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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군사 쿠데타, 딸은 역사 쿠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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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전국에서 동시다발 시민선언


교수 집필 거부, 교사·학부모 사용 거부

본격적인 불복종 운동 움직임도 나타나


박근혜 정부가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화하기로 방침을 굳힌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전국 각지에서 국정화 반대 ‘시민 선언’이 잇따랐다. 지난 9월 이후 5만여명이 넘는 교수·교사·학부모·시민단체들이 반대 성명에 참여했는데도 박근혜 정부가 각계각층의 우려를 무시하고 국정화를 추진하는 데 대한 ‘저항’의 물꼬가 터진 모양새다. 박근혜 정부가 공식적으로 국정화를 발표하면, 교수들은 집필 거부를, 교사와 학부모들은 사용 거부를 선언하며 본격적인 ‘불복종’에 돌입할 움직임도 감지된다. 현재까지 세계 각국 재외동포 1400여명도 반대 선언에 동참했다.


▲ 한국사교과서 국정화저지 네트워크 참가 시민단체 회원들이 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에 반대 전국 동시 시민선언’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 역사왜곡저지 대전시민운동본부 회원들이 7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시민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 충남 지역 40여개 시민사회단체들은 7일 충남도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OECD 국가들 가운데 국정교과서를 사용하는 나라는 한 나라도 없다”며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는 역사 왜곡과 친일행적 미화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성/연합뉴스

▲ 민주노총 경북본부 등 대구경북 10여개 단체로 구성된 경북교육연대 소속 회원 20여명이 7일 오전 경북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 방침을 강하게 비판했다. 대구/연합뉴스

▲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경남도민모임이 7일 도교육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화 추진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이 단체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는 권력의 노골적 역사 개입”이라고 지적했다. 경남도민모임에는 전교조 경남지부 등 58개 단체가 참여했다. 창원/연합뉴스


470여개 단체가 결성한 범국민 연대기구인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저지 네트워크’(이하 네트워크)는 7일 오전 서울·경남·경북·대전·충남·부산·광주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박근혜 정부는 역사교육 통제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경기와 인천에서는 선언문만 발표했고, 전남에서는 8일 오전 같은 내용의 기자회견이 열릴 예정이다.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정문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는 박근혜 정부의 한국사 국정화를 ‘역사 쿠데타’로 규정했다. 박한용 민족문제연구소 교육연구실장은 “이건 국정이냐 검정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친일·독재 옹호 세력들이 10년 이상에 걸쳐 준비해 온 역사 쿠데타”라고 말했다. 뉴라이트의 대안 교과서와 교학사 고교 한국사 교과서 등 일련의 ‘친일·독재 미화 역사 만들기 프로젝트’를 염두에 둔 발언이다. 박 실장은 “친일파의 아들(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과 독재자의 딸(박근혜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헌법을 부정한 것”이라며 “아버지는 군사 쿠데타, 딸은 역사 쿠데타를 일으킨 것”이라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서울 지역 ‘시민선언문’에서는 현행 검정 한국사 교과서를 좌편향·종북으로 규정한다면,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가 좌편향·종북이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지적이 나왔다. 선언문은 “정부가 한국사 교과서를 좌편향·종북 등으로 몰아세우고 수능 필수를 빌미로 국정 교과서 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지만, 교육부가 좌편향·종북 딱지를 붙이고 있는 현재 한국사 교과서는 이명박 정부 하에서 만들어진 교육과정과 집필기준에 따라 집필하고 박근혜 정부가 검정·심의하여 통과시킨 교과서”라고 설명했다. 이어 “더구나 검정통과 당시 편향성 시비가 일자 교육부는 수정심의위원회까지 급조해 수정·보완을 명령했고 출판사를 앞세워 자신들이 원하는 내용을 모조리 관철시켰다”고 덧붙였다.


학부모들은 특히 “학부모들이 하나의 국정 교과서를 원한다”는 정부의 논리를 단호히 거부했다. 최은순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회장은 “이번 국정화 추진 과정에서 정부는 대입 수능 필수이기 때문에 한 권의 교과서가 필요하다는 학부모 요구가 많다고 학부모를 이용한다”며 “학부모들이 (국정 교과서를) 요구한다고 얘기하지 마라. 그래서 우리가 1차 국정화 반대 학부모 선언에 이어 2차 선언까지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많은 부모들도 이땅의 시민인지라 가슴 속 밑바닥에 ‘우리 아이가 정의로운 사회에 기여하는 자식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 시민 선언에서는 △교육의 전문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규정한 헌법 정신을 존중해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를 즉각 중단할 것 △하나의 역사가 지닌 위험성을 경고한 헌법재판소와 국제사회의 기준에 따라 역사교육을 통제하려는 모든 기도를 즉각 중단할 것 △역사교육에서 역사학계와 역사교육계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를 즉각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2015-10-07> 한겨레

☞기사원문: “아버지는 군사 쿠데타, 딸은 역사 쿠데타”



[현장]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전국 동시 시민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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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사교과서 국정화 ‘박근혜 효도용?’ 한국사교과서 국정화저지네트워크 회원들이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정부와 여당의 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 집회는 서울을 포함해 전국 10개 시에서 열릴 예정이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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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사교과서 국정화저지네트워크 회원들이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정부와 여당의 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 집회는 서울을 포함해 전국 10개 시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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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는 역사 교육을 통제하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


7일 오전 10시께 서울 광화문 앞 정부서울청사 정문에서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는 전국 동시 시민선언’이 열렸다. 역사정의실천연대, 참교육학부모회 등 470여 개 단체가 참여한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는 선언을 시작하며 이 같은 구호를 외쳤다.


