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저지 특별위원회 위원장 새정치민주연합 도종환 의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
국회 한국사 국정화저지특위 분석…’대한민국 정부 수립’→’대한민국 수립’
교육부 “‘정부 수립’은 스스로 격하시키는 것이란 지적 반영”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개정 교육과정의 중·고교 한국사 과목에서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강조하는 부분이 제외되고 일본강점기 때 독립운동사 기술이 축소됐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저지 특별위원회(위원장 도종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는 23일 진보 성향의 전국역사교사모임 등 역사 전문가들에게 의뢰해 교육부의 ‘2015 개정 교육과정’ 한국사 과목 집필 기준을 분석한 결과를 밝혔다.
분석 결과 중·고교생이 배울 한국사 과목에서 임시정부와 관련된 기술과 일제시기 독립운동사가 기존 교육과정과 비교해 축소됐다는 것이 특위의 판단이다.
특히 2009 개정 교육과정에서 하나의 장으로 이뤄졌던 ‘3·1 운동의 전개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활동’은 이번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삭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새 교육과정의 집필기준을 보면, 중학교 역사 ‘현대 세계의 전개’ 단원과 고교 역사 ‘대한민국의 발전과 현대 세계의 변화’ 단원에서는 기존의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라는 용어가 ‘대한민국 수립’으로 바뀌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과 ‘대한민국 수립’이라는 표현은 1955년 1차 교육과정부터 1997년 7차 교육과정까지는 혼용돼오다가 2009 교육과정에서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통일됐다.
기존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대한민국 수립이라고 바꾼 것은 뉴라이트의 ‘건국절’ 주장을 수용한 것으로, 대한민국이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했다고 명시한 헌법 정신에 반하는 것이라고 역사교사모임 측이 주장했다.
뉴라이트 계열은 1948년 8월 15일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일이 아니라 건국일이라고 주장해왔다.
민족문제연구소 이준식 연구위원은 “임시정부를 포함한 독립운동의 역사를 대한민국과 무관한 역사라고 강변하는 뉴라이트식의 근대사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그는 2015 교육과정의 성취기준에도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역사적 의의를 파악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지만, 별도의 장 제목으로 들어가느냐 그렇지 않으냐의 차이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교육부는 ‘대한민국 수립’으로 표현한 것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북한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수립’으로 쓰는데 우리는 정부 수립이라고 쓰는 것이 스스로를 격하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있었다”며 “그동안 역사 교과서에서도 건국, 정부 수립 등을 혼재해 사용했으므로 문제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었다”고 말했다.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일로 보려는 사관을 따랐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건국일을 바꾸는 것은 법을 바꿔야 하는데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이번 새 역사 교육과정에서는 독립운동사도 대폭 축소됐다는 것이 전국역사교사모임 등의 판단이다.
아울러 조선 후기 근대화에서 자생적인 측면을 강조한 내재적 발전론 관련 내용이 중학교 역사 교육과정에 전혀 없다는 것도 심각한 문제로 지적됐다. 또 중학교 과정에 북한 관련 서술도 삭제됐다.
역사교사모임은 중학교 과정에서 1930년대 이후 독립운동 기술이 줄고 고교 역시 근현대사 비중이 대폭 축소됐다면서 “‘뉴라이트 역사 교육과정’이라고 불러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관계자는 “고교 역사는 통사 중심이지만 중학교는 주제 중심으로, 세세한 내용을 다 담으면 분량이 너무 많아지고 고교 교과서와 차별성이 없다”며 “소소한 내용을 갖고 트집을 잡는 것 같다”고 말했다.
yonglae@yna.co.kr
<2015-09-23> 노컷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