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민 운동본부, 기자회견 “시대착오적 발상”… 10개 대학 교수 ‘국정화 반대’ 선언
▲ ‘역사왜곡 교과서 저지 대전시민 운동본부’는 22일 오전 대전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입장을 밝히고, 대전충남 지역 교수 145인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선언문’을 발표했다 ⓒ 심유리 |
대전·충남지역 대학교수들이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 입장을 밝히고 나섰다.
민족문제연구소 대전지부, 참교육학부모회 대전지부, 전교조 대전지부 등 대전·충남지역 32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역사 왜곡 교과서 저지 대전시민 운동본부’는 22일 오전 대전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독재로 회귀하려는 반민주적 행위인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대전·충남 대학 교수 145명, ‘교과서 국정화 반대’ 선언문 발표
이들은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교과서 국정화는 단순히 ‘한국사 교과서’의 문제가 아니라 “역사를 자기들의 입맛에 맞도록 기술하고 후손들에게 이를 가르치고 싶은 ‘시대착오적 발상’을 하는 현 박근혜 정부의 천박한 역사인식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국정교과서는 1974년 유신체제에서 처음 도입되었으나 민주화운동의 결과로 2007년 완전히 폐지된 제도다. 그런데 또다시 검인정 교과서에서 국정교과서로 되돌리는 것은 ‘독재로 회귀하려는 반민주적 행위’이며 ‘과거 권위주의 정부로 되돌아가고 싶은 현 정부의 본색’을 드러내는 것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는 대다수 국민들이 반대하고 있다, 교육현장에서 교육을 담당하는 역사교사뿐만 아니라 17개 시도교육감 중 15개 시도교육감과 각 대학의 교수들, 심지어 대전시의회는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까지 만장일치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중단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다”면서 “이같이 대다수 국민들이 반대하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이 정부는 무슨 의도로 밀어붙이려 하는가”라고 비난했다.
이들은 끝으로 “우리는 학부모, 교육계, 학계는 물론 시민사회와 절대다수의 국민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절대 반대한다”며 “이와 같은 전국적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이를 끝까지 밀어붙이려 한다면 이는 국민의 절대적인 의사를 무시하는 반민주적 행위로, 엄청난 국민적 저항을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한남대(39명), 대전대(35명), 충남대(34명), 배재대(22명), 목원대(9명), 고려대(2명), 대덕대(1명), 한국전통문화대학교(1명), 공주대(1명), 선문대(유학수) 등 10개 대학 145명의 대학교수가 “정부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는 내용의 ‘대전·충남지역 교수들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선언문’을 발표했다.
다음은 대전·충남지역 교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선언문 전문 및 명단이다.
“정부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
대전·충남지역 교수들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선언문
1. 국가의 백년대계인 교육에 어떠한 정치권력도 개입되어서는 안 된다.
지금 정부와 여당이 주도하고 있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시도는 역사교육에도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지극히 반민주적이고 독재적인 발상이다. 이는 창의성과 다양성을 강조하는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며, 학생들의 사고를 획일화하고 정형화시키려는 반교육적인 처사이다. 역사교과서를 국정화하면 국가가 시민교육에 필요 이상의 통제권과 감독권을 행사하여 교사와 학생의 교재선택권을 박탈할 뿐만 아니라 학문의 자율성을 침해함으로써 다양한 내용의 교과서 개발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우려가 있다.
2. 한국사 국정화는 헌법 정신을 훼손하는 일이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는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고 있는 대한민국 헌법 정신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이는 정부가 주도한 하나의 역사 해석을 학생들에게 주입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며 교육의 본질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행위이다. 1992년 헌법재판소도 헌법 정신에 부응하고 교육의 질을 제고하기 위해 국정제보다는 검·인정제를, 검·인정제보다는 자유발행제를 채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천명한 바 있지 않은가?
3. 한국사 국정화는 스스로 대한민국의 국격을 떨어뜨리는 행위이다.
