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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형 시인의 유고 통일시집 『역사의 정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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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이기형 시인 통일시집 ‘역사의 정답’ⓒ기타


분단은 우리 민족을 옥죄는 커다란 사슬이다. 몸도, 정신도, 꿈도, 희망도 모두 가두어 버리는 분단의 사슬을 끊기 위해 평생을 싸우다 세상을 떠난 시인이 있다. 지난 2013년 96세를 일기로 타계한 고 이기형 시인이다. 이 선생은 돌아가시기 전까지 분단을 치유하고, 우리 역사를 다시 세우기 위해 온몸을 던져왔다. 그런 이 선생의 삶이 고스란히 담긴 유고시집 ‘역사의 정답’이 출간됐다.


이 선생의 유고시집 ‘역사의 정답’엔 선생이 역사의 현장에 함께하며 각종 추모제와 집회 현장에서 쓴 시들이 수록돼 있다. 4.19혁명, 제주 4·3항쟁, 범민련, 문익환 목사 추모, 민예총, 7·4남북공동성명, 국가보안법 철폐 집회, 민주노동당 창건, 민족문제연구소 창립, 민가협 창립, 양심수후원회 등 당신을 부르는 곳에 늘 함께 했고, 그 역사를 시로 기록해왔다.


이번 시집 제일 앞머리에 수록된 이 선생은 자서(自序)엔 분단을 이겨내고, 통일을 이루기 위해 한 평생 살아온 그의 신념이 잘 담겨 있다. “분단이라는 처참한 현시점에서 분단종식 즉 통일은 우리들의 최고목표 최고선이 아닐 수 없습니다. 역사가 거꾸로 흐르면 우리 문학인들의 고민은 더 커지고 창작은 한결 어려워집니다. 일제 식민지 36년이 우리 역사의 정도가 아니 듯이, 분단시대도 우리 역사의 정도가 아닙니다. 이 잘못된 역사를 바로 잡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이 시대의 진정한 문학입니다. 문학은 그 시대 모든 전선의 첨병이기 때문입니다. 외세와 악법이 우리를 슬프게 하지만 자주문학 자주통일의 목소리는 우리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안겨 줍니다. 자주통일을 향하여 자주문학 앞으로!”


▲ 고 이기형 시인 ⓒ민중의소리

이런 그의 삶에 후배 문학가들도 존경을 표했다. 정수남 소설가는 “아직도 우리 가슴에 선생님이 가르쳐준 통일을 향한 뜨거운 불꽃이 활활 타오르고 있다”고 이 선생을 그리워했다. 이적 시인은 “시인은 자주가 실종된 조국에서 반외세와 자주 경제, 진보정치, 악법 반대를 줄기차게 외치고 있다”고 이번 시집의 의미를 설명했다. 맹문재 시인은 “우리 민족의 최대 과제인 통일을 일관되게 노래한 시인의 업적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학수 아동문학가는 “고령에도 꼿꼿한 기상을 보이시며 통일조국을 향한 투쟁의 시를 쓰신 선생님을 생각하면서 어려울 때마다 용기를 내야겠습니다. 비록 더디고 어설프고 미약한 발걸음이지만 선생님의 자취를 따를 것입니다. 선생님처럼 민족 앞에 떳떳한 영혼이 되기 위해 끝까지 노력할 것입니다”라고 다짐했다. 강영은 시인은 “선생에게 있어서 문학이란 민족이 하나 되기 위해 부르짖는 소망의 노래이며 분단된 현실을 안타까워하는 비탄의 노래이고 탈식민주의를 향해, 혹은 파괴되어지는 자연적, 문화적 생태에 대해 일침을 가하는 비판의 목소리였다”고 회고했다.


1917년 함경남도 함주에서 태어난 이 선생은 함흥고보를 졸업하고 도쿄 일본대학 예술부 창작과에서 2년간 수학했다. 아호는 여민與民. 1943년부터 해방 직전까지 ‘지하협동단사건’, ‘학병거부사건’ 등 항일투쟁 혐의로 수차례 피검되어 약 1년 동안 복역했다. 1945년 해방 이후 한때 ‘동신일보’, ‘중외신보’에서 기자로 활동했으며, 1947년 ‘민주조선’지에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1947년 7월 정신적 지도자로 모시던 몽양 여운형 선생이 서거 하자, 이후 33년간 일체의 공적인 사회 활동을 중단하고 칩거 생활을 했다. 이어 1980년 3월 시 창작을 재개해 1982년 6월에 첫시집 『망향』을 간행하고, 1983년 무크 『실천문학』 제4권 ‘삶과 노동과 문학’에 「파문」 「단풍」 등 5편의 시를 발표하면서 문단에 나왔다. 1989년 ‘시집 『지리산』 필화사건’에 연루되기도 했으며, 1999년 ‘사월혁명상’을 수상했다.


등단 이후 자유실천문인협회, 민족문학작가회의, 한국작가회의, 한국문학평화포럼,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남측본부, 몽양여운형선생기념사업회, 창작21작가회 등의 ‘고문’과 바른정치실현연대의 상임공동대표로서 문단과 재야에서 통일운동에 적극 참여했다. 2013년 6월12일 타계한 뒤엔 <민족시인 이기형 선생 통일애국장>이 치러졌다.


시집으로 『망향』 『설제雪祭』 『삼천리통일공화국』 『별꿈』 『산하단심山河丹心』 『봄은 왜 오지 않는가』 『해연이 날아온다』 『절정의 노래』 등이 있으며, 실록연작시집으로 『지리산』, 서사시집으로 『꽃섬』이 있다. 전기 및 평전으로 『몽양 여운형』 『여운형 평전』 『도산 안창호』 등이 있으며, 기행서 『시인의 고향』, 통일명시100선 감상 『그 날의 아름다운 만남』 등을 펴냈다.


권종술 기자 epoque@vop.co.kr

<2015-10-04> 민중의소리

☞기사원문: 분단을 뚫고 통일을 노래하다… 고 이기형 시인 유고시집 ‘역사의 정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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