독립군 진영에서는 ‘압록강 행진곡’ 등 부산대 교수를 지낸 한유한 선생의 곡과 이두산·정호 부자의 노래를 많이 불렀다”며 “사회주의 진영의 작곡가는 정율성씨가 대표적으로, 정씨의 노래는 여전히 중국 공식 행사에서 많이 쓰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동안 ‘북한을 인정하면 안 된다’는 이념적 이유로 독립군과 연관된 노래들만 주로 소개됐다”며 “정파나 이데올로기에 따라 특정 음악만을 연구하는 자세를 지양하고 항일 음악을 민족 전체의 관점에서 조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교수는 “민족을 지키고 독립 정신을 고취하기 위해 부른 모든 음악은 ‘항일노래’라고 불러야 한다”며 “연구도, 소개도 거의 안 된 사회주의 진영의 노래를 정리한 것이 ‘항일음악 350곡’의 의의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노동은 중앙대 명예교수 |
노 교수는 저작권 문제 등으로 이번에 다루지 못한 북한의 항일가요와 혁명가요 등을 따로 모아 2집을 낼 계획이다.
이와 함께 홍난파·현제명 등 친일파들이 만든 노래와 일본 군가 등을 엮은 친일가요집 발간도 계획하고 있다.
노 교수는 “이번 노래집은 4년간 중국과 일본을 오가며 수많은 자료를 뒤지고 사람들을 만난 끝에 완성됐다”며 “오래 걸리고 수고도 많이 들어갔지만 우리가 역사를 바로 알고 미래로 나아가려면 누군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damia@yna.co.kr
<2015-08-13> 연합뉴스
☞기사원문:
안중근 의사 작사·작곡한 ‘옥중가’, 국내에 첫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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