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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밥상에 오를 ‘뜨거운’ 정책들](1) 역사교과서 국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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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교육, 유신시대로 퇴행” 진보·보수 한목소리로 반대

ㆍ“교육 획일화, 역사 왜곡 우려”

ㆍ정부, ‘검정 강화’로 물러설까


한국 사회는 다음달 8일 국정감사가 끝나면 선택의 고비를 맞게 된다. 황우여 교육부 장관이 역사교과서를 검정제로 유지할지, 국정제로 전환할지 결정하겠다는 시점이다. 역사교과서 발행체제는 1974년 박정희 정권이 국정화로 바꾼 이후 2007년 교육과정 개정을 통해 검정제로 복귀했다. 역사교과서를 중심에 두면, 군사정권 시대로 퇴행할지 말지 결정하는 셈이다.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저지 네트워크 회원들이 25일 서울역에서 귀성객들에게 국정교과서의 문제점을 알리고 있다. 정지윤 기자


국정화 쪽에 방점을 찍어왔던 교육부에서는 최근 기류 변화가 감지된다. 황 장관은 그간 “역사는 하나로 가르쳐야 한다” “국정화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며 직접 2년째 ‘국정화의 군불’을 지펴왔다. 황 장관은 그러나 지난 23일엔 “애초 8월에 결정하려고 했지만 9월로 넘어오고 9월에 찬반이 많이 나왔다”며 “어느 쪽이든지 그렇게 과격한 결과는 안 나올 것”이라고 말해 검정기준 강화도 대안으로 고려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9월의 악화된 여론이 결정을 미루고 있는 분기점이 된 셈이다.


국정화 논란의 발단이 된 것은 뉴라이트 계열 학자들이 집필한 교학사 검정교과서다. 2013년 말과 2014년 초에 걸쳐 이 교과서의 역사왜곡·사실오류 문제가 제기되면서 학교현장 채택률은 0%에 가까웠다. 정부와 여당은 이 무렵부터 교학사 교과서 오류를 현행 검정제 탓으로 돌리고, 국정교과서를 도입하자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국정화는 진보·보수 진영에서 모두 반대 목소리가 크다. 지난 2일 서울대 역사전공 교수들의 선언문을 필두로 대학교수·교사·학부모·시도교육감·사회원로 등의 국정화 반대 선언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국정교과서는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을 규정한 헌법정신에 위배되는 퇴행”이라며 획일화된 시각과 역사왜곡 우려를 내놓고 있다. 검정교과서가 좌편향이라고 비판해온 조선·동아·중앙·문화일보 등 보수언론들도 사설·칼럼을 통해 국정화에 반대·우려한다는 뜻을 밝혔다.




일부에서는 교육부가 국정화 강행이라는 무리수 대신 검정체제 강화로 가기 위한 포석을 이미 깔아두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교육부는 지난 7월 검정교과서 심사·합격 기준을 강화하는 ‘교과용 도서 개발체제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 15일엔 고교 한국사 검정교과서에 대한 교육부의 수정명령이 합법이라는 고등법원 판결이 나왔다. 교육부가 이번 교육과정 개정에서 뉴라이트 학자들의 ‘건국절’ 주장을 일부 수용하고 독립운동사를 대폭 축소한 것 또한 국정 강행 방침 철회 시에 대비한 ‘꽃놀이패’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야당 관계자는 “국정제로 안 가더라도 ‘국정제 같은 검정제’를 할 수 있도록 대비한 것 같다”고 말했다.


국정제 전환 강행 시 파장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정화 반대 선언에서 고려대 교수들은 “역사학계·교육계에서 국정교과서 개발 참여를 거부할 것”, 역사 교사들은 “불복종 운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2015-09-25> 경향신문

☞기사원문: [추석 밥상에 오를 ‘뜨거운’ 정책들](1) 역사교과서 국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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