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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불처럼 번진 ‘국정화 반대’ 한달새 5만명을 훌쩍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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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이하 한국사 국정화)에 대한 반대 여론이 예상을 뛰어넘어 빠른 속도로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 도화선은 9월2일 서울대 역사 관련 5개 학과 교수 34명과 전국 역사교사 2255명의 이름으로 낸 성명이었다. 5일 현재까지 불과 한달 남짓 동안 한국사 국정화에 반대하는 선언과 성명에 참여한 교수·교사·학부모 등의 수가 5만명을 훌쩍 넘어섰다. 여기에 각종 단체 명의로 반대 선언에 참여한 사례까지 합하면 그 규모는 크게 늘어난다. 선언·성명 발표 횟수도 43차례에 이른다.


교수선언 20차례 등 43차례

시민·교육단체들도 속속 동참

좌우 뛰어넘는 시대 요구로

“학문자유와 민주주의에 역행

정부가 밀어붙인다면
거리 나선 교수들 직면할 것”


반대 선언에 참여한 대부분이 역사와 교육에 관심이 많은 ‘전문가 집단’이라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한국사 국정화가 단지 역사 과목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공감대가 형성된 영향이 크다. 교수사회는 이를 학문과 표현의 자유는 물론 민주주의에 심대한 손상을 줄 수 있는 사안으로 본다.


5일 목포대 교수들이 “일단은 역사로 시작하지만 점차 사회과 등 교과목 전반으로 국정화가 확산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고 밝힌 대목에서도 그런 우려가 드러난다. 한국사 국정화 반대가 보수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진보진영의 제동걸기를 넘어 진보·보수를 아우르는 ‘시대적 현상’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이날도 경희대·목포대·인하대 교수들이 각각 국정화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대학교수들이 주축이 된 선언만 따로 세어도 벌써 20번째다. 추석 전후에도 동국대·한국외대·가톨릭대·신라대 교수들이 잇따라 선언문에 이름을 올렸다.


박윤재 경희대 사학과 교수는 “사학과 교수 9명은 이 문제가 단지 역사학의 문제가 아니라 학문공동체의 건강에 관련돼 있다는 인식 아래 경희대 교수들에게 응원을 요청했고, 사학과 외에도 107명(총 116명)의 교수가 동참했다”고 밝혔다. 인문·사회계는 물론 이과대·공대·의대·치대·간호대·한의대 등 각 분야를 망라한 교수들이 기꺼이 이름을 내줬다. 선언을 발표한 다른 대학들의 상황도 경희대와 비슷하다.


경희대 교수들은 선언문에서 “정부 정책을 둘러싸고 대립적인 견해를 표명하던 진보언론과 보수언론이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정부의 한국사 국정화 시도가 사회의 보편적인 이해와 동떨어져 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이어 “만일 일본 정부가 일본사 교과서를 국정화하겠다고 하면 과연 한국 정부는 찬성할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덧붙였다.


목포대 교수 48명은 “국정 교과서 제도는 교육 민주화의 성취를 역행하는 폭거”라며 “섣부른 국정화야말로 한국사 인식에서의 비학문적 논쟁을 심화시키고 사회의 분열을 더욱 가속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인하대 교수 90명은 “우리는 5년밖에 시행하지 못한 한국사 교과서 검정제를 버리고 다시 국정제로, 퇴행의 길로 접어들 위험에 처했다”며 “(국정제가 아닌) 인정제로 나아가야만 한 단계 진전된 사회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방은희 역사정의실천연대 사무국장은 4·19 혁명 이후 교수사회의 최대 사회참여로 기억되는 ‘세월호 참사 시국선언’ 때보다도 많은 교수들이 동참하고 있는 현상을 주목했다. 그는 “민주주의에 대한 위기의식이 책상에 앉아 있던 교수들을 일으켜 세운 것 같다”며 “박근혜 정부가 각계각층의 반대 목소리를 무시하고 국정화를 강행하면 4·19 혁명 때처럼 현수막을 들고 거리에 나선 교수들과 만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2015-10-05> 한겨레

☞기사원문: 들불처럼 번진 ‘국정화 반대’ 한달새 5만명을 훌쩍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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