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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파 미화, 후손들에 의한 역사 쿠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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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259] 박한용 민족문제연구소 교육홍보실장

▲ 박한용 민족문제연구소 교육홍보실장


오는 15일이면 일제로부터 해방된 지 70주년을 맞는다. 이에 정부는 14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하는 등 떠들썩하게 70주년 행사를 치르고 있다. 광복 70주년이 되었지만, 우리는 친일 청산도 못했을 뿐만 아니라 친일파 후손이 여전히 정치·경제는 물론 사회 전반에서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반면, 독립 운동가 후손들 대부분은 가난에서 못 벗어나고 있는 형편이다.

광복 70주년을 어떻게 맞아야 할지 그 답을 듣고자 그동안 친일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해온 민족문제연구소의 박한용 교육홍보실장을 12일 청량리 민족문제연구소 사무실에서 만났다. 다음은 박 교육홍보실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15일이면 광복 70주년을 맞습니다. 지난 70년 어떻게 평가하세요?

“(정부는) 올해가 광복 70년이라고 해서 대대적으로 홍보하는데 우리가 정말 일본 제국주의로부터 해방되었느냐를 생각하면 부끄럽고 민망해요. 왜냐면 첫째, 일본 잔재가 여전히 우리 사회의 핵심 권력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죠.

잘 알다시피 일제 잔재란 건 다양한 방면에 있을 수 있지만… 무엇보다 해방 이후 친일파들이 다 장악했어요. 한 역사학자가 ‘해방 이후 친일파가 청산되는 것이 아니라 정부수립 이후에 독립운동가가 친일파에 의해 역청산 당했다’라고 할 정도로 이승만 정부는 친일파를 중용했어요. 일제에 충성을 다 바쳤던 반민족 행위자들이 대한민국 모든 권력과 기득권을 이어왔는데, 이걸 진정한 독립이고 광복이라고 말할 수 있냐는 것이겠죠.

둘째, 한일 과거사 문제가 전혀 해결되지 않았잖아요. 아베 정권의 경우는 오히려 식민지 지배를 옹호하고, 나아가서 과거 침략 전쟁마저도 부정하는데 한국 정부는 여기에 대해 아무 대응도 못하는 현실들, 그리고 일제 잔재는 그대로 남아 있어요.

셋째, 무엇보다도 가장 뼈아픈 건, 많은 선조들이 피의 대가로 분단된 조국을 만들려고 한 것이 아닌데 분단이 되었죠. 전 세계 분단국가들은 통일되었는데 우리만 분단국가로 남아 남북의 갈등과 위기를 지속하는 걸 보면, 민망하기 짝이 없죠.

마지막으로 독립운동가들이 꿈꾼 건 민주주의 국가인데 남과 북 모두 민주주의로부터 멀어져가고 있어요. 어느 것 하나도 광복되지 않은, 현실적 광복이기 때문에 해마다 돌아오는 8.15는 자랑스러운 날이 아니라 순국선열들에게 부끄러운 날이란 게 제 솔직한 심정입니다.”

“지금은 친일파들을 부활시킨 게 문제”

– 이승만 정권이 친일파를 중용했다고 하셨는데 수구측은 ‘그 당시 잘 아는 사람을 쓸 수밖에 없어서 어쩔 수 없었다’고 주장합니다.

“친일파들을 쓰지 말자는 건 아니에요. 친일파 청산은 그들을 매장하자는 뜻이 아닙니다. 일제 잔재 청산은 일제의 파시즘적 지배질서를 모든 분야에서 없애는 것이고, 나아가서 일제에 적극적으로 협력해서 많은 한국인을 고통에 빠뜨린 이들은 응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겁니다. 그 처벌이란 것은 영원한 것이 아니에요. 적어도 새로운 나라를 만들 때 그들이 대한민국 정부 수립의 주체가 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친일을 한 이들이 대한민국 정부에 참여하려면, 일정한 처벌과 반성, 자숙 등 새로운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나는 과정을 필수적으로 겪어야 하는데… 이승만 정부는 오히려 친일파 대신 독립운동가들을 배제했어요. 국군도 일본군 중심으로 구성했단 말이에요. 애초에 미군정이 친일파 청산을 거부한 것이고… 이승만 정권이 친일파를 중용하는 등 대한민국 정부 수립 주도세력에 친일파들을 넣은 것부터 잘못된 것이죠.

