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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에 같은 훈장 두 번 준 보훈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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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독립신문의 ‘양·음력 날짜 혼용 기재’ 몰라 황당한 실수

ㆍ생존자를 순국자로…훈장 등급도 올렸다 내렸다 ‘고무줄’

국가보훈처의 부실한 독립유공자 서훈 관리 사례가 잇따라 확인되고 있다. 동일인에게 훈장을 중복 추서하는가 하면 동명이인 중 엉뚱한 사람에게 훈장을 추서하기도 했다. 생존자를 순국자로 둔갑시킨 경우도 확인됐다.


보훈처는 독립운동가 고영신, 김기현 두 사람에게 1991년 애국장을 추서했다. 보훈처 공훈록에는 두 사람 모두 “1921년 7월25일 피살 순국했다”고 적혀있지만 독립신문 1923년 11월10일자 기사에는 고영신과 김기현이 체포돼 징역형을 선고받았다는 내용이 나온다.


1990년 애국장을 추서한 조용석(趙庸錫)과 1991년 애국장을 추서한 조용석(趙鏞錫)은 동일 인물에게 훈장을 중복 추서한 사례다. 두 사람은 출신지와 생년월일, 공훈내용이 모두 같다. 다른 것은 이름 중 가운데 자의 한자 표기이다. 91년 추서한 조용석의 경우 보훈처는 독립신문 1920년 12월13일자 기사와 1921년 1월21일자 기사를 근거로 제시했다. 서로 다른 날짜에 나온 기사처럼 보이지만 1920년 12월13일은 음력이고, 1921년 1월21일은 양력으로 사실은 같은 날짜다. 당시 독립신문은 홀수면에 음력, 짝수면에 양력 날짜를 기재했다.


보훈처는 지난달 12일에는 심사위원회를 열어 1963년 독립장을 추서한 김태원의 유족이 독립운동가의 후손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동명이인의 후손이 훈장을 가로챈 사실을 뒤늦게 확인한 것이다. 지난달 4일에는 독립유공자 김정필의 증손자로 알려진 70대 남성이 “증조부는 독립운동을 하지 않았다”며 ‘양심선언’을 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보훈처 관계자는 8일 “당시는 지금처럼 공적 입증 자료가 다양하지 못했기 때문에 오류가 있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보훈처 서훈을 둘러싼 문제제기는 최근에도 이어지고 있다. 보훈처가 2012~2015년 동안 훈장을 추서한 독립유공자 중 매년 1명꼴로 문제가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민족문제연구소 이용창 박사는 “문제가 있는 이들에게까지 다른 서훈 대기자들을 제치고 독립유공자 훈장까지 추서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식 의원실의 확인 결과 2015년 현재 서훈 대기자는 79명이다.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2013년 보훈처는 일제시대 의병 운동을 하다 체포돼 10년 옥고를 치른 강대여에게 훈장 5등급인 애족장을 추서했다. 8년 이상 수형자는 3등급인 독립장부터 1등급 대한민국장을 추서한다는 게 보훈처 심사 기준이다. 민족문제연구소 이준식 박사는 “징역 10년은 활동 내용에 따라 조정을 하더라도 4등급 애국장을 추서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박승춘 보훈처장 취임(2011년) 이후 의병 운동 유공자들에 대한 훈격 등급이 전반적으로 낮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박 처장 취임 이후 뉴라이트계 연구자들이 공적심사위원으로 대거 합류하면서 나타난 결과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보훈처는 실제 박승춘 처장 취임 이듬해인 2012년 공적심사위원 50명 중 절반에 가까운 23명을 교체했다. 보훈처는 “로비 우려가 있다”며 새로 합류한 23명을 포함한 공적심사위원 50명 명단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2015-09-08> 경향신문

☞기사원문: 한 사람에 같은 훈장 두 번 준 보훈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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