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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사편찬위원장, YS때 검정교과서 건의했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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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정배 위원장 “체제 달라져 생각 다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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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사편찬위원회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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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에서 중고교 <역사> 국정교과서 제작을 총괄할 김정배 국사편찬위원회(아래 국편) 위원장(차관급)이 과거 김영삼 대통령에게는 “유신 때의 획일적인 <역사> 국정교과서를 검정으로 해 달라”고 직접 건의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 건의를 받은 김영삼 대통령은 역사 교과서를 검정으로 바꿨다.


8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김태년 의원(새정치민주연합)실과 당시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김 국편위원장은 1993년 7월 23일 당시 김영삼 대통령과 국편위원 자격으로 점심을 먹으면서 다음처럼 건의했다.

“유신 때 국사책을 국정교과서로 만들어 획일화되어 역사인식의 경직성 또는 국수주의적 사고 등 많은 문제점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다양한 역사관을 키우자면 학계가 공통적으로 참여하고 현장교사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국사교과서는 검정으로 해줬으면 합니다.”(동아일보 1993년 7월 24일자 9면 인용)

우리 역사에서 중고교 <역사>교과서는 박정희 정부 시절인 1974년 처음으로 검정에서 국정으로 전환된다. 이 문제에 대해 김 국편위원장이 “획일적이며 경직성이 있다”면서 검정으로 바꿀 것을 건의한 것이다.


국정제는 국가가 하나의 교과서를 집필, 편집하는 제도이고 검정제는 민간 출판사가 집필, 편집한 여러 교과서를 국가가 검사하는 제도다.

이 같은 김 국편위원장의 건의 뒤인 1997년 12월, 김영삼 정부는 고교 <한국근현대사> 교과서를 검정으로 발행한다고 발표한다. 김 국편위원장의 건의를 받아들인 셈이다


앞서 김 국편위원장은 1973년 6월 25일 <동아일보>에 기고한 글에서도 “나는 국사가 획일적으로 되는 것에 반대한다, 획일적인 역사란 있을 수 없다”면서 “다양성을 말살하고 획일성만을 찾으려는 것은 위험하다”고 박정희 정부의 국정교과서 추진에 반기를 들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소수 저자만에 의한 (국정) 교과서는 독단에 빠질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관련기사 : 박정희 때 국정교과서 비판, 지금과 빼닮았다).

국편위원장 “독재시절 국정제와 달라”… 김태년 “후대에 부끄럽지 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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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일보 1973년 6월 2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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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김 위원장의 태도는 과거와 온도차가 컸다. 김 국편위원장은 이날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지금도 국정제를 반대하느냐’는 물음에 “시간이 많이 걸리고 체제가 많이 달라졌으니까 생각이 좀 다를 수는 있다”면서 “나는 (국정제와 검정제에 대해) 반반이라 생각하며 둘다 결국 좋은 책을 만들자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과거 국정제는 독단이 우려된다고 말하지 않았느냐’는 물음에 “그 문제는 독재체제에 있을 때하고 그렇지 않은 체제하고는 기본적으로 다르다”고 해명했다. 이는 ‘현재는 독재체제가 아니기 때문에 국정제를 받아들일 수도 있다’는 말로 해석된다.

그러나 현재 국정교과서 추진을 총괄하는 것으로 보이는 김재춘 교육부차관은 2009년과 2005년에 각각 발표한 논문에서 “국정교과서는 독재 국가에서만 주로 사용되는 제도”라면서 “국정제는 정치적이고 이데올로기적인 통제 목적에서 유지되어 왔다”고 밝힌 사실이 최근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관련기사 : 김재춘 교육차관 “국정교과서, 독재 국가서 사용”).

김태년 의원은 “학자로서 그동안 지닌 소신까지 접어야 할 정도로 박근혜 정부가 국정교과서를 밀어붙이는 것이 개탄스러울 뿐”이라면서 “김 국편위원장은 원로 역사학자로서 후대에 부끄러운 이름을 남기게 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지적했다.

윤근혁기자

<2015-09-08> 오마이뉴스

기사원문: 국사편찬위원장, YS때 검정교과서 건의했으면서…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터넷 <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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