친일파들을 건국과정에 참여시켜서는 안 됐습니다. 정부 수립 후 일정한 처벌과 경과조치가 있어야 했어요. 그들이 속죄하는 의미로 대한민국에 봉사하게 했어야 했는데, 그게 아니라 일제의 기득권을 그대로 이어온 겁니다. 뉴라이트는 ‘이들이 없었다면 대한민국은 성립되지 않았다’고 주장 하는데, 이걸 달리 말하면 독립운동가는 건국의 자격이나 능력이 없다는 뜻이 됩니다.”

– 70년이나 흘렀지만, 여전히 친일청산이 안되어 아직도 우리 사회는 친일파가 주류를 형성하고 있어요.

“지금은 친일 청산이 안 된 게 문제가 아니라 친일파들을 부활시킨 게 문제인 거예요. 친일인명사전이 나오고 정부에서는 친일·반민족 진상규명위원회도 만들어 1000여 명 정도를 반민족 행위자로 규정했어요. 또 극렬한 친일파들의 경우 재산환수조치까지 했습니다. 근데 친일파 후손들은 자숙 대신 수많은 소송을 제기했죠.

물론 후손들이 책임을 져야 할 이유는 없어요. 그러나 도의적 책임은 있을 수 있죠. 당사자가 속죄하지 못한 걸 후손이 속죄함으로써 한국 사회 역사 정의에 기초한 하나의 도덕적 윤리의식을 세우 는데 동참한다면 후손들의 반성은 한국사회의 갈등과 분열을 극복해 나가고 더 나은 사회가 되는 계기가 됐을 거예요.

그러나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친일파 후손들은 두 가지를 했죠. 하나는 친일파로 규정된 것에 억울하다며 소송을 냈고, 나아가서는 ‘친일이 무슨 죄냐?’고 주장하는 도덕적 해이까지 보였어요. 친일 청산 문제는 친일한 당사자보다 후손들이 갖는 태도가 충격적이었어요.

둘째는 수구 학자 일부와 일부 광신적인 반공 기독교 또는 특히 현재의 권력들의 경우 친일청산에 반발해 역사 왜곡과 교과서 왜곡으로 대응하고 있죠. 우리가 잘 아는 2008년 뉴라이트의 대안 교과서나 2013년 검인정 교학사판 한국사 교과서에는 친일파가 미화돼 있잖아요. 이건 친일파와 그 후손들에 의한 역사 쿠데타라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봤을 때 지금은 친일 청산 대상자가 오히려 우리 역사를 다시 뒤집어엎는 반동의 시대인 거죠. 따라서 일제로 돌아가는 분위기죠.”

– 최근 홍영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조부의 친일 행적을 사과했어요.

“저희는 친일파 후손에게 연좌제를 적용하자는 건 아니에요. 그러나 반성하는 사람과 하지 않는 사람의 차이가 있단 거예요. 예를 들어 홍 의원의 경우에는 조부의 친일 행적을 알고 잘못했다고 인정했어요. 본인의 행위는 아니지만, 공인으로 나올 때는 공공과 관련한 역사의식이 중요하잖아요.

하나의 공동체가 일제에 의해 고통당했고 공동체에 고통을 주었던 가해 측에 조상이 있었다면, 이는 개인사 문제를 넘어서죠. 특히 정치인의 경우 공인으로써 이는 그들의 역사 인식에 해당합니다. 잘 보시면 야당 쪽은 다들 인정했어요. 근데 여당에서 대표적으로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는 부친의 친일을 반성하지 않았어요. 대통령은 헌법을 수호해야 할 사람이에요. 근데 여당측은 반성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관용적이면서 반성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비난하는 비정상 행태를 보이죠.”

“박근령식 역사인식 갖은 이, 한국 사회에 많아”

– 정부는 14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하는 등 떠들썩합니다. 그러나 우리 문화 10, 50, 100등 꺾어지는 해를 크게 행사를 치렀잖아요. 그래서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어요.

