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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2015 역사과 교육과정에서 드러난 뉴라이트와 교육부의 야합을 규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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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2015 역사과 교육과정에서 드러난 뉴라이트와 교육부의 야합을 규탄한다

 

지난 23일 교육부장관 이름으로 2015 역사과 교육과정 개정안이 고시되었다. 2009 역사과 교육과정의 개악판이다. 지난 5월 12일 2015 역사과 교육과정 시안 공개 토론회, 8월 18일 2015 역사과 교육과정 행정예고 과정 자체가 졸속으로 은밀하게 진행될 때부터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이번 교육과정의 핵심은 뉴라이트의 숙원인 ‘1948년은 대한민국 건국 원년’이라는 주장을 교육과정에 집어넣은 것이다. 지난 8월의 행정예고 당시만 해도 2015 중학교 역사 교육과정이나 2015 고등학교 한국사 교육과정 모두에 1948년 8월 15일의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분명히 적혀 있었다. 그런데 그로부터 불과 한 달 뒤에 나온 2015 개정 역사과 교육과정에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 ‘대한민국 수립’으로 갑자기 바뀌었다. 이는 이명박정권에 의해 만들어진 2009 역사과 교육과정에서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규정한 것을 뒤집는 것이기도 하다. 독립운동과 민주화운동이라는 대한민국사의 정통성을 친일과 독재에 대한 긍정의 역사로 대체하려는 보수정권의 역사 쿠데타가 본격화된 셈이다. 역시 박근혜정권답다.

교육부가 뉴라이트의 ‘건국절’ 타령을 받아들인 것은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뉴라이트는 줄곧 1948년 8월 15일의 대한민국 정부 수립은 대한민국임시정부 더 나아가서는 독립운동과는 무관한 ‘건국’이라고 주장해 왔다. 박근혜정권도 최근 70주년 광복절 대통령 경축사에 뜬금없이 ‘건국 67주년’ 발언을 집어넣어 ‘건국절’로 바꾸자는 요구에 호응했다. 그리고 교육부가 불과 한 달 사이에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대한민국 수립’으로 바꾸면서 뉴라이트의 ‘건국절’을 사실상 수용했다.

‘대한민국 수립’ 운운 하는 것은 반헌법적 발상이다. 1948년 7월 17일 제헌헌법을 제정한 입법자들이 국민 다수의 뜻에 따라 헌법 전문에서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 ‘민주독립국가’ 곧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재건임을 천명한 것이나 현행 헌법 전문에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이 명기된 것과 배치된다. 뉴라이트가 ‘건국의 아버지’로 떠받드는 이승만이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뒤 나온 첫 번째 대한민국 관보(1948년 9월 1일자)에도 ‘대한민국 30년 9월 1일’이라고 분명히 적혀 있다. 상하이에서 대한민국임시정부가 출범한 1919년을 대한민국 원년으로 분명히 못 박은 것이다.


교육과정과 교과서 집필기준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뉴라이트 계열의 위원들이 이미 국민 다수에 의해 거부된 뉴라이트의 ‘건국’ 주장을 호도하기 위해 일종의 우회 전술로 ‘대한민국 수립’이라는 표현을 주장했다고 한다. 따라서 이번 교육과정에 명기된 ‘대한민국 수립’은 사실상 뉴라이트의 ‘건국절’ 주장을 전면 수용한 것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대한민국 수립=건국’ 주장은 결국 친일세력에게 면죄부를 주려는 것이다. 친일파라도 1945년 8월 15일 이후 3년 동안 ‘건국’에 관계한 자는 ‘건국 공로자’라는 것이 뉴라이트의 일관된 주장이다. 그러니 이번 교육과정 개정은 친일세력이 반성과 참회를 하는 대신 기득권을 영속화하려고 독재정권의 하수인이 된 것을 사후에 정당화하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교육부는 23일 일부 언론이 비판한 ‘2015 역사교육과정 개정’ 보도를 반박하며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대한민국 수립’으로 부랴부랴 바꾼 이유로 현행 중·고교 역사 교과서 17종 가운데 14종(중학교 8종, 고등학교 6종)에서 남한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북한은 ‘조선 민주주의 인민 공화국 수립’으로 표현하고 있어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스스로 격하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고 주장했다. 누가 그런 지적을 했는지도 알 수 없지만 북한에 대해 ‘국가 수립’으로 쓰고 있으니 우리도 격에 맞게 ‘국가 수립’으로 써야 한다는 이야기는 한마디로 황당하다. ‘조선 인민 민주주의 공화국’을 편수 용어로 인정한 것은 바로 교육부이다. 그런 교육부가 편수용어대로 쓴 교과서에 문제가 있다고 교육과정을 고치겠다는 것이야말로 누워 침뱉기에 지나지 않는다. 


