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연합신문=조만철 기자] 국책연구기관인 한국학중앙연구원(이하 ‘한중연’)이 광복 70주년을 맞아 개최한 학술회의에 주제발표자로 참여한 뉴라이트 학자가 친일인사들을 ‘건국의 아버지’로 칭송하는가 하면 반공 이데올로기 주입을 대한민국 교육의 성과로 규정하면서, 이 행사가 이념편향 선전의 장으로 전락한 것으로 드러남.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박홍근 의원(서울 중랑을)이 한중연으로부터 제출받은 <광복 70주년 과제 학술회의 개최 현황>자료를 분석한 결과, 친일?독재미화로 논란을 빚은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저자인 이명희 공주대 교수의 주제발표문에 문제의 내용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나타남.
한중연은 광복 70주년을 맞아 8개 분야에 대한 과제를 공모하였는데, 이 중 정치, 교육, 산림녹화 3개 분야에 대해서는 별도의 학술회의를 개최함.
이 중 이 교수는 5월 21일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열린 ‘대한민국 교육 70년: 도전과 갈등 그리고 성취와 과제’주제 발표자로 참여했는데, 한중연은 3회에 걸쳐 개최된 학술회의 중 이 분야에 가장 많은 1천만원을 지원함.
이 교수는 <대한민국 교육성립과 발전>이라는 주제발표문에서 1949년의 교육법 제정과정 당시 이를 추진하기 위해 제헌국회에 설치된 교육법안기초위원회 인사들을 소개하면서 “대한민국의 교육법에는 건국강령에서 제헌헌법으로 이어지는 ‘대한민국 건국 아버지’들의 교육을 중시하는 가치와 정신이 곳곳에 골고루 반영되어 있다”고 칭송
그러나 이들 중 상당수 인사는 일제강점기 당시 친일부역행위에 가담한 전력이 문제가 되면서 <친일인명사전>(민족문제연구소 발간)에 등재됨.
당시 제헌 국회의원으로서 법안의 초안을 작성한 이재학은 충량한 황국신민을 만든다는 목적으로 설립된 재단법인 <영전후생원>의 이사를 역임한 것을 비롯해서 기초위원인 백낙준은 태평양 전쟁을 위한 전투기 헌납 지원단체인 <애국기헌납기성회> 부회장으로서 활동했고, 유진오는 총독부가 외곽단체로 설립한 <조선문인협회> 간사를 맡아 언론기고를 통해 친일논리를 설파했으며, 현상윤은 <조선임전보국단> 이사를 지내면서 학도병 특별지원병제를 찬양하는 한편 선전?선동에 나섬.
뿐만 아니라 교과서 집필기준인 편수용어를 통해 군사정변으로 성격이 이미 규정된 5?16에 대해서도 시종일관 ‘5?16 군사혁명’으로 명시하면서 독재를 미화하는 한편, 반공 이데올로기 주입을 통해 대한민국을 수호한 것이 우리나라 교육의 성과라고 주장하는 등 이념편향적 주장을 쏟아냄.
반면에 김대중 정부 당시 합법화된 전교조에 대해서는 “전교조 운동에 내포되어 있었던 교육민주화적 성격과 반체제적 내지는 친북적 성격에 대한 구별 없이 합법화함으로써 교육계의 분열도 초래했다”며 비난함.
이에 대해 한경대 강창동 교수는 토론문을 통해 “반공 이데올로기 교육에 의해 대한민국이 수호되었다는 것은 이론적 근거가 약하며 많은 오해의 여지를 남길 수 있다”며 “(반공 이데올로기는) 사회 질서의 혼란을 야기한 저항의 대상이었던 측면도 있었기 때문에 통일교육이 강조된 것”이라고 비판함.
박 의원은 “국가 지원금으로 운영되는 국책연구기관이 개최한 광복 70주년 기념 학술회의에서 친일인사들을 ‘건국의 아버지’로 칭송하고, 국사편찬위원회가 정리한 용어를 부정하면서까지 이념편향적 주장을 펼치도록 장을 마련해준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비판하며 “조국의 광복을 위해 헌신한 순국선열을 모독한 것에 대해서는 관계자의 엄중한 문책 등의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고 주문했다.
조만철 기자 jmc@eduyonhap.com
<2015-10-05> 교육연합신문
☞기사원문: 광복 70주년 행사서 친일인사에 ‘건국 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