“광복절 전날을 임시공휴일로 한 건 처음이라고 알고 있어요. 물론 70년도 의미가 없다는 건 아니에요. 문제는 14일을 공휴일로 지정할 때 70년에 어떤 의미를 부여했는가입니다. 일각에서는 여름 연휴를 보너스로 주어 놀러가라는 얘기 아니냐고 해요. 광복절의 의미를 되새기는 게 아니라 메르스 때문에 관광 산업도 잘 안되고 하다 보니 선심용으로 지정한 게 아니냐는 거죠.

사실 현 정부가 8.15를 의미 있게 맞이하기 위해 노력한 게 없잖아요. 한일관계나 민주주의나 통일 분야에서 오히려 반대되는 길로 가며 14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하니 국민들도 당황하죠. 물론 하루 쉬는 것을 환영할 수는 있겠지만, 그것이 선열들 피의 대가로 주어진 국경일인데 최소한의 예의는 갖추어야겠죠. 결국, 희화화될 것 같은 게 큰 문제죠.”

– 지난주 박근혜 대통령 동생인 박근령씨가 일본 미디어와 인터뷰에서 위안부나 신사참배를 언급해 논란인데.

“이 문제에 대해 저희 연구소는 논평하지 않겠다고 했어요. 논평할 가치조차 없으니까요. 전 이걸 역사의 정신질환을 겪는 거라고 봐요. 정상적이라면 저런 말을 할 수가 없거든요. 한마디로 박근령씨는 야스쿠니 참배가 무슨 문제인지 기초도 모르는 사람이에요. 박근령씨는 ‘일본인들이 조상 참배하는 게 뭐가 문제냐’고 하잖아요. 그럼 독일이 대성당에 히틀러나 나치의 신위를 모시고 후손들이나 국가 원수들이 참배한다면 이걸 단순히 조상에 대한 참배라고 볼 수 있나요.

야스쿠니 신사는 일반 종교시설이 아니라 A급 전범을 천황의 신으로 모신 침략 신사예요. 박근령씨가 국가와 민족을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던 박정희 대통령의 딸이란 사실도 충격적이죠. 박근령씨에겐 국가와 민족을 위한다는 대통령 박정희보다 대일본 제국에 충성을 다하겠다는 ‘다카기 마사오’가 더 깊게 자리 잡은 것 같아요. 그런데 이따위 역사 인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 한국사회에 많다는 거예요. 박근령씨는 주머니에서 나온 송곳일 뿐이지 안에 수많은 송곳이 숨어있죠. 그래서 한국 수구세력들이 갖는 일반적 인식에 극단적 표현일 뿐이라고 봅니다.”

–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이승만 전 대통령을 국부로 모셔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김 대표의 경우는 본인의 부친도 친일 행적을 갖고 있는 사람이에요. 집권여당의 대표면서 차기 유력한 대권 후보잖아요. 이런 사람이 갖는 특징이 유달리 역사 왜곡에 앞장서고 있다는 거예요.

예를 들어 김 대표의 경우 2013년 교학사 교과서가 나왔을 때 역사 교실을 열어 교과서 집필자를 초청해서 강좌를 열고 좌파와 역사 전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어요. 이건 다른 말로 하면 역사 왜곡의 정치적 배후가 김 대표 같은 집권 여당이라는 걸 본인 스스로가 얘기한 거죠. 역사 왜곡에 유독 앞장선 이인호 KBS 이사장 또한 이 대통령을 찬양하고 친일문제에 대해 방어벽을 치고 있죠. 왜 이들은 이 대통령을 살리려고 할까요?

간단해요. 이 대통령은 독재자일 뿐만 아니라 친일파를 보호해 자신의 친위로 키웠어요. 그런데 뉴라이트 학자들은 친일파들의 친일을 일찍부터 근대 국가 운영하는 경험을 갖게 만들어준 것이라고 높이 평가해요. 이 대통령이 친일한 이들을 대한민국 정부에 참여시킴으로써 대한민국이 빠르게 효율적인 근대국가로 탈바꿈했다고 주장해요.

