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교육부 국정감사에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와 관련한 야당 의원들의 비판적 질의가 쏟아지자 안경을 매만지며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세종/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
박홍근 의원 밝혀…‘국정화’ 여론반발 부담 작용한 듯
교육부, 집필진 자격 제한·편수 강화 등 유력 검토
전문가 “정부 지속 개입땐 편향성 더 강화할 우려”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국정화를 대신해 검정 교과서의 편차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 보고하라는 ‘특별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교육부는 최근 집필진 자격기준 강화 등 ‘검정 강화’ 방안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홍근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은 24일 <한겨레>에 “황우여 부총리가 교육부에 (국정화가 아닌) 검정 교과서 강화 방안을 연구해 보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박 의원에 따르면, 황 부총리는 최근 교육부 담당자들한테 “국정감사 이후 검정으로 갈 때 어떻게 편차를 최소화할 수 있을지 세밀하게 연구해서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여론의 강한 반발을 무릅쓰고 국정화를 추진하기에는 부담이 크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23일 황 부총리가 “(국정이든 검정이든) 걱정하는 것처럼 어느 쪽이든지 그렇게 과격한 결과는 안 나올 것 같다”며 검정 강화를 시사한 발언과 일맥상통한다.(<한겨레> 9월24일치 1면)
교육부는 검정 강화 방안으로 집필진 자격기준 마련과 교육부 자체 편수기능 강화 등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겨레>가 이날 입수한 ‘교과용 도서 개발 체제의 개선방안’ 보고서를 보면, 지금은 없는 집필자 자격기준을 새로 도입하도록 했다. 서남수 전 장관 때 마련한 이 보고서는 검정 교과서 저작자의 요건을 ‘전·현직 교원, 교육전문직, 전문 연구기관 연구원, 해당 교과 전문가’로 정하고 학위 유무에 따라 최대 10년의 경력 기준을 뒀다.
반면 보고서는 이에 따른 문제점도 함께 짚고 있다. 교과서의 다양성을 저해하고 우수 인력의 집필 참여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교육부 편수기능 강화도 언급됐다. 교육부의 관리·감독 기능 강화를 위해 교과서 관련 행정 체제를 구축해 오류를 방지하고 중립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보고서는 “교육과정 개정 업무를 담당한 교육부 전문 인력이 교과서 집필, 심사, 기간본의 수정·보완 업무를 일관성 있게 담당할 필요가 있다”며 “교육부 내부에 교과서를 관리·감독하는 직제와 담당 인력, 협업 체계 등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육훈 역사교육연구소장은 “교육부가 교과서 오류를 줄이려 검정을 강화한다고 하지만 집필자 자격제한이나 편수기능 강화는 이와는 거리가 멀다. 지금도 교육부가 명백한 오류를 지적하면 수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부가 편수기능을 강화해 교과서 내용에 대해 지속적이고 구체적으로 개입하면 정부가 원하는 방향으로 편향성을 더 강화할 우려가 크다”고 덧붙였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2015-09-25> 한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