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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교과서의 ‘왜곡’…’5.16혁명(?)’부터 ‘친일 외면’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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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차 교육과정에 의해 1979년 발행된 고등학교 국사 교과서 표지 (사진=국사편찬위원회)

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군사정권을 미화하고 친일문제를 외면했던 과거 국정교과서의 내용도 새삼 관심을 모으고 있다.

5·16군사정변으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 정부는 지난 1974년 검정 체제로 발행되던 중·고등학교의 11종 국사 교과서를 통합해 각각 1종으로 단일화했다.

이후 발행되기 시작한 국정교과서에는 정권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업적을 홍보하는 내용이 다수 포함됐다.

◇ 정권 미화, 찬양, 거짓말까지…








▲ 3차 교육과정에 의해 1979년 발행된 고등학교 국사 교과서 297페이지. 아래쪽 박스 안에 혁명공약이 담겨 있다. (사진=국사편찬위원회)

5·16군사정변의 경우 ‘국민을 구하기 위한 불가피한 혁명’으로 미화됐다.

1979년 발행된 고등학교 국사 교과서는 5·16군사정변에 대해 “박정희 장군을 중심으로 하여 일어난 혁명군이 대한민국을 공산주의자들의 침략 위협으로부터 구출하고, 국민을 부정 부패와 불안에서 해방시켜 올바른 민주주의 국가를 건설하기 위해 시행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지어 군사정변 당시 국가재건최고회의가 내건 ‘혁명공약’의 일부 항목은 수정된 채 교과서에 담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 교과서에는 혁명공약의 6번째 항목에 대해 “우리의 과업을 조속히 성취하고 새로운 민주 공화국의 굳건한 토대를 이룩하기 위하여, 우리는 몸과 마음을 바쳐 최선의 노력을 경주한다”고 기술돼있다.

하지만 실제 군사정변 당시 해당 항목은 “우리의 과업이 성취되면 참신하고도 양심적인 정치인들에게 언제든지 정권을 이양하고 우리들 본연의 임무에 복귀할 준비를 갖춘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민정 이양 약속을 뒤집고 장기 독재에 발을 들인 정부가 자신들의 공약까지 바꿔치기해 학생들에게 눈속임하려 한 것.

교과서가 정권 찬양의 도구로만 쓰인 게 아니라 역사 자체를 왜곡하는 수단으로 악용된 셈이다.

◇ ‘민족’ 강조하지만, ‘친일’은 ‘아몰랑’ 눈감아








▲ 3차 교육과정에 의해 1979년 발행된 중학교 국사 교과서 282페이지 (사진=국사편찬위원회)

근대화 시기 ‘민족 운동’ 단원에서는 친일 문제가 아예 외면되기도 했다.

역시 1979년 발행된 중학교 국사 교과서는 “최남선과 이광수의 문학 활동이 민족의식을 끌어올렸다”고 명시했으며 “홍난파의 작곡 활동이 민족 감정을 살린 작품을 만들어 민중의 눈시울을 적시게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지난 2009년 민족문제연구소 등이 발간한 ‘친일인명사전’에 이름을 올린 인물들로, 특히 최남선과 홍난파는 1930년대 이후 조선의 가요를 일본의 선전물로 변형시키던 ‘조선문예회’의 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당시 교과서는 이들의 문화적 업적이 민족의 문화운동 유산인 것처럼 기술했을 뿐 이들의 친일 행각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문제로 지적된다.

역사교육연구소 김육훈 소장은 “최근 나온 검인정 근현대사 교과서들은 대부분 이들의 친일 행각까지 함께 다루고 있다”며 “국사교과서에서 친일 문제를 전혀 다루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 5공화국에서도 이어진 ‘쿠데타’ 정당화








▲ 4차 교육과정에 의해 1982년 발행된 고등학교 국사 교과서 175페이지 (사진=국사편찬위원회)

국정교과서의 정권 미화는 전두환 정부가 들어선 4차 교육과정에서도 이어졌다.

“10.26 이후 한때 혼란 상태가 나타났고, 이러한 혼란 속에서 북한 공산군의 남침 위기에서 벗어나고 국내 질서를 회복하기 위하여…”

1982년 발행된 고등학교 국사교과서가 5공화국의 형성 과정과 목적에 대해 기술한 대목이다.

특히 쿠데타로 집권한 전두환 정부 시기의 교과서는 마찬가지로 군부 쿠데타였던 5·16군사정변에 대해 긍정적으로 서술하기도 했다.

같은 해 발행된 중학교 교과서는 5·16군사정변에 대해 “정치 혼란과 공산 위협으로부터 나라를 지키고 부패와 부정을 일소하며, 조국의 근대화를 추진하려는 혁명”이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과거 국정교과서의 역사 왜곡을 비판하며 현 정부가 추진하는 국정화의 위험성을 지적한다.

아시아평화역사연구소 이신철 소장은 “국정교과서에 담기는 내용은 결국 정부의 입장과 가까워질 수밖에 없다”며 “그렇게 되면 우리 교과서는, 비판적 시민 양성에 초점을 두는 현대 역사교육의 목표와 멀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역사정의실천연대 이준식 정책위원장은 “역대 정권의 국정교과서들은 사실상 국가 이름으로 낸 정권 홍보지에 가까웠다”며 “박근혜 정부가 지난 국정교과서로부터 교훈을 얻는다면 지금이라도 국정교과서를 밀어붙이겠다는 생각을 포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광일기자

<2015-09-06> 노컷뉴스

☞기사원문: 국정교과서의 ‘왜곡’…’5.16혁명(?)’부터 ‘친일 외면’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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