이는 박근혜 대통령의 이해관계와도 일치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아버지가 친일파고 독재자잖아요. 뉴라이트는 이승만에 이어 박정희를 근대화혁명가로 추켜세워요.친일세력 전부가 조국 근대화에 이바지한 대한민국의 영웅들로 둔갑하게 됩니다. 그리고 새누리당은 이승만-박정희 대통령을 대한민국 정통성이라고 주장하잖아요. 독재와 친일의 역사를 미화하고, 자기 자신들을 조국을 근대화하고 산업화를 성공한 주인공으로 만드는 역사 쿠데타의 상징적인 인물로 전면에 내세우죠.

놀랍게도 김 대표만이 아니라 집권여당 유력자들은 이 대통령을 자유민주의자로 치부해요. 그런 점에서 이들은 헌법을 파괴하는 사람이에요. 이유는 역사인식의 왜곡뿐만 아니라 자기들의 기득권을 위해서는 헌법적 가치까지도 부정하고 사리사욕에 앞장서는 반대한민국 핵심 세력입니다.”

“국사 교과서 국정 움직임, 이건 일종의 쿠데타”

– 국사 교과서를 검인정에서 국정으로 바꾸려는 움직임이 있어요.

“이 부분의 흐름은 길게 봐야죠. 우리가 잘 알다시피 수구세력은 2003년부터 한국사 교과서를 고치려고 했어요. 이 시기는 친일인명사전편찬이 진행되던 때예요. 과거 수구 세력은 반공 하나만으로 먹고 살 수 있었어요. 그러나 반공만 가지고 유지가 안 되는 시대가 온 거예요. 여기에 수구세력이 내세우는 인물들의 일제시대 친일 행적이 드러났죠.

또 참여정부에서 만든 진실화해위원회로 인해 해방 후 이들의 민간인 학살이나 용공조작 인권유린 사례 등이 속속 드러났어요. 친일은 일제시대를 얘기하고 진실화해위원회는 해방 이후 문제를 다루었죠. 이 성과들이 현대사 교과서에 실릴 수 있잖아요. 이렇게 되면 자신의 기득권이 무너지는 위기가 발생하겠죠. 따라서 이러한 과거를 은폐하거나 정당화하려는 수구의 입장을 역사를 통해 대변하는 그룹인 뉴라이트가 등장한 거예요.

그렇기에 이들은 뉴라이트 역사관을 밑천 삼아 유독 역사, 한국 근현대사에서 자신들의 ‘역사적 정통성’을 다시 확보하기 위해 근현대사 교과서 내용을 자신의 입맛에 맞게 뜯어고치려는 일련의 작업을 진행합니다.

먼저 이들은 현행 교과서가 좌경화됐다고 공격합니다. 그러면서 내놓은 게 2008년 뉴라이트 대안 교과서입니다. 이 책은 친일파를 근대화의 선각자로 독재자를 자유민주주의의 초석을 만든 사람으로 서술해 엄청나게 비판받았죠. 그런데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의원은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축사까지 했죠. 대안교과서는 자신들의 기득권 세력을 옹호하는 교과서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밀어준 거죠.

그런데 뉴라이트 교과서는 경제학자들이 중심이 되어 펴낸 거예요. 역사학자들이 안 썼기 때문에 교과서로 채택이 안 됐죠. 그래서 2013년 한국사 교수 두 명과 일선 교사들이 나서서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를 검정본으로 내놓은 겁니다. 내용은 뉴라이트 대안교과서와 대동소이하고 수준은 다른 교과서에 비해 훨씬 떨어지고 조악한데도 이 책을 일선 학교에 보급해서 아이들에게 가르치려고 한 겁니다.

결국 미래의 유권자인 학생들을 새누리당 의지지 기반으로 만들려는 정치적 동기가 있지 않고서야 저지를 수 없는 일이 발생한 겁니다. 근데 한 학교만 채택을 했어요. 그들의 주장을 시장이 외면한 거예요, 이 정도면 폐기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이 정권은 아예 국정교과서 제도로 가려고 합니다. 이게 현재 상황이에요. 전 이 과정을 일련의 역사 쿠데타라고 봅니다.”

○ 편집ㅣ최유진 기자

<2015-08-15> 오마이뉴스

기사원문: “친일파 미화, 후손들에 의한 역사 쿠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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