현시대에 역사 교과서를 국정화하는 것은 북한과 같은 폐쇄된 공산독재국가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러시아조차도 여러 종류의 역사교과서를 발행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와 첨예하게 역사 문제로 갈등하고 있는 일본과 중국도 검정제를 채택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국정제를 채택한 나라는 극소수이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들어 급격히 추락하고 있는 정부의 신뢰도와 사회 민주화 지수는 더욱 악화될 것이 분명한데, 왜 정부와 여당은 국제적 망신을 자초하려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4. 한국사 국정화는 친일부역과 반민주 독재를 합리화하려는 시도인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는 권력의 노골적인 역사 개입으로서, 역사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해치고, 학문의 자율성과 다양성, 그리고 창의성을 말살하는 처사이다. 이번 국정화 시도가 친일 부역과 반민주 독재 세력들이 치욕스러운 역사를 은폐·미화하려거나 역사교육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려는 불순한 의도가 아니라면, 유신의 잔재이며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 시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엄중히 요구한다.
5. 정부는 역사학계, 역사 교육계를 비롯한 양심적인 시민 사회의 외침에 귀를 기울여라.
역사 · 역사교육 학계의 교수 · 연구자들, 역사교사들, 대다수 교육감들은 물론 시민사회까지 한목소리로 정부와 여당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기도를 반대하고 있다. 우리 대전·충남 교수들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시도가 헌법 정신과 민주주의 원칙에도 어긋날 뿐만 아니라 자율화, 다양화를 지향하는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처사로 규정한다. 또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시도는 우리 사회의 역사적 상상력과 문화 창조 역량을 위축시키고, 그 폐해가 미래세대인 학생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것이라는 데 역사학계와 역사교육계와 인식을 같이한다.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
2015년 9월 22일
대전·충남지역 대학교수 일동<현재 총 145인>
[한남대] 강문순, 강신성, 강신철, 고재권, 권세혁, 김명준, 김성한, 김종운, 남수현, 민완기, 민혜선, 박광일, 박문식, 박양주, 박원호, 배정열, 배천웅, 성백용, 송희석, 심용보, 윤영철, 이상훈, 이용택, 이재광, 이정신, 이주현, 이진모, 이하준, 이희영, 임춘우, 장수덕, 장수익, 정규진, 정명기, 정홍진, 조용훈, 최영근, 최이돈, 현영석 (39명)
[대전대] 강위창, 곽현근, 구자정, 김갑동, 김건우, 김동옥, 김상열, 김상호, 김정아, 김준호, 김중헌, 남미애, 도면회, 민찬, 박양춘, 박영임, 박정택, 박정희, 송기한, 심우찬, 오상훈, 오영석, 유정미, 이찬용, 이창기, 이한상, 임윤경, 장지연, 장현아, 전태일, 진석용, 채석용, 한용, 홍선우, 황설중 (35명)
[충남대] 정세은, 허창수, 서창원, 양해림, 전광희, 박노영, 차재영, 전민용, 윤석진, 박환보, 김상기, 이향천, 허종, 김성원, 류동민, 이유, 유시택, 차제순, 김효진, 이낙영, 이한길, 박종태, 이병채, 이기훈, 김홍집, 박종석, 정응기, 안재현, 김재영, 오길영, 윤휘열, 은상준 (34명)
[배재대] 강명숙, 강철구, 고정식, 김양주, 김정숙, 김종서, 서정욱, 손의성, 윤일권, 윤준, 이규봉, 이길주, 이범희, 이성덕, 이영순, 이혁구, 이혜경, 임헌만, 정지웅, 조태준, 한규광, 지현숙 (22명)
[목원대] 윤미정, 류종영, 이규금, 이왕기, 정재호, 김대호, 장수찬, 박경, 기영석 (9명)
[고려대] 강수돌, 최종후 (2명)
[대덕대] 최한성,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진경환,
[공주대] 조동길,
[선문대] 유학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