지난 2일 현장 역사교사 2255명의 반대 선언 이후 서울대 역사 교수, 독립운동가 후손, 재외 동포 등으로 이어진 교과서 국정화 반대 목소리가 전국적으로 확대되기 시작한 것이다(관련기사 : “일베 교과서 안 돼”… 서울대부터 학부모까지).


한국사 교과서 국정제에 반대하는 전국 동시 선언은 7일 서울을 시작으로, 같은 날 경기와 인천을 포함해 경남, 경북, 대전, 충남, 부산, 광주와 오는 8일 전남에서도 진행될 예정이다. 방은희 역사정의실천연대 사무국장은 “충북, 전북, 강원, 울산은 9월에 이미 시작했다”며 “제주도 다음 주에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시민선언 시작 전, 방은희 사무국장은 “전국의 모든 시민이 반대하는 교과서 국정화다. 왜 외면하냐”면서 “(정부 여당은) 근현대사 교과서 집필진이 다 편향된 인사라는 말로 물의를 일으켰다”고 지적했다.


시민선언에는 교과서 국정화를 줄곧 주장하고 있는 정부 여당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담겼다. 특히 현 역사 교과서에 대해 비판해 온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지적이 다수 나왔다.


김 대표는 지난 7일 “현재 중·고등학교 역사 교과서가 일관되게 우리 역사를 부정하는 반대한민국 사관으로 쓰여 있는데, 이는 좌파적 세계관에 입각한 것”이라고 말해 논란을 빚은 적이 있다.


선언에 앞서 참가자들은 박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의 가면을 쓰고, ‘친일 독재 미화 방법은 역시 국정교과서뿐’, ‘유신 정권 미화 방법은 역시 국정교과서뿐’이라고 적힌 피켓을 드는 퍼포먼스를 하기도 했다.


“헌법 정신 위배하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중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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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사교과서 국정화저지네트워크 회원들이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정부와 여당의 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 집회는 서울을 포함해 전국 10개 시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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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사교과서 국정화저지네트워크 회원들이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정부와 여당의 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 집회는 서울을 포함해 전국 10개 시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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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성호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은 “지금 이뤄지고 있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음모’는 친일과 독재 미화 외에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면서 “유엔에서도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해 교과서의 다양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국정 교과서로) 아이들에게 굴곡된 역사, 잘못된 교육을 가르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학부모도 나섰다. 최은순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 회장은 정부 여당의 국정 교과서 추진에 학부모를 악용하지 말아 줄 것을 당부했다. 그는 “학부모가 국정 교과서를 요구한다는 이야기를 더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우리 아이가 바른 역사 의식을 가진 아이로 자라기 바란다. 당당한 학부모가 되기 위해서 교과서 국정화를 끝까지 막아내겠다”고 밝혔다.


박한용 민족문제연구소 교육 홍보실장은 정부 여당의 교과서 국정화 추진에 대해 “미래 유권자를 미리 확보하기 위한 추악한 정치 놀음”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또 “친일파 아들(김무성)과 독재자의 딸(박근혜)이 나서서 국정화로 나가려고 한다. 항일 독립 정신과 민주주의 정신을 부정하는 것은 헌법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이건 제2의 쿠데타, 역사 쿠데타”라고 강조했다.


또 “90%가 넘는 현장 교사가 국정 교과서를 반대하는데 (정부 여당이) 색깔론으로 몰아붙인다”며 “과거가 마음에 안 든다고, 자기 정당에 대한 지지 내용이 없다고 역사 학자들마저 빨갱이로 몰고 있다” 비판했다. 이어 참가자들은 “아비는 군사 쿠데타, 딸은 역사 쿠데타”라는 구호를 외쳤다.


방은희 사무국장은 선언 말미 교과서 국정화 반대 목소리에 더 이상 색깔론을 들이대지 말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편향적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보수적 성향인) 교총 소속의 회원이 있었던 ‘한국교육정책교사연대’라는 단체도 국정화 반대에 함께했다”며 교과서 국정화 반대 주장에 대한 편향성 지적은 어불성설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7일 한 교육부 고위 관계자가 “국정감사 이후 다음 주 한국사 교과서의 발행 체제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국정 교과서 반대 추진을 위한 움직임 또한 뜨거워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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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사교과서 국정화저지네트워크 회원들이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정부와 여당의 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 집회는 서울을 포함해 전국 10개 시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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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훈(leeheehoon), 조혜지(hyezi1208) 기자

<2015-10-07> 오마이뉴스

☞기사원문: “아비는 군사 쿠데타, 딸은 역사 쿠데타”

※관련기사

☞한겨레: ‘어게인 1974’…역사 교과서 국정화 논리 40년전과 판박이

☞연합뉴스: 466개 시민사회단체 “국사교과서 국정화 중단해야”

☞SBS: 466개 시민사회단체 “국사교과서 국정화 중단해야”

☞한국일보: [사설] 국사교과서 국정화 후폭풍 감당할 자신 있나

☞경향신문: [사설]열린 사회와 그 적들 – 교과서를 이념도구로 삼는 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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