분명히 말하지만 대한민국은 1919년에 이미 출범했다. 이미 분단이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 제정된 제헌헌법부터 현행 헌법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조항이 빠지지 않고 들어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현행 헌법 전문에 “평화적 통일의 사명”이 들어 있는 것도 한반도에는 대한민국이라는 하나의 국가가 존재해야 한다는 당위성에 바탕을 둔 것이다. 굳이 교육부가 교육과정을 고치겠다면 북한에 대해 ‘조선 인민 민주주의 공화국 수립’으로 쓴 것을 ‘북한 정권 수립’으로 쓰라고 하면 될 일이다. 1919년에 수립된 ‘대한민국’을 이어받은 것이 현재의 대한민국 정부이고 따라서 대한민국 정부는 1948년 9월 9일 한반도의 북쪽에 세워진 북한 정권과 평화적 통일을 이루어야 할 책무를 갖고 있다고 학생들에게 가르치도록 교육과정을 만드는 것이 마땅하다.


1948년 8월 15일이 대한민국 ‘건국’의 기점이라는 억지 주장을 하는 일부 세력에 의해 금과옥조처럼 떠받들어지는 1948년 12월 유엔 총회의 이른바 ‘한반도 유일 합법 정부’ 결의만 해도 분명히 “유엔 총회는 한반도의 유엔임시한국위원단이 감시하고 협의할 수 있었고 전체 한국인의 절대다수가 거주하는 지역에 하나의 합법정부(대한민국)가 수립되었다(〔The General Assembly〕 declares that there has been established a lawful government〔The Republic of Korea〕(강조-인용자) having effective control and jurisdiction over that part of Korea where the Temporary Commission was able to observe and consult and in which the great majority of the people of all Korea reside)”라고 적혀 있다. 국가를 뜻하는 nation이나 state가 아니라 정부를 뜻하는 government의 수립을 인정한 것이다. 이밖에도 같은 결의에서는 정부라는 표현이 거듭거듭 쓰이고 있다. 따라서 정부 수립을 부정하는 것은 유엔의 일원인 대한민국의 정부가 유엔 결의를 무시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미 2013년 교학사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사태에서 드러났듯이 역사교육에 관한 한 박근혜정권은 이미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이라는 헌법 가치를 부정했다는 점에서 국민의 심판을 받은 바 있다. 교학사 교과서 사태에서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하고 최근에는 국정 교과서로의 회귀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급기야는 다수의 국민에 의해 거부되는 ‘건국절’ 제정 추진 움직임을 역사교육에까지 반영하려는 작태를 저지르는 데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박근혜정권이 역사교육을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는 도구로 전락시키려는 시도를 계속한다면 더 엄중한 국민의 저항에 부딪힐 것이다. 교육부는 뉴라이트와 야합해 헌법을 부정하고 국제사회의 결의를 무시하려는 작태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 <끝>

2015년 9월 24일

친일·독재미화와 교과서개악을 저지하는

역사정의실천연대 

상임대표: 한상권(학술단체협의회 공동대표)

공동대표: 변성호(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

 이완기(민주언론시민연합 상임대표)

 임헌영(민족문제연구소장)

 정동익(사월혁명회의장)

 최은순(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회장)

 한상균(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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